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코드 맞추기? 주도권 노린 문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미국 언론과 연쇄 인터뷰... '한국 주도권' 확보 위한 포석

등록 2017.06.21 16:22수정 2017.06.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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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9일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유력언론과 연쇄적으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대북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 대화 국면 조성에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몇 가지 포석을 놓았다.

먼저 문 대통령은 20일과 21일 잇달아 공개된 미국 방송사 CBS와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등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동안 북한 문제에 양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통분모를 강조하며 미국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트럼프와 '코드' 맞추는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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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앞으로 5년간 임기를 함께 할 관계"라며 북한 문제 해결의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서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이 바로 북핵문제 아니냐"라며 "그것은 역대 미국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로, 저는 그 점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자세 덕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또 "내가 이야기하는 북한에 대한 관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관여와 같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미국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최대한 압박하고 그리고 여건이 조성하면 관여하겠다, 이런 기조 하에 지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최고 수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라는 대북정책 기조를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에서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 내 일각에서 우려를 표한 부분에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등 추가 도발이 중단돼야 대화가 가능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그는 기념사에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북핵 동결 시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대선 기간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축소와 조절을 언급한 적이 없다. 연합훈련 축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문 특보는 학자로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조언이 필요할 때 특정한 이슈에 대해 그의 의견을 구한다"라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한 논란에도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우리가 배치를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배치 결정은 전 정부에 의해 됐지만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라며 "우리는 사드 레이더 시스템과 2개의 발사대를 배치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정당한 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 장기 억류 후 풀려났다가 사망한 웜비어씨 유족에 조전을 보낸 것 역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미국과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도 "그의 가족과 미국 국민이 겪을 슬픔과 충격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기본적으로 북한에 억류된 기간에 발생한 일로, 그가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당국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핵 폐기 2단계' 구상, 트럼프 지지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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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EPA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양국 공조를 공고히 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북한을 압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그와 발맞추면서 자신의 구상을 지지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의도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 남북관계도 훨씬 평화로웠고 미국과 북한관계도 훨씬 부담이 적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 기조 하에 북한과 아무런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듯이, 우리 정부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며 "그 결과 북한 핵과 미사일이 해결되지 못하고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해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저는 금년 중으로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그렇다"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고 나아가 남북정상회담까지 열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일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김정은도 그 길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구상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신이 내놓을 북핵 해결 2단계 구상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이 북한의 체제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맹신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러나 북한의 체제와 김정은 정권을 지켜주는 것은 결코 핵이나 미사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시켜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현상의 길로 나오는 것이 오히려 북한체제가 지켜지고 북한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라며 "더 이상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멈추는 핵 동결이 우선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1단계 (북핵과 미사일) 동결, 그리고 다음 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라는 2단계 접근도 이번 회담을 통해서 논의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인터뷰 #사드 #한미정상회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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