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멈춘 고리1호기, 아직 숙제는 남았다

갈 곳 없는 사용후 핵연료... 핵심 폐로 기술도 없어

등록 2017.06.19 15:57수정 2017.06.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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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잘가라 고리 1호기" 국내 첫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부터 영구폐쇄에 들어간 가운데, 그린피스 회원들이 국내 핵발전소 첫 영구 폐쇄를 축하하고,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문구를 빔 프로젝션으로 고리 1호기 벽면에 투사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고리1호기는 가동을 멈췄지만 숙제는 쌓여있다. 안전하게 원전을 해체하고 갈 곳이 없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저장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탈핵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을 짓고 운영하던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제 원전을 해체하는 회사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에 적어도 15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체계획을 짜고 준비하는 데만 2년, 사용후 핵연료 냉각과 반출에 5년, 방사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과 기타 오염물질 제거에 다시 8년이 걸린다.

원전은 짓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만큼 다시 자연상태로 돌리기까지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체 비용을 6437억 원으로 잡았지만, 처음 하는 해체인 만큼 실제 비용은 1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문제는 부족한 한국의 기술력이다. 그동안 원전을 건설만 해온 한국은 해체 분야에서는 아직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라 의견은 엇갈리지만 정부는 국내 원전 해체 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80% 정도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는 꼭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가지만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업자들의 피폭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대비도 필요하다.

정부는 적극적인 해체 기술 육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오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기술을 확보한다면 향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원전 해체 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은 모두 449기. 이들 중 1960년대 이후 지어진 원전부터 곧 해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쉽지 않은 사용후 핵연료 보관... 지역 갈등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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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0시를 기해 영구 가동 정지에 들어간 부산 기장군 고리1호기. ⓒ 정민규


원전이 없어지더라도 사용후 핵연료는 현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에까지 짐으로 남는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중저준위폐기장은 경주에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강한 방사능을 내뿜는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은 갈 곳이 없어 아직도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 중이다.

이마저도 오는 2024년이면 더는 보관할 곳이 없다. 하루빨리 안전한 보관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문제는 누구도 이를 떠안으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53년까지라도 고준위핵폐기장을 만들자는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머물러 있다.

지역 갈등은 첨예하다. 지자체별로 원전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같은 지자체 안이라도 지역 주민들 사이 생각은 엇갈린다. 원전이 지역 경제에 버팀목이던 원전 주변 일부 지역 주민들은 당장 생활 터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 반발이 더욱 크다.

독일은 원전 중심지가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 변모

전문가들은 탈핵이란 기본 가치 아래 신중하게 정책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아직 폐로와 관련한 기준이나 규정이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시간에 쫓겨 서두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앞서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17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결정했다"면서 "독일을 참고해 관료가 아닌 각계 전문가들이 정책을 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독일의 사례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는 낡은 원전을 폐쇄하고 대안에너지를 육성해 지금은 대안에너지를 대표하는 지역이 되었다"면서 "한국도 지역을 위하는 형태의 재생에너지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원전을 만들고 과잉 소비를 유도하는 기존의 방식은 더는 안 된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원전 업계는 새로운 폐로 기술을 쌓고, 대안 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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