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에서 녹색 방울토마토가 달리는 거 아세요?

미리 캐 맛본 햇감자의 맛이 그만입니다

등록 2017.06.03 18:03수정 2017.06.0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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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신록에 맑은 햇살이 내리치는 싱그러운 여름의 길목입니다.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합니다.

숲 어디에선가 바람결에 실려 오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초여름의 한낮을 평화롭게 장식합니다.

'뻐꾹 뻐뻐꾹' 뻐꾸기가 목청을 자랑합니다. 청아한 목소리의 휘파람새도 예쁜 노래를 들려줍니다. 칼칼하게 쉰 목소리의 장끼가 울어댑니다. '구구 구구'하며 소리 지르는 산비둘기도 숲속의 합창대원입니다. 함께 뒤섞인 새들의 합창은 자연이 들려주는 하모니입니다.

비운의 꽃, 감자꽃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우리 텃밭작물들도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며칠 전부터 감자밭에는 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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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텃밭에 있는 감자밭. 밑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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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감자밭. 올핸 가물어서 꽃이 많이 피지는 않았습니다. ⓒ 전갑남


일감을 찾아 잠시도 손을 놀리지 않으신 이웃집아저씨가 놀러오셨습니다. 오늘은 심심하신 모양입니다.

오시면 자기네 텃밭에 자라는 작물과 우리 밭작물을 비교하면서 훈수를 아끼지 않으십니다.

"감자꽃이나 따주지 않고 뭐해?"
"좀 예뻐서 놔두고 보는데요."
"볼 게 따로 있지! 쓸모없는 거 뭐한다고 놔둬? 따줘야 밑이 실한 법이여!"
"별 차이 없다는 사람도 있던데요?"

아저씨는 내 말에 손사래를 칩니다. 감자꽃은 달리는 열매를 거두는 것도 아니고, 미리 따 줘야 밑이 튼실하다고 합니다. 꽃으로 가는 영양분을 미리 제거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론상 그럴 듯하지만, 감자꽃을 따주지 않아도 실제 밑이 드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규모 감자 경작지에서는 꽃을 따주는 수고에 비해 결과는 별로라고 합니다.

감자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예쁩니다. 암술대를 둘러싼 샛노랑 꽃밥에 다섯 개 별모양 자주빛이 섞인 흰 꽃잎이 조화를 이뤄 멋진 모습을 연출합니다. 모양은 거의 가지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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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양의 꽃잎과 노란 꽃밥이 조화를 이룬 감자꽃. 소박한 멋이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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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빛 꽃잎의 감자꽃. 보면 볼 수록 아릅답습니다. ⓒ 전갑남


이런 소박하고 수수한 감자꽃이 사람들의 관심 밖이라니! 관심은 둘째 치고 미움까지 받습니다. 꽃이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전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사람 손에 잘려 나가기까지 합니다. 어찌 보면 감자꽃은 비운의 꽃입니다.

비운의 꽃이어서 그런가요? 감자꽃의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는 주인이 하라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어 붙여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자는 땅속줄기 마디에서 가느다란 줄기가 나옵니다. 그 줄기 끝에 커진 덩이줄기가 우리가 먹는 감자로 자랍니다. 꽃이 피어 열매 맺는 것과는 상관없이 수확을 하는 것입니다.

아저씨가 감자꽃을 따주며 밭고랑을 왔다 갔다 하시다가 나를 부릅니다.

"여기 좀 와보라구?"
"뭐 있어요!"
"아니, 감자열매가 보여서!"
"감자열매요?"

아저씨가 가리킨 곳에 자잘한 열매가 보입니다. 감자열매인 것입니다. 잎과 색이 똑 같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익지 않은 방울토마토와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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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간혹 달렸습니다. 작은 방울토마토 같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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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자리에 맺힌 감자열매. ⓒ 전갑남


감자열매는 토종감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 심는 개량감자에선 많이 달리지 않습니다. 예전엔 감자꽈리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감자꽃에 달린 열매는 독이 있어 먹어서는 안 됩니다.

감자꽃이 5월 하순경부터 피기 시작하면, 뿌리 근처의 땅은 갈라지며 튼실한 밑이 들기 시합니다.

미리 캐 먹는 햇감자의 맛

노상 늦게 퇴근하는 아내가 일찍 들어왔습니다. 내가 낮에 본 감자열매를 보여주자 신기해합니다.

"여보, 감자열매를 보니 밑 들었겠죠?"
"아마 그럴 걸. 좀 덜 여물어서 그렇지!"
"좀 캐 먹으면 어떨까?"
"자잘할 건데?"
"그래도 햇감자니까 미리 맛을 보죠."

삼월 말경에 씨감자를 쪽을 내어 심었는데, 과연 얼마나 굵어졌을까? 땅속에 숨겨진 세계가 궁금합니다.

내가 서너 뿌리를 쑤욱 뽑아봅니다. 뿌리에 하얀 알갱이들이 줄줄이 달려 나옵니다. 씨알이 생각보다 굵지 않습니다. 그래도 먹을 만한 크기입니다.

아내는 수확한 감자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깁니다. 햇것이라 그런지 쉽게 벗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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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리 캔 햇감자. 칼로 깎지 않아도 수저로 긁으면 금세 벗겨집니다. ⓒ 전갑남


"굵은 것은 쪄먹고, 자잘한 것은 된장국을 끓여먹읍시다."

압력밥솥에 감자를 안치고 소금을 조금 뿌립니다. 얼마 안 있어 밥솥에서 '칙칙' 소리가 나자 아내는 밥솥을 흔들어댑니다.

"당신, 밥솥은 왜 흔들어?"
"이렇게 하면 분이 생겨서 맛있어요."

감자 찌는데도 요령이 있는 모양입니다. 밥솥에서 김이 빠지고 뚜껑을 여는데, 삶아진 감자가 갈라져 분이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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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감자를 찌면 파슬파슬한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 전갑남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 감자가 먹음직스럽습니다.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며 먹는데 그 맛이 좋습니다. 따뜻해서 그런지 파슬파슬합니다. 

손수 가꿔 미리 먹어본 햇감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맛이 이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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