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용역업체 간부, 비정규직 '취업 사례금' 요구 논란

채용 앞두고 500만원 금품 요구 의혹... 노조 "벼룩 간 빼먹는 범법 행위",

등록 2017.06.22 14:14수정 2017.06.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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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은 22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취업대상자를 상대로 한 용역업체 간부의 금품 요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민규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해국제공항에서 용역업체 측이 비정규직 채용을 대가로 구직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공항공사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노동자들은 이런 일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며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22일 <오마이뉴스>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울산지부(아래 노조)를 통해 입수한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김해공항 용역업체 간부가 구직자에게 노골적으로 '사례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난다.

녹취된 시점은 지난 2013년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A씨가 용역업체 면접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면접에 앞서 직접 찾아온 용역업체 간부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구직자가 상황을 녹음한 것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이날 용역업체 간부가 요구한 취업 사례금은 500만원. 당시 통상 150만원에서 180만원을 첫 월급으로 받던 비정규직 공항 노동자에게는 석 달치 월급에 육박하는 돈이었다. 이 간부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 구직자에게 "취업하면 취업사례금으로 조금씩 받는다"면서 "세상이 그렇다"라고 말한다.

사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구직자가 묻자 "회사 사람들하고 그냥 감사의 의미로 내가 술 한잔 사는 거다"라고 설명한다.

구직자가 부담을 느끼자 돈을 나누어 내도 된다며 '할부'를 제안한다. 그런데도 구직자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다른 사람이) 내일 선발됐다고 사례금 준 거라고 오해는 하지 말라"라거나 "사례금 안 준다고 떨어진 거 아닌가 말해 봐야, 떨어지고 나서 그런 말 해 봐야 뭐 하냐"라며 취업이 다급한 구직자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공항공사 "사실관계 확인중"...해당 업체 '사실무근'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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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국제공항 ⓒ 정민규


최근 제보를 통해 뒤늦게 파일을 입수한 노조는 22일 김해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채용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한 것은 높은 청년실업률에 발버둥치는 취업준비생의 절박한 심정을 노린 악질적 범죄 행위"라면서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용역노동자를 대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추악한 범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채용을 미끼로 한 사례금 요구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김해공항에서 용역 노동자로 일해 온 A씨는 기자와 만나 "이번에 녹취를 통해 확인 된 것뿐이지 입사할 때 돈을 주고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사실 전부터 나돌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에 논란이 된 녹취 파일에도 용역업체 간부가 "통상 석 달치 봉급을 사례금으로 받는데 관리소장 같은 나이 많은 사람은 한꺼번에 받는다, 몇 백 씩"이라고 사례금이 아주 일반적인 일인 듯 강조하는 부분이 담겨 있다.

노조는 부산 강서경찰서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노조는 "취업 미끼 금품 요구 사건을 엄밀히 조사하여 범법 행위가 확인된다면 의법 처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한국공항공사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용역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는 <오마이뉴스>에 "아직은 일방의 주장"이라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용역업체는 한국공항공사를 통해 "사례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 김해공항에서는 14개의 용역업체가 750명가량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 #취업 사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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