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형' 김진태, 정말 정권 교체 희생양일까

'벌금 200만원' 선거법위반 1심 재판 분석해보니

등록 2017.05.25 21:49수정 2017.05.2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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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김진태(춘천) 의원이 19일 오후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춘천지법 법정을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벌금 100만 원에 벌벌 떠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이다.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유죄판결이라도 어떤 의원은 벌금 80만 원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또다른 의원은 벌금 100만 원에 절망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허위사실공표죄로 재판을 받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 19일 1심(춘천지법)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확정되면 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김 의원은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 그는 정권교체의 희생양이 된 걸까. 아니면 법의 정당한 심판을 받은 걸까. 감정 대신 판결과 법으로 살펴보자.

1심서 "허위사실공표" 벌금 200만원... 의원직 박탈 위기

먼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20일 그가 쓴 글 전문을 인용한다.

"어제 법원에서 선거법으로 벌금 2백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사안은 아주 간단합니다. 제가 작년 총선때 '매니페스토 평가 공약이행률 71.4%, 강원도 3위'라고 문자를 보낸 게 허위사실이라는 겁니다.

매니페스토는 의원 개인별 공약이행률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제가 임의로 했다는 거죠. 그런데 매니페스토는 의원실에 자료를 요청해서 평가절차를 거쳐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놨고 강원도 평균값도 발표했습니다. 그러니 제 보좌관은 홈피에 있는 자료를 계산해서 제게 보고를 하고 문자를 보내게 된거죠.

이게 다입니다. 이것이 과연 의원직을 박탈당해야 할 죄일까요? 검찰은 당초 무혐의 결정을 했고 재판에서도 구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재정신청이란 제도가 있어 법원에서 기소를 명령하고 재판을 한 겁니다.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나는군요. 고등법원에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 그나저나 그때까지 잘 견뎌야 되겠죠?"

정리하자면, 김 의원은 자신이 죄가 없거나, 설사 죄가 있더라도 의원직을 박탈할 정도는 아닌데 정권 교체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그는 검찰이 자신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재판에서 구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신 "법원에서 기소를 명령하고 재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사실에 가깝다.

20대 총선과 관련, 검찰이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한 현역 의원은 총 33명이었다. 민주당이 16명, 분당 이전 새누리당이 11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이었다.

검찰 '불기소 처분'에 법원이 '재판회부'한 사례

김 의원은 여기에 속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가 수사의뢰했지만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판을 받게 된 케이스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다시 말해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잘못됐을 때 법원이 시정할 수 있는 제도다(같은 당 염동열 의원도 재정신청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8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그렇다면 법원은 왜 그를 재판에 회부했을까. 김 의원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250조)다. 당내 경선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의 경력을 허위로 공표했다는 것이다. 당내 경선 관련 허위사실공표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의 말마따나 사안은 아주 단순하다. 당내 총선후보 경선을 앞둔 작년 3월 12일 그는 선거구민 9만여 명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과 함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아래 매니페스토 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김 의원은 '보좌관이 매니페스토 본부의 자료를 계산해서 자신에게 보고하고 문자를 보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것이 과연 의원직을 박탈당해야 할 죄일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1심 법원(춘천지법 제2형사부 재판장 이다우 부장)의 판단은 냉정했다. 의원직을 박탈할 정도의 형사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공약이행율 강원도 3위는 허위... 미필적 고의 인정"

재판부는 문자메시지의 허위 여부부터 따졌다. 재판부는 ▲ 매니페스토 본부 결과보고서에는 의원 개인별 공약이행율 및 순위가 기재되지 않고 ▲ 본부 내부적으로도 개인별 공약이행율을 계산하거나 순위를 매긴 사실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 국회의원들의 공약이행정보를 제공받아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공약이행율 평가나 공표 목적이 없었고 ▲ 개별 의원이 회신한 자체평가표를 평가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약이행율 강원도 3위'라는 문자는 허위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김 의원이 허위성을 인식했다고 판시했다. 김 의원은 문자 발송 전에 보좌관에게 확인한 사실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피고인이 적시한 구체적 사실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 물리적으로 사회통념상 가능하였다고 인정됨에도 그러한 확인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비방의 목적을 가지고 그 사실의 적시에 적극적으로 나아갔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벌금 200만 원 선고는 양형 기준 범위 내

그렇다면 형량은 적정했을까. 재판부는 벌금 200만 원의 비교적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형량은 양형기준의 범위 내에 있었다. 재판부는 "당내경선에서의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인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3일간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지는 당내경선의 당일에 발송한 점, 선거구민 약 22만 명 중 40%에 달하는 9만 명에게 발송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의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는 벌금 200만~600만 원이었다. 벌금 200만 원은 권고형의 하한선이다. 따라서 '이것이 과연 의원직을 박탈당해야 할 죄일까'라는 김 의원의 반박은 설득력이 낮다.

더 결정적인 대목이 있다. 바로 배심원들의 판단이다. 김 의원은 스스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유권자인 지역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을 받겠다는 뜻이었다.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이 원하지 않는 사건을 직권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배심원들도 '유죄' 의견이 다수

법원이 무작위로 뽑은 배심원 7명의 평결은 어땠을까. 유죄가 4명, 무죄가 3명이었다. 양형 의견도 벌금 200만 원이 3명, 80만 원이 3명, 의견 없음이 1명이었다. 배심원 다수도 김 의원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는 말이다.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은 재판부를 강제하는 기속력은 없지만 법원은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법률개정으로 배심원 평결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거나 강제력을 가지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도 크다.

김 의원은 자신을 선택해 준 유권자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면 재판으로 유리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빗나갔다. 배심원들도, 재판부도 그의 의원직 유지에 부정적이었다.

그에게는 아직 2심과 3심 등 두 번의 재판이 남았다. 그는 상급심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김진태 #선거법 #의원직상실 #당선무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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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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