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공무원, 하급 직원 수개월간 상습 성희롱

대전시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소집 '0번'... '이유 있었네'

등록 2017.06.08 09:53수정 2017.06.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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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예방을 위해 관리자가 해야할 일을 정리한 여성가족부 자료 ⓒ 여성가족부 자료집


대전시가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구성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관련 사안을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때문에 그동안 예방교육 부실 등 대응체계가 허술해 피해 접수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전시 한 직원이 시청 내 타 부서 상급 공무원으로부터 수개월 간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해당 상급 공무원은 음란한 글을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이용, 지속해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감사부서와 경찰은 각각 해당 상급공무원을 '직장 내 성희롱 혐의'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죄' 혐의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피해 직원, 시청 성희롱상담창구 두드렸지만...

하지만 대전시의 초기 대응을 놓고 뒷말이 일고 있다. 애초 피해 공무원은 상급공무원의 반복된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 시청 성희롱고충상담 창구의 문을 두드렸다.

담당 직원에게 메신저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비밀보장은 되는지' 등에 대해 문의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처리 절차 매뉴얼을 보내주는데 그쳤다.

대전시청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정식으로 상담 신청을 한 것이 아니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구제 절차와 피해자 보호가 되는지에 대해서만 문의했다"며 "이때문에 처리 절차만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성희롱 상담전문가는 "피해 직원이 해결 절차와 비밀보장 여부를 물은 것 자체가 사실상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고충상담원이 처리 절차만 안내할 것이 아니라 상담을 통해 정식으로 사건 조사 및 구제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피해 직원은 시청 성희롱상담창구가 아닌 경찰과 상담했다. 경찰은 상담 즉시 상급 공무원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죄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안내하며, 사건 접수를 도왔다. 경찰은 대전시 감사관실에도 사건이 접수된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은 상담 즉시 음란죄 위반 혐의로 '사건 접수'

며칠 후 가해 상급 공무원은 업무 중인 피해 직원 사무실에 몰래 찾아가 일방적으로 '사과를 받아달라'고 종용했다. 2차 피해가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부서의 다른 직원들도 해당 상급공무원이 성희롱을 해 왔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상급자에게만 보고하고 고충처리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남여고용평등법 등 관련 규정에는 "직원은 성희롱이 발생한 상황을 인지하거나 목격한 경우 즉시 고충상담창구나 고충처리위원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피해 직원은 경찰 사건 접수 후 열흘 가까이가 지난 뒤에서야 대전시 성희롱고충상담창구에 조사 및 구제조치를 신청했다. 상급직원에 의한 성희롱의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사실상 사건 처리가 지연된 셈이다.

대전시는 신규직원에게 입사 3개월 내에 별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침도 지키지 읺았다. 시간이 안 돼 제때 예방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에서 전달 교육을 시행해야 하지만 이 또한 관리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

신규직원 3개월 내 예방교육 규정도 안 지켜

대전시 관계자는 "매년 두 차례 예방교육을 해 한 차례 빠지더라도 보충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장의 자체 점검 외에 다른 관리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매년 성희롱 예방 교육에서 빠진 시청 내 직원이 있더라도 이를 점검해 보완 교육을 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셈이다.

대전시는 자체조사 결과 상급공무원의 행위가 피해 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대전시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8일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소집,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전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사건 심의를 위해 소집된 것은 지난 2007년 심의위원회 구성 이후 10년 동안 처음이다.

8일 성희롱심의위원회 개최... 10년 만에 처음

대전시 관계자는 "시청 내에서는 성희롱 접수 사건이 없었고, 지난해 출자출연기관(산하 유관기관)에서 2건이 있었지만, 정식 상담은 신청하지 않아 종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출자출연기관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의 상담 및 처리 권한은 해당 출자출연기관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성희롱 상담전문가는 "피해 직원이 오랫동안 피해를 감수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 이번 사건으로 볼 때 시청 내 예방 및 대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희롱 발생 초기부터 사건을 신고하도록 격려해야 한다"며 "시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예방 교육 등 성희롱예방 추진계획을 재수립하고 조직문화,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성희롱심의위원회 #성희롱예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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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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