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하늘에 '거대한 불기둥' 9일째 활활

대한유화 온산공장 150m 굴뚝에서 24시간 화염 방출, 환경오염 우려까지

등록 2017.06.14 08:20수정 2017.06.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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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울산 울주군 대한유화 온산공장의 화학제품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염이 울산 도심 밤하늘을 9일째 밝히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함께 치솟고 있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대한유화 온산공장은 최근 설비 증설공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으며, 기존 설비 내에 남아있던 비정상 화학제품을 처리하기 위해 24시간 플레어스택(flare stack)을 가동 중이다.

거대한 굴뚝 모양의 플레어스택은 화학제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잔류 화학물질이나 비정상 제품을 연소시켜 처리하는 설비로, 대한유화 온산공장의 플레어스택은 높이가 150m에 이른다.

재가동 첫날부터 이곳 플레어스택 꼭대기에는 길이만 20m가 넘는 거대한 화염이 치솟으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엄청난 밝기로 인해 야간에는 육안으로 제대로 쳐다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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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어스택의 강렬한 화염 지난 12일 새벽 2시. 대한유화 온산공장 플레어스택의 모습. 깊은 밤이지만 대한유화 온산공장 플레어스택의 화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300m 떨어진 또 다른 기업체의 내부가 훤힌 다 보인다. 이곳에서 조차 불빛을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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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본 화염 150m 높이의 대한유화 온산공장 플레어스택. 꼭대기의 화염을 카메라 줌렌즈로 찍은 모습이다. 카메라 셔터속도 800. 맨 눈으로 너무 밝아 볼 수가 없다. ⓒ 최수상


영문 모르는 시민, 불안감 속에 화재오인 제보 잇따라

하지만 24시간 쉼 없이 가동되는 탓에 화려한 장관과는 달리 의도치 않은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9일째인 13일까지도 울산 온산공단 일대는 밤하늘은 조명탄을 쏘아 올린 것처럼 밝고, 이곳과 가까운 울산 남구 야음동과 삼산동 등 울산 시내에서도 오렌지색의 붉은 밤하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온산공단에서 울산만을 가로질러 수km 떨어진 울산 북구 염포동 일부 고층아파트에서는 밤새 일렁이며 밝게 빛나는 불빛으로 밤잠을 설치는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로부터 언론사나 119에 화재를 오인한 제보만도 수백 건에 이르고 있다.

홍 아무개 씨(48· 북구 염포동)는 "지난주 반대편 석유화학단지에 갑자기 섬광과 함께 밝은 빛이 발생해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119에 신고했고, 지금은 밤마다 거실 유리창에 일렁이는 불빛으로 인해 생활불편도 크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뜨거운 열기로 가로수 메말라, 환경오염 우려

울산환경운동연합도 플레어스택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그을음, 또 소음문제를 지적하며 환경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굴뚝이 있는 회사경계 철조망 밖의 가로수 중, 작은 관목들의 잎은 대부분 불꽃의 열기로 인해 말라 죽었고 사람이 철조망에 있어도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밝혔다.

또 "그을음 발생을 억제하고 완전연소를 위해 플레어스택에서 내뿜는 스팀의 소리가 일대를 뒤덮어 낮 시간대 500m 떨어진 곳에서도 옆 사람의 말을 듣기 힘들 정도고 밤이 되면 주변 민가는 온통 소음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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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에 고사한 가로수 울산환경운동연합이 플레어스택에서 뿜어나온 열기로 인해 고사했다고 주장하는 관목 가로수들. 사진 오른쪽 철책 안이 대한유화 온산공장이고 이곳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플레어새택이 위치해 있다. ⓒ 울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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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유화 온산공장 플레어스택에서 배출되는 그을음. 울산환경운동연합은 화학제품을 연소할 때는 백연(하얀색 연기)가 나와야 정상이며, 그을음은 중금속 등을 포함할 수 있어 대기오염을 유발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 울산환경운동연합


특히 화염과 함께 배출되는 그을음은 나프타에 들어있는 온갖 중금속이 그대로 불완전연소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이라며 대한유화 측의 솔직한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중금속이 가득한 불량품을 처리하면서 아무런 기한도 정하지 않고 솔직한 설명도 없이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사전 통보'했다는 말 한마디로 슬쩍 넘어갈 정도로 울산시민은 눈과 귀가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울산시에 대해서도 "법규위반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소음측정이라도 현장에서 제때 해보고 주변 식목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사후에 원상복구를 하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유화 측 '규정에 맞게 운영 중, 다만 당분간 플레어스택 가동은 계속

이에 대해 대한유화 온산공장 관계자는 "설비 증설과 관련해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플레어스택을 가동하기는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생소한 모습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플레어스택의 설치와 가동은 법규에 따라 이뤄지고 있고, 울산시청과 울주군의 환경 관련 부서에서 현장을 계속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가동 중인 플레어스택의 종료는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경험상 한 달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민들에게 양해를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뉴스행동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유화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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