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마크' 찍힌 화장품을 사야 하는 이유

[주장] '실험동물지킴이' 법안 발의 환영... 생명존중을 위한 '착한 소비'도 필요

등록 2017.06.09 21:56수정 2017.06.0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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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실험동물지킴이 법안 2종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동물 실험 후의 처리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많은 동물들이 실험 후 그대로 안락사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제재 규정을 강화하고, 실험 이후 회복된 동물은 일반 가정에 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윤리적인 동물 실험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며, 이와 관련해 6월 15일 실험동물복지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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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실험은 오로지 인간을 위한 희생이다. ⓒ pixabay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일명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실험동물을 제대로 조명하지 않는다.

동물 실험은 의학품이나 피부 미용 제품 등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실시한다. 실험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견종은 바로 비글인데, 비글이 실험동물로 선호되는 이유는 사람을 잘 따르고 온순하여 다루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동물보호단체 PETA가 공개한 실험 영상에서는 샴푸 품질 테스트에 투입되어 끊임없이 얼굴로 쏟아지는 샴푸를 받아내다 끝내 두 눈이 모두 멀고 마는 비글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렇게 평생을 실험실에서 보내다가 몸 일부가 망가지는 비글 대부분은 마지막에 안락사 된다.

사실, 현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유기동물보다 더 많은 동물이 실험실에서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동물실험에 쓰이는 동물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1억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실험의 종류에 따라 투입되는 동물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마스카라 테스트에는 눈물이 나지 않아 눈에 발린 마스카라를 씻어내지 못하는 토끼를 쓴다. 기계 틀에 토끼의 얼굴을 고정해두고 마스카라를 3천 번이나 바른다. 이 과정에서 토끼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털을 민 기니피그의 피부에 화장품 원료를 반복적으로 바르면 때로는 화상을 입고, 대부분은 죽는다. 물론 현재는 이 실험들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상태다.


동물 실험, 꼭 해야만 할까

생명에게 행하기에는 너무나 잔인해 보이는 동물 실험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 연구를 위한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는 점 때문이다. 인간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미연에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 실험은 여전히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동물 실험은 오로지 인간을 위한 희생이라는 점에서, 최소한 윤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물 실험에 있어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3R 원칙이 있다. 'Reduction: 필요한 수만큼만 동물실험을 해야 하며 불필요하게 해서는 안 된다', 'Refinement: 받는 고통을 최대한 감소시켜야 하며 죽는 순간에도 마취 등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Replacement: 최대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는 것이다.

더불어 동물 실험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이러한 희생을 감수하고 이루어지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윤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검증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동물과 인간은 결국 다른 종이며, 실험 결과가 일치할 확률은 고작 25% 이내라고 주장한다.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며, 또한 인간과 같은 지구상의 생명 개체에 대해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높다.

무엇보다 현재는 인간의 세포를 배양하거나 인공 피부에 실험하는 대체 실험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간단하게 여겨지는 동물 실험이 여전히 관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각 나라에서는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 유럽에서는 2009년에 화장품 원료나 합성 원료에 있어서 동물 실험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실험 시설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동물 실험은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는 건 너무하잖아요

동물도 엄연한 생명이다. 동물 실험을 당장,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무분별한 동물 실험은 사라져야 한다. 또한 현재도 인공 칩이나 인공 장기들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듯이, 인간 외의 다른 생명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않을 수 있는 대체 방안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실험 이후 회복된 동물이 일반 가정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번 실험동물지킴이 법안 발의가 동물들의 최소한의 권리 보장과 생명 존중을 위한 뜻깊은 전환점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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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인도적 화장품을 뜻하는 리핑버니 마크 ⓒ 리핑버니

더불어 일반인들도 실험동물을 위한 '착한 소비'를 실천할 수 있다. 인도적 화장품, 즉 '동물 실험을 행하거나 타 기관에 의뢰하지 않았다'는 인증을 받은 제품은 '리핑 버니'라는 토끼 모양 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기업에 관심을 갖거나 혹은 윤리적인 실험에 대한 표기와 인증을 요구하는 것은, 실험동물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줄여나갈 수 있는 작은 걸음이 될 것이다.
#동물실험 #실험동물 #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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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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