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_젊은이 #지드래곤 #성공적

[중국사람 이야기 16] 중국 한류 이야기 ①

등록 2017.06.24 11:52수정 2017.06.24 11:52
2
원고료로 응원
a

지드래곤 지드래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솔로 월드투어 < ACT III, M.O.T.T.E >의 첫 공연을 열었다. 콘서트 이름인 < M.O.T.T.E >는 MOMENT OF TRUTH THE END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진실의 순간’ 혹은 ‘진실 그 자체’를 뜻한다. 이는 ‘인간 권지용’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 YG엔터테인먼트


한국 가수 권지용

2017년 6월 8일 가수 권지용(지드래곤)은 <무제>라는 노래를 발표합니다. 중국에서는 큐큐(QQ)뮤직 앱에서 가수 권지용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누구나 음악 앱에서 무료로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원을 내려받으려면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가수 권지용의 신곡 앨범은 10위안(한국 돈 1650원)에 판매됩니다.

a

큐큐뮤직 앱 가수 권지용 음원 판매수 ⓒ 출처:큐큐


중국 큐큐뮤직은 가입자 수가 4억 명가량인 중국 최대 음악 앱입니다. 가수 권지용이 노래를 발표한 지 1주일째인 6월 15일 현재, 큐큐뮤직 앱에서 중국사람 100만 명이 권지용의 노래를 다운받았습니다. 큐큐뮤직 음원 판매량 순위표에서 가수 권지용의 노래는 일일 판매량과 일주일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했고 6월 15일 기준으로 누적 총 판매량 순위는 5위입니다. 

a

큐큐뮤직 앱 음원 판매량 순위표 ⓒ 출처:큐큐


중국에서 가수 권지용은 노래 발표 일주일 만에 약 17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가수 권지용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요? 글쎄요. 매출액 중 작사·작곡하고 노래를 부른 권지용에게 돌아가는 몫은 아마 10%도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건 단순히 돈을 얼마 벌었다는 사실 외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신곡 발표 일주일 만에 중국사람 100만 명이 가수 권지용의 음원을 구입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봅니다.

권지용에 환호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권지용 효과'

2017년 봄, 한국은 미국 무기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로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겪게 됩니다. 그 후부터 중국 정부는 드러나지 않게 중국사람에 한국 상품을 구매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여행가는 유커도 줄었고, 중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상품도 매출액이 줄었지요. 그리고 지금도 이런 기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가수 권지용이 중국 음악 앱에서 중국 노래를 제치고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 큐큐뮤직 앱에서 판매하는 음원 MP3 파일에는 별도의 락(잠금장치)이 걸려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한 사람이 노래 음원 MP3 파일을 구입하면, 여러 사람이 파일을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수 권지용의 노래 음원을 구매한 사람은 100만 명이지만, 실제 자신의 휴대전화에 가수 권지용의 MP3 노래 파일을 저장해서 듣는 사람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0만 명은 넘을 겁니다.

중국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1000만 명은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가수 권지용을 좋아하는 중국사람은, 중·고등학교 여학생이거나 여성 대학생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그들이 젊은 시절 잠시 유행가를 좋아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가수 권지용의 노랫말이 한국말이기에, 그들은 가수 권지용이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수 권지용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처럼 한국이라는 나라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중국통계연감 자료에서 15세에서 24세까지 여성 인구는 8300만 명입니다. 그러니까 중국 젊은 여성 상당수가 한국 가수 권지용을 알고 있고, 그의 한국말 노래를 듣는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팬들은 관심 있는 아이돌 가수를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가수에 대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갖곤 합니다. 가수 권지용을 통해 중국 젊은 여성들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젊은이들의 취향일 뿐이라고요?

이들이 10년 뒤에는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될 것입니다. 가수 권지용에서 시작된 한국에 대한 호감은 10년 뒤에 한국 상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따져 보면 가수 권지용의 상품 가치는 수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수 권지용이 중국에 알린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운동선수의 가치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국위를 선양하는 건 올림픽 기간에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가수 권지용이 중국에서 얻는 호감도는 현재와 미래에 한국 상품 판매효과로 나타납니다.

중국사람의 '한류' 그리고 한국사람의 '한류'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가수 권지용의 노래를 왜 중국사람이 좋아하는지, 즉 한국 노래가 한국 문화가 한류가 왜 중국에서 유행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앞으로도 계속 중국에서 한류를 유행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함입니다.

왜 중국에서 한류가 유행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알아봅시다. 먼저 한국과 중국에서 한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중국사람이 외국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또 중국사람이 한류의 당사자인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예술과 중국 예술의 어떤 부분이 다르기에 중국사람이 한류를 좋아하는지, 즉 한국 예술의 어떤 점이 중국사람의 정서를 건드리는지, 또 어떤 점이 중국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예술 부분과 국민 기질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이 방대한 주제를 총 4회에 걸쳐 다루고자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한류'를 "우리나라의 대중문화 요소가 외국에서 유행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조금 부연하자면 한국의 대중문화, 즉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방송·음악·패션 등이 해외에서 인기리에 소비되는 문화적 현상이라는 것이지요. 한류를 소비하는 해외 나라는 많습니다. 한류를 소비하는 해외 나라 중에서 수십 년간 계속해서 한류를 좋아하고 또 그래서 한류 매출이 가장 큰 나라는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에서는 한류를 어떻게 정의할까요?

a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 ‘한류’ ⓒ 출처: 바이두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한류'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중국에서 한류는 처음 바둑에서 시작됐는데, 그 후 한국 문화가 다른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변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한류는 구체적으로 한국 패션·음악·연속극·영화·오락 콘텐츠 분야라고 규정합니다. 또 중국 언론매체가 맨 처음 '한류'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 후 한국 언론매체와 학계에서 사용하면서 한국에서는 한국 문화산업을 해외에 수출하는 용어로 사용된다고 설명합니다.

중국에서 최초로 한류를 알리고, 중국 언론매체가 '한류'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게 한 사람은 이창호 바둑 기사입니다. 바둑을 좋아하는 중국사람은 한국 바둑 기사 이창호가 세계 대회에서, 중국 바둑 기사를 상대로 계속 이기자 기사를 쓰면서 '한류'라는 단어를 만든 겁니다. 왜 중국 언론매체가 한국 바둑 기사 이창호 관련 언론 기사를 쓰면서 '한류'라는 단어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한데, 그 이유는 후속 기사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바둑에서 시작된 한류를 한국 대중문화 전반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데 제일 처음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가수 이정현입니다.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은 한류를 설명하면서 가수 이정현을 한류의 시조(始祖)라고 소개합니다. 이정현은 변신의 여왕(百變天後)으로 중국에 한국 대중문화를 최초로 소개했고, 그 후부터 중국사람에게 한류가 유행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 씨앗을 처음 뿌리고, 중국사람에게 한류 대중문화는 이렇게 생겼으니 중국사람이 좋아할 만하다고 알린 사람이 가수 이정현이라는 거지요.

a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 ‘한류 발전 설명’에 나오는 가수 이정현 ⓒ 출처:바이두


중국사람에게 처음 소개된 한국 대중가요가 바로 가수 이정현의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사람은 가수 이정현의 노래에서 중국문화와 다른 독특한 한국문화 모습을 느끼고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기 시작한 겁니다. 한국 가수 이정현 노래의 어떤 부분이 중국사람의 정서를 건드리고 감성을 자극했는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 장소에 불교 사찰과 그리스 신전이 함께

최근 중국 정부는 국내 경제를 활성화해 내수를 살리기 위해 국민에게 여행을 가라고 홍보합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중국 친구들이 봄에는 꽃 구경을 가고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갑니다. 지난해 가을 중국 친구를 따라 인근에 있는 산에 단풍 구경을 갔습니다. 단풍을 구경하면서 산길을 걷다 보니 오래된 절도 있고 도교 사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사가 오래된 불교 사찰 옆에 뜬금없이 그리스 신전이 불쑥 나타났습니다.

a

불교 사찰 옆에 있는 그리스 신전 모습 ⓒ 김기동


중국 친구에게 "아니 왜 불교 사찰 옆에 그리스 신전이 있냐"고 물으니, "보기 좋으면 됐지 뭘 그런 걸 물어 보냐"며 귀찮아 했습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절에 갔는데, 절 입구에 그리스 신전을 세우고 제우스 신을 조각해 놓은 것과 같은 겁니다.

중국에는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한족과 55개 소수 민족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는 56개 민족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한국 전통 옷을 '한복'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특별히 '중국옷'이라 부르는 옷이 없습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됐다는 한국에서도 지역별로, 문화권별로 나뉘어 다투곤 합니다. 만약 중국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싫든 좋든 다른 민족의 문화도 내 민족 문화처럼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오래 살아서인지, 중국사람은 중국 전통문화만이 최고이고 다른 나라 문화는 중국 문화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사람은 다른 나라의 어떤 문화도 보기 좋고 듣기 좋고 사용하기 좋으면 가져다 씁니다.

a

2017년5월 중국 일대일로 정상회담 환영 공연 모습 <무용수들의 의상과 동작에서 각각 아라비아, 인도, 중국 분위기가 느껴진다> ⓒ 출처:바이두


중국 역사에서도 다른 나라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당나라 시대 당태종은 유교를 국가 운영 이념으로 하면서, 정작 황제 본인은 오래 살고 싶은 생각에 도교를, 죽어서 극락에 가고 싶은 생각에 인도서 전래된 불교를 믿었습니다. 그래서 당나라 수도에는 유교 문묘와 도교 사원 그리고 불교 사찰 외에 아라비아 나라에서 전래한 마니교(고대 페르시아 종교) 사원과 유럽에서 전래한 경교(기독교 네스토리우스파) 예배당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오쩌둥은 중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독일 사람 마르크스가 만든 공산주의 사상 문화와 구소련 사람 레닌이 만든 레닌 사회주의 사상 문화를 받아들입니다. 이후 덩샤오핑은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사상 문화도 받아들입니다. 중국사람은 다른 나라 문화가 필요하면, 그리고 보기 좋고 듣기 좋고 사용하기 좋으면 유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중국사람은 다른 나라 어떤 문화든 중국 문화라는 저수지에 모두 담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나라 문화를 중국적 전통 기반에서 재해석해 중국에 알맞게 변용합니다. 인도에서 받아들인 불교는 중국에서 재해석돼 중국식 '선불교'로 변했습니다. 독일과 구 소련에서 받아들인 사회주의와 유럽에서 받아들인 자본주의도 중국에 맞게 변용해, 중국 전통문화와 버무려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a

중국 대학생이 배우는 <중국특색 사회주의 이론시스템개요> 교과서 ⓒ 김기동


중국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회주의 과목 교과서 이름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론시스템 개요(中國特色社會主義理論體系概論)>입니다. 그러니까 사회주의를 중국에 받아들인 후 중국 특색에 맞게 새로 만든 이론을 중국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거지요. 당연히 구 소련 사람 레닌이 만든 사회주의 사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에서 유행하는 한류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지와 중국사람이 다른 나라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중국사람이 다른 나라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세계 모든 나라 문화를 좋아해야 하는데, 중국사람이 유독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그래서 '한류'라는 단어를 만든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bout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중국 #중국문화 #한류 #권지용 #무제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