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생은 왜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가

단식에 구급차 실려가는 등 내홍 장기화 ... '3신'도 이사회 둘러싸고 몸살

등록 2017.06.07 14:26수정 2017.06.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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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신학대학교 전경. 외딴 섬처럼 보이는 텐트에서 학생들은 이사회 퇴진과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 고동완


캠퍼스 한가운데 텐트가 차려졌지만 외딴 갈라파고스나 다름없었다. 지난 6일, 공휴일을 맞이해 종교 행사에 참석하려는 이들로 캠퍼스가 한동안 붐볐지만, 텐트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시선이 모이지 않은 그곳에, 한 학생이 절박감에 해묵은 문제를 풀어보고자 단식에 나섰다.

이종화 종교철학과 학생회장은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텐트에서 지난 16일 동안 단식했다. 그동안 소금과 물로 버텼다. 엊그제 녹색병원 소속 의사가 몸 상태를 진찰했더니 이 씨의 혈당은 보통의 단식자보다 낮은 60대가 나왔다고 한다. 황달 수치는 정상인보다 2배가 높게 나왔다. 탈수 증세도 겹쳐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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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에 나섰던 이종화 학생. ⓒ 고동완


16일 동안 단식까지... 위험을 무릅 쓴 이유

기자가 만나본 이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투지를 잃지는 않았다. 이씨는 "학교가 직선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이씨의 건강 상태는 계속 악화됐고 7일 12시 30분경 구급차로 실려 갔다. 이씨의 바통을 이어받아 8일 백현빈 기독교교육학과 학생이 농성에 나설 계획이다. 백씨는 "총장 직선제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농성을 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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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12시경 단식을 하던 이종화 학생이 구급차로 실려나가는 모습. ⓒ 장혁


이씨가 생명의 지장을 무릅쓰고 단식에 나서게 된 건 특정인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과 이사회 문제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규학 감리신학원 이사장은 권한을 대폭 강화한다. 교무처장을 비롯한 보직을 이사장의 승인을 얻어야만 임명할 수 있다고 정관을 바꾼 것이다. 또 교수 승진과 임용에서 '이사장 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학과를 비하하는 내용의 막말도 논란이 됐다.


다음 해 총여학생회장이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이에 5월경 이 이사장은 사퇴했지만 2016년 이사장 직무 대행으로 돌아왔다. 이어 임기가 만료된 총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문제를 놓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이사회는 이 직무대행을 동조하는 쪽과 그러지 않은 쪽으로 쪼개진 상태다. 이사회 운영이 표류함에 따라 돌아온 피해는 학생 몫이 됐다. 양측의 분열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교수 충원과 같은 시급한 현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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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 1층 벽면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학생들 열망이 빼곡하다. ⓒ 고동완


영향력에 좌우되는 이사회... "총장 직선제로 가야"

감신대의 상황은 기독교 사학의 구조적인 한계와 맞닿아 있다. 기독교 사학의 이사회 구조는 교단 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주로 목사들이 학교에 이사로 파견된다. 이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장을 선출한다. 이사가 교단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교단의 저명한 사람이 막후에서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경우, 이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

감신대 문제가 장기화된 것도 이런 요인 때문이다. 이 직무대행은 인천의 한 교회에서 목사직을 겸하고 있고 현재 아들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김아무개 감신대 신학과 교수는 "이씨가 감리교 교단에서 인맥과 상당한 파워를 갖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직무대행이 결단을 하지 않고선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 것이다.

학생대책위원회는 이 직무대행의 사퇴뿐 아니라 총장 선출과 보직 교수 임명 등 이사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종화 학생회장은 "소수 이사들에게 독점된 총장 선출권을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에게 고루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학생들이 '밀실 의논'에서 배제를 당하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8월에 있을 총장 선출을 앞두고 학생들이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대책위는 직선제에서 학생이 30%의 투표 비율을 가지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첫 총장 직선제를 치른 이화여대는 학생 비율이 8.5%였다. 백인혁 신학과 학생은 "감신대는 총 재학생이 1500명 남짓이라 여타 종합대학과 달리 학생 규모가 적어 학생 비율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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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이사회 퇴진과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캠퍼스 한 가운데 텐트를 설치했다. ⓒ 고동완


'3신'도 도마 위에

감신대뿐 아니라 '3신'도 문제다. 3신은 한신대와 총신대, 침례신대를 일컫는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인 한신대는 이사회가 교수협의회에서 추천한 1위와 2위 후보를 총장으로 결정해온 방침을 뒤집고, 3위 후보를 골라 논란이다. 김계호 한신대 부총학생회장은 "이사회에선 별다른 설명 없이 사립학교법에 근거해 총장을 뽑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회의 의결정족수가 과반수이면 총장 선임과 같은 사안을 결정하는 데 하자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 소속 총신대도 내홍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총신대는 감신대와 달리 총회(교단)와 학교가 갈등으로 양분된 상태다. 총회는 김영우 총장을 비롯한 몇몇 이사가 학교 운영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단 차원에서 이사를 해임하자는 결의를 했다. 그러나 학교는 한신대처럼 사립학교법을 내세워 결의에 응하지 않았다. 결의는 교단 소속에 그쳐 교육부 감독 아래에 있는 이사회를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침례신학대 역시 총신대와 비슷한 양상이다. 이사회 정원 11명 중 4명을 교단에서 추천하도록 한 정관에 따라 총회는 이사를 보냈지만, 이사회에선 4명 모두를 받지 않고 있다. 결국, 최소 의결정족수인 6명의 이사로 이사회가 꾸려져 오다 이사 2명이 소송에 걸리면서 학내 현안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동희 침례신학대 총학생회장은 "대학구조평가에서 '유예'를 받아 컨설팅을 수행해야 하는데, 학교 행정부서에서 준비를 다 해놔도 이사회에서 승인이 나질 않아 추진을 못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신앙의 이름으로 성역화... 이사진 변화 없이는 당장 해결 어려워

문제를 겪고 있는 기독교 사학은 삼중고에 빠져 있다고 한다. 종합 대학보다 구성원이 적다 보니 사회에서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이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학내 여론의 응집도 떨어지는 데다 신앙의 권위에 반항한다는 시선 때문에 학생들이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교회 교인들이 선거권이 있다 보니 이사를 겸임한 목사에 정치인들도 감히 말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들어지는 관심을 어떻게 붙잡을지 학생들의 고민도 짙어지고 있다. 장혁 감신대 신학과 학생은 "채플이 화요일, 목요일마다 열리는데, 설교자와 목회자가 농성 텐트를 지나쳐도 그저 무관심하다"면서 아쉬워했다. 이훈 총신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재단 운영을 둘러싸고 정치적인 싸움이 계속되면서 학내 여론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건, 지난해 11월 부산대와 올해 5월 이화여대가 처음으로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면서 직선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직접 개입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는 이상, 이사회에 힘이 실리는 현행 구조에서 이사진의 전향적인 자세 없이는 직선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방안도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법인 이사진이 학내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며 "이들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감신대 #기독교 #종교 #교회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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