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없다, 끝까지 사드 철회 관철시킬 것"

[인터뷰] 릴레이 1인 시위 나선 박희주 김천시 시의원

등록 2017.05.24 21:16수정 2017.05.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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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박희주 김천시의원(무소속)이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성주 방문을 요청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유석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는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긴급현안 중 하나다. 무엇보다 지난해 7월부터 사드 철회를 외쳐왔던 경북 성주군민들의 바람은 간절하다.

한편 새 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과 중국에 각각 홍석현, 이해찬 특사를 보내 이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양국 정부와 조율을 시도했다. 홍석현 특사는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건넸다.

그러나 홍 특사는 절차적 문제를 들어 국회 재논의가 불가피하다는 말만 했을 뿐 사드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홍 특사 스스로 "사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는 (얘기를) 나누지 않았고,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간단히 언급했다"고 했다. 미국 측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한국의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화답했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빨리 뽑길 바란다"면서 우리 정부에 사드 해결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23일 오전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 대통령의 성주 방문을 요청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희주 김천시 시의원(무소속, 평화남산·양금·대곡)이 선봉에 섰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사드 배치 반대에 앞장서 왔다. 지난달 26일 사드 장비가 야밤에 기습 반입되자 28일 성주군 소성리를 찾아 '이날 성주는 대한민국이 아니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기자는 24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 중인 박 시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박 시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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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박희주 김천시의원(무소속)이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성주 방문을 요청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유석


-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사드 철회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사가 미국과 중국을 오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이 나라의 현실 아닐까? 약소국이니 약간의 푸대접을 받는 것도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홍 특사가 '(사드 운용) 비용은 미국이 내기로 했다'고 했지만 정말 미국이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다. 내가 바라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김천 시민, 더 나아가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건 대통령의 의지다.

많은 이들이 '이젠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도 된다', '전쟁이 아닌 경제다' 등의 목소리를 낸다. 나 역시 중국이 강하게 러브콜을 보내는데 굳이 미국에 무시당하고 살아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성주 지역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몰표가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 때문에 성주 군민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사실 몇몇 언론에서 이번 릴레이 1인 시위를 보도했는데, 댓글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
"처음 기사화할 때 잘못이 있었다고 본다. 성주, 김천을 비롯해 구미, 상주 등은 역대 선거에서 보수 여당 지지율이 75%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 선거의 경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김천 득표율은 48%에 그쳤다. 김천시 율곡동은 더하다. 이곳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는 5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역대 선거와 비교했을 때 기적이나 다름 없다.

이런 현상은 고령화 탓이라고 본다. 지금 노년층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반공 교육을 받은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하루아침에 바뀔까? 영남 지역의 노년층 대부분은 문 대통령을 '빨갱이'와 동일시한다. 이런 탓에 사드는 들일 수 있어도 '빨갱이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서가 팽배하다.

이런 와중이기에 홍 후보의 득표율이 48% 정도인 건 놀라운 일이다. 역대 보수 여당 득표율과 비교해서 기사를 썼다면 성주-김천 지역에서 변화가 일고 있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이 점이 아쉽다. 경상도 지역이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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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박희주 김천시의원(무소속)이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성주 방문을 요청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유석


- 2018년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지역구를 비워도 좋은가? 혹시 지역구민으로부터 관리를 소홀히 하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는 듣지 않는가?
"맞다. 선출직으로서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선거 이전에 사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이렇게 활동하는 것이다. 수년 전 읽었던 김진명 작가의 <사드>의 영향이 컸다. 또 몸은 이곳에 있어도 지역구민의 민원을 처리한다. 현지 공무원들도 많이 도와준다.

내 지역구는 보수 성향이 아주 강한 곳이다. 그런데 지역구민들은 더 많은 격려를 보내온다. 오히려 활동 초기에 불만이 더 많았다. 더구나 27일을 매달렸으면 모를까 지금까지 270일을 사드 반대 활동에 매달렸다. 당장 시장 후보로 출마해도 다른 후보보다 대중적 인지도에선 더 앞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장 출마는 저울질 중이지만 말이다."

- 시위는 언제까지 계속할 예정인가? 일부 언론은 한미 정상회담까지라고 전했다.
"청와대에 오기 전 시한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반대 운동을 하다 보니 동력이 다소 떨어졌다. 또 지금은 농번기라 주민들이 바쁘다. 그래서 동력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이곳에 왔다. 딱히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6월 중 엑스밴드 레이더가 있는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일정을 제외하곤 계속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다."

- 아무래도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새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어 끝내 사드 철회가 무산된다면?
"당연히 투쟁은 계속해 나갈 것이다. 단, 철회가 무산될 것이란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해 왔고, 지금도 존경한다. 그런데 고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두고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그만큼 좋은 분이시기에 강단 있게 이 문제(사드 배치)를 처리해 나가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최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최악을 염두에 두면 현지 주민들이 너무 힘들다. 사드 철회를 관철해 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해 왔고, 앞으로도 이 믿음을 견지해 나갈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미주 한인매체 <뉴스M>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박희주 시의원 #사드 #문재인 대통령 #홍석현 특사 #왕이 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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