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에도 창작'하는 김정희 시인 "시조는 신앙"

시조집 <구름운필> 펴내 ... '자전적 시론' 소개 ... "시조 부응 위해"

등록 2017.06.22 10:15수정 2017.06.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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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시조' 창작을 해온 팔순의 시인은 "시조는 신앙이며, 참선이며, 몸을 닦는 거울"이라 했다. 김정희(83) 시조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조집 <구름운필>(고요아침 간)을 통해 '자전적 시론'을 소개했다.

40대까지 삶을 반추했다. 김 시인은 "그때까지 무슨 일이든 노력만 하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난을 면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니 살림살이는 어느 정도의 기반을 갖추고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하여 저마다의 뜻을 이루어 나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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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시조시인의 새 시집 <구름운필>. ⓒ 윤성효


시인은 피붙이를 일찍 잃는 아픔을 겪었다. 김 시인은 "눈 한번 흘겨 본 일 없이 착했던 남동생이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별자리를 꿈꾸어 왔건만 어느 날 사고로 29세에 이승을 떠났고, 첫 아들은 고등고시 2차 합격을 앞두고 25살에 심장마비로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시인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순간, 삶의 의욕을 잃고 허망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며 "살기 위하여 오래 접어두었던 가계부에 옛 여인들이 내방가사를 쓰듯 한풀이, 넋두리를 이어나가며 어느날 대학시절에 배운 시조를 생각해냈다"고 했다.

시조 <망월동 백일홍>을 쓴 시인은 "1988년 어떤 기회에 망월동 묘지를 찾게 되었을 때, 나는 내 상처가 덧나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하염없는 눈물로 내 발등을 적셨다"고 했다.

그는 "무덤가 언덕바지에 붉은 백일홍이 용광로의 불길처럼 보였다"며 "민주화의 뜨거운 욕망을 불가마로 형상화 해보았다"고 소개했다.

"무쇠를 녹이리라/무쇠를 녹이리라//망월동 무덤가를 달구는 거 불가마//장대비 백말을 쏟아도 불길은 끌 수 없고"(시조 "망월동 백일홍" 첫수).


김정희 시인은 "시조는 나에게 있어 따뜻한 구원의 손길이며 은인었다"며 "불혹의 주부에게 만약 시조가 없었더라면, 가람(이병기) 선생과 인연이 없었더라면 나는 무엇에 의지했을까"라 했다.

그는 "나에게 있어 시조는 신앙이며 참선이며 몸을 닦는 거울이 되었다"며 "시조가 어찌하여 세계에서 으뜸가는 긴 역사를 가진 것인가를 몸소 체험해 보니 겨레의 희로애락을 더불어 하며 그때 그 시절의 노래로 인간의 애환을 달랬기 때문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고 했다.

김정희 시인은 "시조가 부흥했을 때 우리의 국운도 융성했다"며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위하여 시조를 부흥시킴으로써 국민정신 함양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라 했다.

"짝을 찾는 개구리의 울음소리처럼"

<구름운필>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김정희 시인이 쓴 "찻잔에 달을 띄워", "가을 성자", "혁명", "빈 가게의 노래", "꽃샘바람에", "어떤 해일", "경주 남산에 가면" 등이 실려 있다.

"겨레가 이른 해를 눈 부라리던 역사 앞에// 앞뜰에서 소리치면 뒤뜰에서 화답하듯//남녘과 북녘 개구리/쾌지나 칭칭 했으면!"(시조 "개구리, 자진모리" 셋째수).

남북통일이 연상된다. 짝을 찾는 개구리의 울음소리처럼 남과 북이 만나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르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시조처럼 김 시인은 통일이라든지 시대상을 담은 작품이 많다. 시조 "어떤 해일"은 농민들의 FTA 반대 시위를 담은 작품이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김정희 시인의 시조 세계는 동시대의 현실에 대해서 예민한 감각으로 접근하여 그 부조리와 아픔을 노래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충동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는 앞으로도 김정희 시인이 끊임없이 현실과 그 너머를 넘나들면서 어느 한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갈등과 긴장의 국면을 지니고 가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김정희 시인은 숙명여대를 나왔고, 197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그동안 여러 권의 시조집과 수필집을 냈다. 그는 한국시조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월하시조문학상, 경남도문화상 등을 받았고, 진주 새벼리에 '한국시조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김정희 시인 #시조문학 #구름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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