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추가' 확인 질문에
"그런 게 있었냐" 되물은 한민구 국방장관

“국방부, 의도적으로 보고 안해" 청와대 잠정 결론

등록 2017.05.31 12:00수정 2017.05.31 13:57
39
원고료로 응원
a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을 철저하게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고 30일 오후 청와대가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한 문 대통령(오른쪽)을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 ⓒ 연합뉴스


청와대가 "국방부가 '사드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는 일단 '보고 누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와 처리 방향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31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30일 국방부 관리들을 불러 '보고 누락' 과정을 집중 조사한 결과, 실무자가 당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되어 있었으나 수차례의 강독 과정에서 정의용 실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해당 문구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윤 수석은 "보고서에는 두루뭉술하게 '사드가 한국에 전개됐다'는 취지로만 기재됐고, 이 부분은 피조사자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6일 밤.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사드 담당하는 장성으로부터 추가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국방부 보고에서 석연치 않은 점 발견한 안보실 1차장이 별도로 확인

국방부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이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 보고와 26일 오후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과 이상철·김기정 1·2차장에게 현안 보고를 각각 하는 자리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방부가 안보실에 보고한 문서에는 사드 추가 반입을 알 수 있는 단어나 구절, 하다못해 아라비아 숫자 '4'도 없었다"고 전했다.

국방부 보고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 이상철 1차장이 보고에 배석한 군 장성 1명을 당일 오후 7시30분경 자신의 사무실로 따로 불러 현안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드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한다. 이 차장은 다음날(27일)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는데, 마침 정 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의 오찬이 28일 잡혀 있었다.


정 실장이 이 자리에서 "사드 4기가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라고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정 실장은 29일 오후 대통령주재 수석보좌관 회의가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고했고, 대통령은 30일 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해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의 확인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한 장관이 만 이틀이 지난 후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서야 마지못해 사실을 확인해준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이 그런 사실도 몰랐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일부 야당들의 주장에도 청와대는 "국방부가 제대로 보고하길 기다렸다. 핵심은 어디까지나 '보고 누락'이다"라고 반박했다.

30일 청와대 브리핑 이후 "안보실에 보고했다"는 국방부 반응에 대해서도 "뻔뻔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며 "뭔가 있을 것 같아 안보실이 보고를 받은 건데 (안 해놓고) 했다고 하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영찬 수석은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가 국민도 모른 채 진행됐고, 새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도 국방부가 이 같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한민구 장관이 김관진 전 실장에게는 상황 보고했을 것"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국방부가 군 통수권자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공직기강의 문제로 봐야 한다. 중대한 국방·외교 사안인 만큼 상세하게 보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추가배치 등 사드 문제를 주변국과 협상카드로 쓰겠다'고 했는데, 외교적으로 풀려는 기회를 국방부가 제거해 버리겠다고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사드 장비 반입 보고 누락 파문과 관련해 "(조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장관은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이 문제는 대통령님 말씀이 계셔서 현재 조사 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의용 안보실장 임명 후 김관진 전 실장으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을 때 '사드 추가 반입' 얘기가 없었냐"는 질문에 "한민구 장관이 김 전 실장에게는 사드 관련 상황을 보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수인계 과정에서는) 없었으니 그런 얘기(보고 누락)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물론이고, 김관진 책임론으로 향후 사태가 확대될 소지가 있는 셈이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며 중용됐다.
#정의용 #사드 #한민구 #김관진 #이상철
댓글3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