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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된 '촛불집회', 보는 내내 울컥

[변영주 감독] 13편 영화에 담긴 우리 이야기... 23·24일 광화문 광장서 상영

17.06.14 10:27최종업데이트17.06.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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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항쟁, 그리고 1987년 6월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기억할 때, 우리는 당시 방송국들에서 보도한 뉴스영상을 소환해야만 한다. 모든 물질적인 역사는 현장 바깥의 외부인에 의해 기록되어왔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 스스로의 눈이 없던 시절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꼼꼼하게 오랫동안 기록해온 '노동자 뉴스 제작단'의 활동을 시작으로 독립영화는 변혁의 주체인 시민의 굳센 팔뚝 언저리에 작은 카메라를 달아 주었다. 그렇게 영화는 세상의 움직임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고 이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영상을 통해 소환할 수 있게 됐다.

용산 참사, 쌍용차를 비롯한 많은 해고 노동자들의 항쟁, 밀양과 강정의 시민들, 그리고 세월호의 기억까지. 독립영화는 이제 현장 그 안에서 역사를 기록하고 사람들의 숨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독립영화인들의 헌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인해 우리는 그 숨소리를 다른 동네의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6월 23일에서 24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상영되는 '박근혜정권 퇴진을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 프로젝트 제작팀'의 영화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독립영화 활동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당신들로 인해 우리는 계속 기억해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 최종호


<광장에서> 스틸 사진 ⓒ 최종호


이틀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영화 상영

23일 상영하는 '광장'은 열 명의 감독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와 광화문 촛불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열 개의 영화를 묶은 옴니버스 프로젝트다. 어린 아이들은 세월호의 언니 오빠들을 기억하기 위해 '고래'를 만들고, 성주의 여성은 자신들에게 불현듯 찾아온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세상과 손을 잡기로 결심한다. 누군가는 광장에서 인간의 탐욕에 의해 산 채로 묻히는 동물들을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산의 지하철역에서 청소를 하는 여성을 소환하여 노동과 세상의 변화를 연결시킨다.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동시에 우리는 우리 마음 깊은 곳의 비민주적인 자아와 조우하며 그런 불완전한 서로를 바라보며 토론한다. 그야말로 광장 그 자체가 영화라 할 수 있다.

24일엔 세편의 다큐멘터리와 만나게 된다. < 광장@사람들 >은 촛불광장에서 사회를 보고 박근혜정권 퇴진행동에서 활동한 두 명의 인권운동가를 카메라 앞에 세워 그들의 인도를 통해 촛불 역사를 기억하고 회고하는 영화다. 성공할리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시작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광장으로 모인 사람들 각자가 서로에게 감동받고 힘을 얻어 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며 희망을 노래하던 그 겨울의 기억까지. 그리고 또 미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치고 세상에 변화를 촉구하라고 결의하던 그 순간에서 헌재의 결정문이 낭독되던 그 푸르던 날의 기억까지. 영화는 기억을 소환하며 감정을 끓어 올린다. 보는 내내 울컥했던 장면들이 많은 것은 우리가 신나게 공유할 소중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광장에서>는 카메라를 좀 더 시민들 가까이 가져간다. 앞선 영화가 뼈대와 깃발, 전체의 공기를 표현하고 있다면 <광장에서>는 그 깃발을 든 손,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숨소리, 왜 서로 다른 우리가 이곳에 모여 손을 잡기로 결심했는지를 구체적인 인터뷰로 구성한 작품이다. 촛불 광장이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시작된 무엇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이 나를 외면하고 있다며 상처를 받던 개개인이 어느 날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소심하게 손수건 크기의 깃발을 하나씩 들고 나왔다가 변혁의 물길을 터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 김환태 감독


<일상의 촛불> 스틸 사진 ⓒ 김수목


<일상의 촛불>은 그 다음의 이야기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그 다양한 세상을 향한 희망이 구체적인 일상의 삶에서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품이다. 박근혜정권의 몰락으로 그 모든 것이 해결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정부에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해야 하고 그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또 즐거운 연대를 해야 하는지를 묻는 미래의 영화다.

그리고 이 세 작품은 결국 하나의 소리를 만들고 있다. '영화는 세상에 복무하고 이를 보여주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라고. 그날 광장으로 함께 모이자. 우리의 얼마 전을 기억하며 우리의 미래를 함께 꿈꾸자.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 기록물을 세상에 선물한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광장에서 '광장'을 상영하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오는 23일과 24일 양일간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아래 기록기념위) 상영회를 연다. 이번 상영회는 23차에 걸쳐 타오른 정권 퇴진 촛불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묻고 광장의 촛불을 일상의 광장으로 가져올 방법을 찾으려 한다.

23일 오후 7시에는 서울인권영화제, 인디포럼에서 상영된 박근혜정권 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을 상영할 계획이며, 24일 오후 6시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최초로 '모든 날의 촛불' 프로젝트가 공개될 예정이다. '모든 날의 촛불'은 < 광장@사람들 >과 <광장에서>, <일상의 촛불>을 묶은 125분의 다큐멘터리로 기록기념위가 제작했다.

23일부터 24일 양일간 광화문 광장에서 '광장에서 광장을 상영하다'라는 이름의 촛불 영화제가 열린다. ⓒ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변영주 감독 광장 촛불 노동자 뉴스 제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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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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