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떨어지고 왜 나왔냐 묻자 홍준표 "나는 악역"

대선패배 책임론에도 '자신만만'... "원유철 역량 있으면 사퇴하겠지만..."

등록 2017.06.19 17:13수정 2017.06.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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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지난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새 대표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악역을 안 해봤다. 이 당에 22년간 있었으니 (이제 내가) 악역을 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악역을 자처했다. 19일 제주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 비전토크 콘서트 현장에서다. 대선 패배 책임론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당권 출마 명분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변명이었다.

홍 전 지사는 특히 "굳이 선거가 끝난 지 40일 밖에 안 됐는데 제가 나와서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도 염치 없는 행위"라며 자신이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명분은 당의 '위기'였다. 홍 전 지사는 "전직 고위 관리, 명망가들을 불러다 마치 국회 활동을 부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당에 참 많다"며 "이 당을 뿌리부터 쇄신하지 않고는 지방선거와 총선 모두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내 패권 세력을 정리하고, 당 쇄신을 이끌 '악역'을 맡겠다는 것이다. 홍 전 지사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도 "22년간 이 당에서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써 이 당을 혁신하고 다시 살리는 것에 내 소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원유철에게 맡기기에는 참..."

애당초 "당권에 매달리는 추한 짓은 하지 않겠다"며 대선 전후 당권에 선을 그어 왔던 홍 전 지사. '왜 나왔느냐'는 상대 후보의 공격이 자연히 따라 나왔다.


원유철 의원은 홍 전 지사에게 "대선을 치른 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전 후보 모두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는다"며 "홍 후보는 최근 할 사람이 없어서 (전당대회에) 나간다고 했는데,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이에 "당 대표를 할 역량을 보이면 중도 사퇴하겠다"고 응수했다.

홍준표 : 원 후보가 이 당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가지 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내가 중도 사퇴하겠다.

원유철 : 지금 사퇴하라.

홍준표 : 오늘은 조금 힘들 것 같다. 원 후보에게 맡기기에는  참... 경선 가서 보자. 역량이 보여지면 내가 사퇴하고 원 후보 지지하겠다.

당 대표를 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아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역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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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참석한 정우택-홍준표-원유철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경남지사,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원유철, 신상진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최근 도마에 오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비하 발언을 겨냥한 질문도 나왔다. 신상진 의원은 홍 전 지사에게 "언론과의 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중앙일보·JTBC와) 다툼이 일어날 수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관련 기사 : "명예훼손" 걱정하던 홍준표, <중앙>에 진짜 '피소' 위기).

홍 전 지사는 이에 "부탁 받고 하는 질문이 아닌가"라고 농담조로 물은 뒤 "전날 발언에서는 중앙일보·JTBC에 대한 내용이 한 마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 사주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사주가 부적절한 처신을 하면 그 언론 전체가 국민적 질타를 받는다"고 다시 비난했다.

그는 전날(18일) 출마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며 홍 전 회장을 직격한 바 있다. 이에 <중앙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자신의 망언에 해명하고 사과하라"며 홍 전 지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밝혔다.
#홍준표 #원유철 #자유한국당 #신사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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