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감사에 눈 흘기는 신문 사설들

[미디어 톺아보기 ⑬] 4대강 감사 소식 둘러싼 사설 비교

등록 2017.05.23 14:32수정 2017.05.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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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네 번째 4대강 조사, 풍차를 괴물이라고 또 돌진 -<조선일보 사설>
'4대강 사업은 적폐' 결론 내려놓은 감사 공정할까 -<동아일보 사설>

유독 두 신문 사설이 눈을 매섭게 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하고 녹조발생 우려가 큰 낙동강 고령보 등 6개 보를 개방하라고 지시하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다음날인 23일 사설에서 즉각 반대 의사를 보였다.

그런데 이날 <중앙일보>가 궤를 달리한 점이 특이하다. <중앙>은 이날 '4대 강 감사는 정치보다 환경 개선에 초점 맞춰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만 '정치적 공방은 금물'이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무려 22조 원의 혈세를 들이고도 지금까지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은 4대강 사업. 이 사업의 시행 초반부터 정부에 힘을 실어주었던 3대 메이저 보수신문들이 이제는 2대 1의 구도로 갈라선 형국이다.

<조선>, "좌파언론·야당, 4대강 '악'인 양 만들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가장 강한 부정의 목소리를 냈다. 탄핵당한 전 정권의 업적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을 동원해 시쳇말로 이 잡듯 뒤졌다. 그러나 공사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고초만 겪고 별것 없이 끝났다"는 사설은 "네 번째 조사 결과도 뻔하다"고 몽니를 부렸다.


사설은 "이 전 대통령에게 원한이 있는 문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감사원이 그에 맞춘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점쳤다. 지난 정부에서 그랬는지 한 술 더 떴다. "그 감사 결과를 들고 검사들이 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까지 진단했다.

이날 <조선>의 압권은 4대강 부작용을 좌파언론과 야당 탓으로도 돌린 대목이다. 사설은 "좌파 언론들이 마치 부정적 효과밖에 없는 듯이 수년간 집요하게 공격하고 야당이 가세함으로써 4대강을 마치 무슨 '악'인 양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사설은 말미에서 "풍차를 괴물이라며 돌진했다던 소설 이야기가 떠오를 지경"이라고 했다.

<동아>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감사결과" 딴지

<동아>도 사설에서 점잖게 딴지를 걸었다. 사설은 "4대강 사업은 추진하는 데만도 22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었지만 이를 철거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며 "원상태로 복원도 불가능해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훈계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을 두둔했다. "역대 어떤 국책사업도 4대강처럼 많이 감사를 당한 적은 없었다"는 논리를 펼쳐들었다. 이어 사설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 1월 감사원은 1차 감사를 벌여 '4대강 사업이 홍수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감사결과를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정작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과거 정권에서 앞의 두 신문들과 비슷한 논조를 보였던 <중앙>이 오히려 이날 사설의 상관조정기능을 정확히 해주었다.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설은 "MB 정부는 가뭄 대비용 수자원 8억t 확보를 위해 16개의 보를 짓고, 홍수 예방을 위해 하천을 파냈다고 자랑했다. 주변에는 자전거길과 산책로도 깔끔하게 조성했다"면서 "하지만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져 '녹조 라테'가 빈번히 발생하고, 물고기 이동이 막혀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 뒤 "문재인 청와대가 보 개방에 따른 영향 평가를 민관 합동 조사평가단과 지자체·시민단체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함께 맡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앙>, <경향>, <한겨레> "진상 밝히고 책임 규명" 한 목소리

사설은 대안도 제시했다. "이번 감사가 전임 정권을 손보려는 '정치적 감사'가 아닌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앞으로 대형 국책사업은 반드시 여론수렴과 치밀한 환경영향평가, 타당성 조사를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고 귀뜸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4대강 사업 실패, 이번엔 바로잡자'란 사설에서 "이번 지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이전에 많은 시민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 할 만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사설 ''4대강 재앙' 책임 밝히고 근본 대책 내놓아야'에서 책임규명에 방점을 찍었다. 사설은 "사업 추진 때부터 이를 우려한 반대의 목소리가 컸지만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면서 "그 이유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사설은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추진과 그로 인한 환경파괴가 후세에 반면교사라면, 대책 마련과 집행 과정은 모범 사례가 되도록 신중하고 지혜롭게 추진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상관조정 기능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사회적폐 쌓여

사설은 신문들이 제각각 다른 입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뉴스 이용자들이 이를 보면서 무엇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책(안)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 기능 중 하나인 상관조정 기능에 속한다.

그런데 '적폐', '재앙'으로 불려온 대형 국책 사업인 4대강 사업을 권력의 힘으로 밀어 붙일 때부터 권력의 편에 섰다는 지적을 받더니, 9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는 모양새다.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도 환경오염과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도 다시 살피고 바로 잡는 것이 정책적 판단이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 같은 행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언론은 이를 바로잡도록 견제와 감시, 비판적 기능을 동원해 국민에게 알리고 대책을 주문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적폐는 더욱 쌓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적폐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사회 곳곳에 누적되거나 기생해 온 비리와 부조리의 온상을 제거할 때 더불어 함께 사는 민주와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에 대한 기대는 어느 공약보다 중요하고 관심이 지대하다. 여기에는 언론도 예외일 수가 없다.
#4대강 사업 #문재인 정부 #정책감사 #허니문 기간 #상관조정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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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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