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등 학교'의 감춰진 얼굴
폭력 뒤엔 '체벌감수 서약서' 있었다

울산 우신고 학생인권침해는 이렇게 발생했다... 학생들, 징계결과 실망 - 경찰수사 기대

등록 2017.06.16 21:17수정 2017.06.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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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SNS를 통해 확산된 울산 우신고등학교의 학생인권침해 실태가 울산 지역 교육계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우신고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충격적인 제보가 이어졌고, 교육당국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관심 있게 추이를 지켜봤다.

결국 지난 14일 학교는 관련 교사 10명을 징계하고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향후 경찰수사 여부가 남았지만 학교 측은 이쯤에서 일단락되길 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관련교사 징계 대한 SNS상의 반응은 되레 차갑다. 학교 측이 원하는 대로 되더라도 이번 사태가 비단 우신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들은 계속해 불씨를 남기고 있다.

울산 우신고 학생인권침해 사태를 시간흐름으로 정리해보고 ▲ SNS의 위력과 학생인권침해 실태 ▲  우신고 및 울산시교육청의 대응 ▲ 사태의 원인과 배경 ▲ 지역교육계의 목소리 ▲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 기자 말

울산 우신고등학교 지난 14일 울산 우신고등학교가 학생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된 교사 10명을 징계했지만 sns상에서의 학생들 반응은 오히려 냉랭하다. 경찰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는 양상이다. ⓒ 최수상


울산 우신고 학생인권침해 사태 일지

6월 3일
- 0시 52분 트위터에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이름의 계정 생성
6월 4일
- 해당 계정에 우신고 교사들의 폭행과 폭언 및 수업 중 야동과 섹스 이야기 등 성적 수치심 유발 발언이 처음으로 제기됨

6월 5일
- 해당 계정에 몰래카메라 사건을 비롯한 교사의 성희롱 발언, 교사들의 언어폭력 및 체벌 등 인권침해 사례 15건이 잇따라 게재됨
- 경찰, 이날 학교체육대회에서 고3 학생 5명이 교사에게 뺨을 맞았다는 신고 접수, 조사결과 학생을 꿇어앉히고 귀밑머리를 당긴 정도로 미비했다며 사건 종결
- 경찰, SNS에서 우신고 교사들의 학생인권침해 사실 인지, 울산시교육청에 수사협조 요청

6월 6일
- 학교 측 5일 체육대회 사건과 관련해 고3 학생들에게 사과
- 해당 계정에 또 다른 체벌, 폭언, 성희롱 제보 6건 게재됨
6월 7일
- 울산시교육청 우신고 학생 939명 대상으로 학생인권침해 사례 설문조사 실시


6월 8일
– 김기조 학교법인 이사장 및 교사 전원, 강당에서 전교생 대상으로 공개사과
- 울산시교육청, 우신고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학생인권침해 교사 6명 이상 징계 요구
6월 9일
-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 계정에 졸업생들의 각종 피해사례 계속 제보됨

6월 12일
- 울산교육연대 기자회견, '우신고 인권 유린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 구성 촉구
- 학교 측 전교생 야간자율학습 완전 자율화, 보충수업 잠정 중단, 토요일 자율등교 등 조치

6월 13일
- 울산시교육청, 우신고 학생인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기자회견 및 '학생권리 보호 조례 제정' 검토 발표
6월 14일
- 학교 측 징계위원회 개최, 관련교사 10명 중 1명 중징계(정직 1개월), 5명 경징계(1개월 감봉 2명, 견책 3명), 4명 경고 처분. 학교장 명의 공식사과문 발표, 징계위원회 결과 누리집 공지

우신고 실태 트위터 통해 확산... 성적 수치심 유발 발언까지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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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에 올라온 제보 글 중 하나. 사회수업시간 중 예시로 한 여학생을 지목해 옆반 남자반 학생이 지목된 여학생을 강간했다는 등의 상황을 설정해 수업을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 트위터 갈무리


지난 3일 0시 52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이름의 계정이 생성됐다. 계정 운영자는 "선생님들의 부당한 태도를 고발하기 위한 계정"이라며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국민신문고 등에 신고를 하는 게 학생들이 너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SNS를 통해서라도 알리기 위해서"라고 생성 이유를 밝혔다.

이후 해당 계정에는 충격적인 내용의 제보가 이어졌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까지 교사들로부터 입은 신체적 피해와 성희롱, 모욕적인 폭언 등이 줄을 이었다. 교사의 폭언과 욕설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례와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다가 과도한 체벌을 당한 사례, 심지어 강간·섹스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속옷 훔쳐보기, 몰카 사건 무마하기 등 성추행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제보는 하루에 수천 건 또는 수백 건씩 또 다른 SNS를 통해 확산됐고, 삽시간에 울산 지역 중·고교생, 학교, 지역 교육계로 퍼져나갔다. 울산뿐만 아니라 언론과 중앙 정치권에도 제보가 접수됐다.

재학생 신분의 계정 운영자는 신빙성 확보를 위해 실제 경험한 제보만을 선별해 게재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또, 학교 측의 반응과 조치, 언론 및 SNS상의 반응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지를 모았다. 이 계정을 팔로우한 이용자만 7200명에 이르렀다.

우신고 및 울산시교육청의 대응 과정

우신고 측은 지난 5일 체육대회 과정에서 고3 학생 5명이 교사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신고로 경찰이 개입하자 심각성을 깨달았다. 경찰이 SNS를 통해 확산된 교사들의 폭력실태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학교 측은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학교법인 이사장과 교사 전원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공개사과에 나섰고 울산시교육청의 현장조사도 받아들였다.

아울러 학교 측은 학생들의 불만사항 해소차원에서 ▲ 토요일 등교 자율화 ▲ 야간자율학습 완전 자율화 ▲ 정독실 운영 중단 ▲ 방과 후 보충수업 잠정 중단 등을 발표하고 학부모들에게 양해를 당부했다. 정규수업 외 모든 학습을 자율화한 것이다.

이어 지난 14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교생 설문조사에서 학생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된 교사 10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정도가 심한 교사 1명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교사 5명에게는 감봉과 견책 등 경징계를, 교사 4명에게는 불문경고 처분했다.

울산시교육청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우신고 전교생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교사의 폭력행위 등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학생권리 보호 조례'의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신고 교사 징계 결과에 대해서는 미비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조치도 취하겠다고 밝혔다.

'체벌감수 서약서'까지 동원... 학교는 스스로 면죄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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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우신고등학교 2017년도 신입생 학교 생활 안내에 실려 있는 체벌감수 서약서. 지난 14일 <울산저널>이 체벌감수 서약서를 공개했다. ⓒ 울산저널 김규란 기자 제공

이번 우신고 학생인권침해 사태의 원인으로 '입시 성과 위주의 학교 운영'이 지목되고 있다.

우신고는 최근 몇 년 동안 한 해 6~8명씩 꾸준히 서울대에 합격시키면서 울산 지역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학교로 인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이러한 성과가 교사들의 학습지도로 인한 결과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이러한 성과의 미명 아래 교사들의 무분별한 폭력은 더 심화됐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폭력의 배경에는 '체벌감수 서약서'가 존재했다. 입학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는 이 서약서는 학교와 교사들에게 주어진 면죄부였던 셈이다.

<울산저널>이 입수해 보도한 체벌감수 서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인은 2017학년도 우신고등학교 제1학년에 입학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재학 중 교칙을 준수하여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이며, 만약 이를 위반하였을 때는 어떠한 처벌도 감수할 것을 보호자 연서로 서약합니다."

우신고 졸업생의 제보에 따르면 학교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교사들로 인해 소위 '문제 학생'으로 낙인이 찍힌 학생은 괴롭힘을 당하다 못해 인해 결국 자퇴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체벌감수 서약서까지 써낸 해당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에 말 한 마디 못하고 자식의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체벌감수 서약서'까지 동원한 학교와 폭력교사에 대항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학생들이 트위터를 이용해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고 외친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올해 신입생인 1학년과 2학년을 대상으로는 서약서를 받은 사실이 없고, 언론에 올라 온 서약서도 직원 실수로 올해 신입생 안내서에 형식적으로 포함됐을 뿐 이를 서명해서 실제로 제출한 학생과 학부모는 없다"고 해명했다.

"책임자 처벌에서 그칠 게 아니라, 제3자 결합하는 합동조사단 필요"

울산 지역 교육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과 아울러 울산 교육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상열 전교조 울산지부장은 "우신고 문제는 터지기 전부터 전교조 분회를 통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해 왔던 사안"이라며 "교육청에도 많은 민원이 접수됐지만, 우신고가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우수한 학교라는 미명하에 무시됐다"라고 말했다.

울산 10여 개의 교육단체들로 이뤄진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아래 교육연대)'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우신고 인권유린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했다.

교육연대는 "트위터 내용으로 볼 때 우신고 교사들의 폭언·폭행·성추행 등이 일상화됐음을 알려준다"면서 "이는 비단 우신고만의 문제가 아닌, 울산지역 많은 학교에서, 특히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울산 교육 적폐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신고 교사 10명이 학생인권침해 행위로 징계를 받은 지난 14일에도 울산 동구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여고생이 엎드려뻗친 채 엉덩이를 매질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연대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시민단체와 울산시의회 등 제3자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전면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들, 경찰 수사 기대... 학교 측 사태해결 방법 불씨로 남아

우신고 측은 이번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고 학교 정상화에 나서겠다면서 학생인권침해 행위가 드러난 교사 10명을 징계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선 징계와 관련해 우신고 재학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SNS상에서는 "우리의 고통은 고작 정직 1개월짜리였네"라면서 경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수사가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앞서 경찰은 징계 결과를 보고 수사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이뤄진 교사들의 공식 사과에도 학생들은 회의적이다. "반성과 구체적인 사과보다는 순간을 모면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 징계위원회에서도 관련 교사들은 의미있는 반성보다는 오히려 사실을 부정하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의 사태해결 방법도 문제로 제기됐다. 학생들의 불만해소라는 이유로 야간자율학습 완전 자율화와 방과 후 보충수업을 잠정 중단했다. 1, 2학년은 다소 자유스러운 면학 분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입시를 코앞에 둔 고3까지 보충수업을 중단시킨 것은 오히려 보복성 조치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야간자율학습도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 일부 고3 학생들은 공부를 위해 사설 독서실을 찾아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신고 재학생들은 "공부가 싫은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폭력과 인격모독인 발언을 내뱉는 선생님들의 행태가 싫은 것", "학교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뉴스행동에 동시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신고등학교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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