앉을 수 있는 버스 찾아 헤매던 '그대에게'

서울특별시 버스 혼잡도 안내, 어떤 변화 가져올까

등록 2017.05.24 17:17수정 2017.05.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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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 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 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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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서울특별시의 모든 지선/간선/순환버스의 실시간 혼잡도가 시민들에게 안내된다. ⓒ 박장식


22일부터 서울특별시 내 BIS(버스정보시스템)에서 시내버스 혼잡도 안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곧 도착하는 버스의 실시간 혼잡도 정보는 정류소에 부착된 BIT(버스정보안내 단말기)를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고, API로 배포되는 서버 정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서울교통정보' 애플리케이션으로 내가 타려는 버스의 혼잡도를 볼 수도 있다.

이미 경기도가 광역급행버스를 시작으로 좌석버스, 직행 좌석버스 등에 잔여 좌석을 표시하는 제도를 시작했지만, 일반 시내버스에 혼잡도 지수를 이용해 적용한 것은 서울특별시가 국내 최초이다. 더욱이 교통카드 데이터를 이용한 유기적인 서비스, 더욱이 시민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이니만큼 더욱 뜻깊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시내버스의 혼잡도를 안내한 서울특별시. 이 혼잡도 안내 서비스의 확장성이 크고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완성도 있는 정책이다. 시내버스 혼잡도 안내 서비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해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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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시작된 시내버스 혼잡도 안내. 곧 도착하는 각 버스 번호 뒤에 보통, 여유, 혼잡 등의 안내가 추가로 붙는다. ⓒ 박장식


여유, 보통, 혼잡 3단계 서비스, 첫날부터 정확도 높아 '우와'

혼잡도 서비스는 재차 인원이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있고 탑승한 시민들이 자리에 앉을 수 있으면 '여유', 재차 인원의 일부가 손잡이를 잡을 수 있고 버스 내에서 여유로운 이동이 가능할 정도면 '보통', 재차 인원 모두가 앉거나 손잡이를 잡을 수 없고 버스가 꽉 들어찬 상태가 '혼잡'. 이 세 단계로 구분 지어져 서비스된다.

아직 운영 첫날이지만 간선버스의 경우 정확도가 높은 데다가, 시민들이 뒤차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 꽉 차는 버스에 끼어 타거나 느낌으로 빈 버스를 수수께끼 하듯 찾아갈 필요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서비스가 갖는 의미가 크다. 또 일부 유명 노선에 편중되어있던 혼잡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2일 서울 신촌 일대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여유'라고 표시된 버스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혼잡이라고 표시된 버스에는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이고, 보통으로 표시된 버스는 앉을 자리가 없거나 한두 자리이고 서 있는 사람이 곳곳에 보이는 정도였다. 시민들 역시 처음 보는 이 '기능'에 신기해하면서도 안내가 거의 정확한 것에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원리는 바로 '교통카드'... 빅 데이터로 달라지는 버스 타는 법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은 어떤 원리가 있을까. 원리는 다름 아닌 교통카드 정보이다. 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와 연결된 BIS 단말기에 탑승객의 수가 기록되면, 이를 실시간으로 BIS 서버에 전달한다. BIS 서버는 계산을 통해 혼잡 여부를 계산, 결과를 서버에 전송하여 BIT 기기에 띄우는 방식이다. 교통카드 정보를 통한 일종의 '빅 데이터'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미 서울특별시는 빅 데이터를 이용한 정책을 선보였던 바 있다. 바로 대부분이 잠든 밤 운행되는 N버스, 즉 심야버스가 바로 그것. 휴대폰 통화기록과 택시 승하차 기록을 통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그리고 그 시민들이 향하는 곳을 분석해 실제 N버스의 개통으로 이어졌다. 이는 최근 서울특별시의 교통정책 중 가장 성공한 교통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듯, 빅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이 도입되는 버스 혼잡도 안내는 꽤 높은 정확도를 바탕으로 첫날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히려 지하철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혼잡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이를 이용해 시내버스 혼잡도 통계를 쉽게 낼 수도 있고, 혼잡하지 않은 노선으로 승객을 분산해 버스의 정시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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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마을버스는 이번 혼잡도 서비스에서 제외되나,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된다고 한다. 사진은 서울시 마을버스인 마포18번. ⓒ 박장식


아직은 부족한 서비스, 광역·마을버스 미지원은 고쳐야 할 점

다만 버스의 기종·종별(대형+저상 10~11.5m, 중형 8~9m)에 따라 서로 다른 서비스가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버스회사가 BIS 단말기를 정확히 맞춰두지 않아 오차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버스 회사와 모델별로, 같은 모델이더라도 출시된 연도에 따라 좌석 사양 등이 모두 달라 승객들이 체감하는 혼잡도가 모두 다른 것 역시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또 제일 중요한 광역버스의 재차 인원 안내, 그리고 마을버스의 재차 인원 안내가 즉시 서비스되지 않는 것은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기도의 경우 차내 재차 인원을 계산해 정확한 수로 안내된다는 점에서 서울시 역시 이러한 제도를 따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마을버스의 경우 차량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아 혼잡도 안내 시 유의하여야 한다.

더욱이 크기가 작은 BIT 단말기의 경우 곧 도착하는 버스 번호 뒤에 여유, 혼잡 여부를 표시하느라 정작 버스번호가 가려져 바쁜 출퇴근 시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글자로 표시하는 것 역시 좋지만, BIT 단말기에 설명을 출력한 뒤, 문자의 색깔을 이용해 혼잡도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이는 최근 보급이 빠른 작은 크기의 BIT 기기에 맞는 표기 방식이다.

최선봉에 선 서울특별시의 교통정책, 앞으로도 더 앞에 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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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14년 전후부터 버스의 빈 자리 갯수를 BIS, 차량 내부 단말기 등에 표시했던 경기도의 직행좌석버스. ⓒ 박장식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수도권통합환승제, 심야버스, 여성안심대중교통제도에 이어 버스 혼잡도 안내 서비스라는 새로운 제도가 서울특별시에 가장 먼저, 그리고 새로이 도입되었다. 시민 생활의 패턴을 갑자기 바꾸는 정책보다 시민들의 일상의 질을 소소하게 끌어올리는 이런 정책이 상당수 도입되는 것이 기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가 지하철에 도입된다면 어떨까. 지하철 역시 많은 사람들이 혼잡의 우려로 이용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하철의 재차 인원을 정확히 구하기는 어려워도, 개찰구에서의 승하차내역이나 CCTV 등을 적극 이용해 시민들에게 편성별, 차량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 칸에 이용객이 몰려 출퇴근시간대에 상습지연되었던 것도, 바쁜 출근 시간 한 칸이 이상하게 썰렁한 것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여하튼, 점점 편리해지는 서울의 대중교통이 기대된다. 그리고 이 좋은 정책을 가장 처음 벤치마킹하여, 더 나은 정책으로 손볼 다른 지자체의 손길도 기대된다. 다음 정책은 어떤 것이 나올까. 그리고 그 정책은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시내버스 #대중교통 #교통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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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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