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팩트책]은 '팩트체크' 성격을 담고 있는 책이나 팩트체크가 필요한 책 내용을 다룹니다. [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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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 완전 정복> 책표지. ⓒ 북레시피
2015년 기준, 국내에서 팔린 라면 개수가 36억 5천만 개랍니다. 1인당 라면 소비율이 세계 1위인 나라인 게 과장은 아닌 듯합니다.
남편과 아이들도 라면을 좋아합니다. 셋은 종종 "건강에 좋지 않으니 절제하라"는 잔소리를 피해, 눈 깜짝할 사이에 냄비 한가득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행복해 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셋이 먹을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라면을 먹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 먹고 싶을 때만!"이라는 원칙을 내세우지만, 라면은 비축해두기 무섭게 종종 바닥을 보이곤 합니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 마지막 하나를 먹은 당사자를 원망하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평소 아빠보다 엄마 편인 아이들은 라면으로는 무조건 아빠 편입니다. 때때로 "엄마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것만은 아니래!"와 같은 표현으로 라면을 옹호하기도 하면서요. 이런 셋이 라면 때문에 곧잘 옥신각신하기도 합니다. 남편의 지극한 라면국물 사랑 때문입니다.
밥을 말아 자기 혼자 먹겠다는 것도 잔소리 들을 일인데, 면발 다 건져 먹은 아이가 국물을 버리는 걸 보면 "아깝게 왜 버리냐? 다 먹어라" 잔소리하기 일쑤거든요. 아이들이 라면(스프)에 대해 어지간히 주워들은 정보로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을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라면국물은 버릴 수 없는 맛인가 봅니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라면 국물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 후 라면 국물을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남편처럼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고 자랐기 때문인지 딱 두 숟갈만 말아먹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곤 합니다. 그래서 '매스컴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나쁘기만 할까?' 의심도 들었습니다.
<라면완전정복>(북레시피 펴냄)은 'mbc-능력자들'과 'tvn-수요미식회' 등을 통해 '라면덕후'로 많이 알려진 지영준씨가 들려주는 '라면에 관한 모든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라면에 빠져든 것은 군 생활 중에서 였답니다. 배고픔도 해결하고, 행정병의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어서 '세상의 모든 라면들을 다 먹어 보겠다'는 꿈을 꿀 정도로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라면 전문 블로그 운영에 이어 책까지 낸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저자는 "우리나라처럼 국민 대다수가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즐기는 나라에서 라면을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합니다.
책은 2017년 봄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판 중인 모든 라면들을 분석, 면발은 어느 정도 쫄깃하고 국물 맛은 어떤 재료를 살린 어떤 맛인지, 어느 정도 매운지 등을 책 절반 가량에 걸쳐 이야기합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100% 먹어본다. 판단이 쉽지 않거나 그러면 여러 차례 먹어 본다' 등, 어떤 라면이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합니다. 또 라면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통했던 여러 네티즌들의 의견까지 제시하며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독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라면이라든가, 각 라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맛이 전혀 다른 라면들을 섞어서 먹는 등 라면 맛있게 먹는 팁 등을 다분하게 들려주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책에 의하면 "자료만 놓고 본다면, '다른 음식에 비해 라면의 나트륨 함량이 훨씬 더 많아 라면이 몸에 해롭다는 말은 적절치 않음을 알 수 있다'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분 기준으로 짬뽕 4000mg, 우동 3396mg, 열무냉면 3152mg, 부대찌개 2644mg, 감자탕 2631mg 등 한 끼 식사만으로 1일 나트륨 섭취권장량을 훌쩍 넘어서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요.
국물이 무서운 아이들은 부대찌개 라면처럼 얼큰한 국물을 강조한 라면일지라도 국물은 절대 먹지 않습니다. 라면 국물만 먹지 않으면 그래도 안심할 수 있다 믿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라면국물의 좋지 않은 점이 부각될수록 짜장라면이나 비빔면, 스파게티 라면처럼 국물 없이 먹는 라면은 그리 나쁘지 않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며칠 라면이 좀 과했다 싶은데 그래도 먹고 싶을 땐 국물 없이 먹는 라면들을 사가지고 와 먹는 것을 보면.
'라면 국물은 해롭다=국물 없이 먹는 라면은 그나마 덜 해롭다', 틀린 상식!
'또 한 가지, 라면의 나트륨 섭취와 관련하여 오해하기 쉬운 경우가 있다. 볶음라면, 짜장라면, 비빔면 등은 국물이 없어서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나트륨 함량이 낮은데, 그렇기 때문에 나트륨 섭취에 대한 부담이 적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트륨 함량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국물이 없는 라면들의 경우는 대부분 소스를 먹기 때문에,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나트륨 함량을 거의 100% 섭취하게 된다. 나트륨 섭취를 조절할 수 있는 국물 라면과 달리 국물이 없는 라면들은 그 양을 조절하기 어렵기에 오히려 더 많은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76쪽.
사실 국물 없이 먹는 라면에 대한 제 생각도 아이들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라면을 그다지 선호하지 못하는 편인데도 국물 없이 먹는 라면들은 부담 없이 먹어왔습니다. 아이들이 주문하지 않아도 여름이면 차갑게 먹을 수 있는 비빔면을,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짜장라면을 넉넉하게 사둘 정도로 후한 편이었습니다. 그랬는데 이런 내용을 접하게 되어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7년 6월 19일 오늘, '일주일에 3번 먹는 사람이 한 달에 1회 먹는 사람보다 심혈관계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여성에게 더 안 좋다'는 라면 관련 뉴스가 보여 읽어 봤습니다. 책에서 다루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 외에는 그동안 논의되었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관련 뉴스들이 생산됐음에도 여전히 이런 뉴스들이 나올 수밖에 없음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먹는 데다가 사랑받는 음식이기 때문이겠지요. 또 그만큼 몸에 좋지 않은 데다가 여전히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여하간 이런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가급 먹지 않는 것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먹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나요. 그렇다면 최대한 많이 알고, 그것들을 참고해 최대한 건강하게 먹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그동안 간과해왔던 국물 없는 라면에 대한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어 오래 기억할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라면 생산이 총알처럼 빠른 이유는 기관총 회사의 설비 때문이다? 신라면은 1986년 출시 이래로 280억 개가 팔렸다? 진짬뽕은 짬뽕 맛을 최대한 살리고자 전국의 짬뽕집 88곳을 순례 시식 후 개발됐다? 팔도 도시락면은 러시아 국민음식? 등, 라면 관련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책으로도 기억될 것 같습니다.
라면완전정복 - 라면에 관한 모든 이야기
지영준 지음,
북레시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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