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직접 모내기 "수확해서 기부해요"

홍성 금마중학교 학생들 논농사 시작... "농업의 가치 몸으로 배우는 계기"

등록 2017.05.26 16:55수정 2017.05.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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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홍성군 금마면 소재 금마중학교 학생 44명과 교사들이 함께 손 모내기를 하기 위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 신영근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선생님 ~ 어떻게 심어야 해요~"
"아~논에 발이 빠졌어요~"

시끌벅적한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모를 심고 있는 논 한가운데다.

26일 충남 홍성군 금마면에 위치한 금마중학교(교장 주진익) 학생 44명은 오전 학교 앞 논에서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마을 주민 등 60여 명과 함께 모여 모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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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홍성군 금마면 소재 금마중학교 학생 44명과 교사들이 함께 손 모내기를 하는 모습.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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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홍성군 금마면 소재 금마중학교 학생 44명과 교사들이 손으로 직접 모내기를 하는 모습. ⓒ 신영근


금마중학교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에 위치했으며 학부모 대부분이 논과 밭 농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금마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모심는 것 또한 기계화해 사람 손대신 이앙기가 모를 심는다. 이날 열린 전교생의 모심기는 생태 교육현장학습으로, 학생들이 직접 모를 심고 꾸준히 관리하면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동시에 바쁜 농사철에 일손을 돕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날 학생들은 마을 주민들이 모심기가 끝날 때까지 들려주는 농악 소리에 맞춰, 모두 저마다 반바지, 스타킹 등의 복장을 갖춰 입고 일렬로 늘어서서 모를 심었다. 시골에 살면서도 처음 경험해보는 일에 마냥 신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허리가 아파오고 발이 논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무사히 300평의 논에 모를 다 심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면서도 오늘 처음 모심기를 해봤다는 3학년 최다솜양은 처음으로 해본 모내기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집이 농사를 짓는데도 모내기는 처음 해봤다. 친구들과 직접 해보니까 재미도 있었지만, 허리를 계속 굽히고 있어서 힘들었다. 또 논이 질퍽거려서 어려웠다. 모내기가 이렇게 힘든 줄 정말 몰랐다. 그렇지만 우리가 먹는 쌀이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나온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쌀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반찬으로 나오면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다."


이날 학생들과 함께 모를 심은 주진익 교장은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지내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월요일마다 등교 시간에 교문 앞에 나와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학생 한명한명 포옹으로 인사를 한다. (관련기사: 전교생 35명의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

주진익 교장은 이날 함께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들녘에서 농부들의 일손이 분주해지는 5월이다. 우리 학부모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데 정작 학생들은 부모님의 어려움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오늘 모내기를 함께하게 됐다.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또 농사의 어려움도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우리 학교에서 추진하는 생태·환경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과 농업의 가치를 몸으로 배우게 하자는 게 이 수업의 취지다. 또 학교 주변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뜻깊은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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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홍성군 금마중학교 전교생 44명과 함께 모내기를 하고 있는 김지철 충남교육감(사진 가운데) ⓒ 신영근


또한 이 자리에는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참석해 모를 직접 심었다. 김 교육감은 "몇십 년 만에 모내기를 해서 감회가 새롭고, 학생들과 함께해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면서 "모내기는 옛 선조 때부터 서로 품앗이를 하며 마을공동체를 이룬 핵심 활동이다. 학생들이 1년 후에 수확해서 지역 어르신들과 자선단체에 기부까지 한다니 교육적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육감은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 학교야 함께하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참교육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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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중학교 전교생 44명이 직접 모내기를 한 300평짜리 논.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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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손모내기를 마친 금마중학교 전교생 44명과 교사 그리고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익살스런 포즈가 재밌다. ⓒ 신영근


#홍성금마중학교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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