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장 나간 100여 명의 학생, '조용한 민주주의'

펜스 미국 부통령 졸업식 축사에 반대하면서도 타인을 배려한 학생들

등록 2017.05.25 11:15수정 2017.05.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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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 노트르담 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하던 중 100여 명 넘는 졸업생이 졸업식장을 나섰습니다. 많은 언론과 매체들이 이 사건을 다루며 펜스 부통령에 '망신살' 또는 학생들의 '항의퇴장'이라는 단편적인 소재에 집중했습니다. 노트르담 대학교를 다니는 필자는 위 사건이 '학생들의 반감과 야유'로만 비춰진 것이 안타깝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연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 '표현의 자유', 그리고 '항의'만으로 국한할 수 없는 학생들의 평화적인 퇴장에 대해 설명하려 합니다.

연설자 논란은 어느 대학이든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대체자로 선정된 펜스 부통령조차 과거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 인권을 무시한 발언과 정책,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과 반 무슬림 정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럿거스 대학 졸업 연설자로 임명됐던 곤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이라크 전쟁 관련 발언에 대한 학생과 교직원들의 항의로 연설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카톨릭 대학인 노트르담 대학에 졸업연설을 하러 왔을 때는 낙태 찬성 법안으로 지금보다도 더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학생이 공존하는 대학교에서 모든 사람이 찬성할 수 있는 연설자는 매우 드뭅니다. 이러한 논란 속에 노트르담 대학 행정부와 학생들이 취한 행동, 그리고 미국 부통령 펜스의 연설은 어떻게 하면 대립이 증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먼저, 대학 측은 오바마 대통령 졸업 연설에서 이미 경험했듯 펜스 부통령 연설자 선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이해했고, 반대시위에 앞장선 'WeStaND'라는 학생단체에 항의 시위를 막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들에게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을 배려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WeStaND' 또한 새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만 긴급하게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차근차근 활동을 계획해 졸업식 당일 전부터 다양한 퍼모먼스를 펼쳤습니다. 항의시위는 3월 말부터 학교 측과 학교 내에 있는 경찰 부서를 포함한 대학교 전체가 알고 있었습니다. 졸업식 1주일 전에 'WeStaND'는공식적으로 펜스 부통령에 ▲ 성 소수자 혐오 논란 ▲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 시리아 난민들을 인디애나에 입주시키는 것을 막은 일 ▲ 트럼프 대통령에 반 이민 정책을 도운 일을 이유로 시위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항의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졸업식 전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자기 자신들의 의견을 굽히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으나, 대학 측이나 다른 학생들에게 중요한 행사인 졸업식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한 졸업생은 인터뷰에서 시위가 학교 측과 모든 사람들의 성의를 배반하는 것이 아니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고 대학교에서 배웠기에 침묵은 그 배움을 저버린다고 말했습니다.

'WeStaND'를 대변하는 다른 학생 또한 표현의 자유가 쉬운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입장이 모두에게 인정 받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며 막기보다는 환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다른 학생들을 배려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펜스 부통령 연설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퇴장함으로써 한마디의 말보다도 더 강력한 자신들의 신념을 표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펜스 부통령의 졸업식 연설 또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다른 미국 대학들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차별적 언어를 피하는 규범 등으로 표현의 자유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학교와 졸업생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자신과 타인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를 잠시 언급하며 종교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펜스 부통령은 정치적인 입장을 최대한 줄였으며 졸업식 연설에 집중했습니다. 펜스 부통령 측 마크 로터 언론 담당 비서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연설이 끝난 후 학생들의 퇴장시위를 직접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설이 표현의 자유에 관계된 만큼 학생들의 퇴장 또한 연설의 일부로 강조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펜스 부통령이 퇴장시위가 표현의 자유에 연장선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항의 시위를 좋게 본 것은 아닙니다. 일부 졸업생 학부모들은 항의 시위가 불필요하다고 느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위에 새로운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섞여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 이후 졸업생 대표 연설에서 학생 대표는 직접적으로 반 이슬람 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에서 언급했던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동시에 받아들이기 힘든 타인의 의견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이 졸업식에 방해되는 행동을 할 수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기보다는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과 학부모들, 학교 측에 피해 가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습니다. 펜스 부통령 또한 자신에 관한 야유를 무릅쓰고졸업 연설을 했고, 퇴장시위를 비난하지 않고 인정했습니다. 이렇듯 의견 대립이 증오로 변질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면서 다른 의견들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1년 동안 브렉시트, 미국, 한국 대선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 정치적인 사건들이 일어났고 서로 다른 의견으로 많은 사람들이 갈라졌습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민주주의 방식에 의문을 품습니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변화 또는 다른 정치 형태에 대해 토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쩌면 정치 제도가 아닌 사람들의 태도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이기에,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인권, 자유권, 평등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제도이기에, 민주주의 속에서 진정한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트르담 대학 졸업식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모두가 거리낌 없이 의견을 표현하되, 다른 의견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볼 수 있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그 시작 아닐까요.
#미국 #졸업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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