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외교 자문해달라" - 반기문 "기꺼이 응하겠다"

70분 동안 독대 오찬회동... 한미정상회담·사드 문제 의견 교환

등록 2017.06.02 15:48수정 2017.06.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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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7.6.2 [청와대 제공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을 하며 외교·안보 현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2일 본관 백악실에서 진행된 오찬은 애초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다. 오찬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만 배석한 '독대'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70분을 한참 넘기며 반 전 총장과 오찬을 갖고 외교 현안과 관련해 심도 싶은 대화를 나눴다"라면서 회동 내용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상황 등이 힘든 여건에 처해 있어서 잠 못 이루시는 밤이 많으시겠지만, 국민 지지도 높고 잘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라며 "미국에서 만난 정부 인사들도 한국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취임 초부터 국민 지지를 높게 받고 있는 새 정부에 대해 기대가 많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하면서 풀어 가면 되지만 외교 문제는 걱정"이라며 "반 전 총장께서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청했다.

그러자 반 전 총장은 "외교도 국민이 총의를 참작하셔서 풀어 가면 된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서 어려움 많이 따르는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 간 발생 현안은 현안대로 풀어가면서 또 다른 부분도 함께 풀어가야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반기문 "대북관계 물꼬 트는 일 중요, 비정치적 방법 활용해야"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현안 과제인 북한 문제를 두고도 이야기가 나왔다. 반 전 총장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정중하면서도 당당히 임하는 게 좋다"라며 "한미동맹이 초석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에 대한 한미의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라며 "북핵 문제를 포괄적·관계적·근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한에 원칙적 자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며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번 발표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성명을 보니 매우 적절한 수준이어서 잘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대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인도적 접근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활용하는 등 비교적 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대화 말미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새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과 외교 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라고 요청했고, 반 전 총장은 "대통령 말씀이 계시지 않아도 연설이나 세미나를 통해서 널리 입장을 전파하고 있고, 언제든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라고 화답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순수하게 자문 역할만 요청하셨고 (반 전 총장이) 수락하셨다"라며 "특별한 직책과 제안을 두고 말씀을 나누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은 당면한 최대 현안 과제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두고도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관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진 않았다.

박 대변인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사드 관련 조언이 있었다"라면서도 "저희들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술 아니겠나. 그것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대통령께서 말하셨다"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회동이 끝난 후 오찬장인 백악실 앞에서 인사를 나누자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1층 현관 앞까지 나가서 반 전 총장 배웅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반 전 총장은 한때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로 문 대통령과 경쟁했지만, 대선 불출마 선언 후 지난 4월 출국해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미국에 체류해 왔다. 한국에는 문 대통령과의 오찬 등을 위해 전날 일시 귀국했다는 후문이다.

반 전 총장은 대선 후인 지난달 18일 문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반기문 #문재인 반기문 #한미정상회담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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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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