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위한 국가 지원, 확대되길 기대한다

'그러려니'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작은 소리

등록 2017.06.22 15:55수정 2017.06.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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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면 암 환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중증환자로 등록된다. 중증환자로 관리되는 기간은 등록된 날로부터 5년간이며, 그 기간 내에 암과 관련된 치료비와 약물 등 의료용품 구입비는 국가에서 95% 지원하고 개인 부담은 5%에 그친다.


예전에는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암을 앓으면 고가의 치료비 때문에 경제적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고 더러는 가정이 풍비박산되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암 환자는 있는 재산 다 털어먹고 죽는다"라는 험한 말까지 나왔을 것인가.

그런데 2008년부터 국가가 관리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암 환자와 가족들이 당했던 경제적 고통은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암 환자의 생존율도 높아졌다고 하니 환자가 된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증환자로 등록되는 기간이 왜 5년인지는 알 수 없다. 혹자는 병원에서 개인의 의료 기록을 보존하는 기간이 5년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의사인 후배에게 물었더니 과거에는 5년 이내의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5년을 추적 관찰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약품과 시술법이 개발되어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져 현재 5년은 법으로 정한 기간일 뿐, 앞으로 단축될 것이라는 설명도 했는데 역시 맞는 대답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떻든 중증환자로 등록하여 국가가 암 환자들을 관리해주는 제도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아주 긍정적인 제도라고 본다.


국가의 지원이 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암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병원에 한 번 갈 때마다 기본적인 진료비와 각종 검사비용도 있고 입원비용 수술비용 거기에 선택 진료비까지 추가하면 빠듯했던 서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본다(선택 진료비란 환자가 원하는 의사의 진료를 요구했을 때 별도로 부담하는 비용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환자가 한 가족의 가장인 경우 경제활동을 중단하거나 또 저축이나 보험도 없다면 그 가족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심각해질 수 있는데 더러는 빚의 수렁으로 빠지는 곤란을 당하기도 하는 것 같다. 국가는 병으로 인한 경제적인 곤란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적으로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암 환자가 겪는 후유증들

또 있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그리고 수술의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가 그것이다. 병원에서도 몇 가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말을 했지만 정작 환자들만의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보면 예상 못했던 후유증으로 인해 고생하는 환자들의 갖가지 하소연을 볼 수 있다. 환자의 나이, 성별, 병의 진행 기수, 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그 강도도 차이가 있지만 거의 모든 암 환자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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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도 몇 가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말을 했지만 정작 환자들만의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보면 예상 못했던 후유증으로 인해 고생하는 환자들의 갖가지 하소연을 볼 수 있다." ⓒ pixabay


개인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다. 심장과 당뇨는 이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였기에 제외한다. 하지만 눈에는 비문증, 귀에는 이명 현상, 잇몸이 부실해지면서 생기는 치통, 비뇨기 계통의 이상, 발 시림 현상(여름인 지금도 실내에서 양말을 신어야한다.) 그리고 직장암 환자들만이 겪는 변 지림 현상….

수술 전에 없던 현상인데 병원에서는 대변으로 인한 고통 외에는 암의 후유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만난 의사들 대부분의 답변이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중증환자 지원은 같은 전대병원임에도 화순과 광주 병원의 처리가 달랐다. 그래서 물었더니 수술 후 발생하는 신체의 이상은 모두 암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암과는 별개의 병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 스스로 수술 후유증임을 증명할 길 없는 환자로서 막막한 답이 아닐 수 없다.

국가는 암 환자들 방사선 치료 항암 수술로 인한 후유증과 암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후유증을 치료하는 방안과 정책을 만들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행해 줄 것을 요망해본다.

덧붙여 또 한마디. 특히 5년이 경과한 후에도 후유증으로 인한 희귀 암 등 난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경우 당장 고가의 치료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는다고 들었다. 어떤 언론은 그런 환자들이 있는 가정의 치료비를 '재난 의료비'라고 표현했는데 국가는 이를 참고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환자 5년의 등록 제한은 탄력적으로 개선해주었으면 한다. 병으로 인해 평범한 가족이 붕괴되는 경우가 없도록 국가가 일정부분 막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수술과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가 끝난 후 병원에서 따로 처방해주는 치료제는 없다. 완치판정이 나기 전까지 병원에서는 보통 6개월에 한 번식 ct촬영 등 추적검사만 하는데 기다리는 기간은 환자에게 불안한 시간이기도 하다. 중증환자임에도 치료약도 없고 몸에는 갖가지 이상증세가 보이는데 병원에서는 후유증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

거기에 암 발병 5년 이내의 사망률이 23.7%(2014년 기준)라는 통계도 환자의 불안을 키운다. 2017년 현재 사망률이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도 최소한 5명 중 1명의 환자는 5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암의 종류와 암의 진행 상태에 따른 생존율이 다르다. 그러나 말기에 가까운 환자들에게는 5명 중의 1명이라는 통계는 자기도 거기에 포함될 개연성의 크기로 받아들여지기에 불안요인이 된다. 병원 치료는 없고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은 심하고 거기에 사망률에 대한 불안까지…. 환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대책 없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도 보완해서 환자의 불안 덜어주길

많은 환자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희망을 찾자'는 다짐의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모습을 보는데, 나는 그런 글에서 현실의 절망과 불안을 안고 사는 환자들의 내면적 역설을 읽는다. 그런 다짐이 불안을 극복하려는 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면서 자구책을 찾아가는  환자들의 외로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환자 자신과의 싸움이겠지만 그래도 환자와 가족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확한 정보가 많았으면 한다. 그리고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 해소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원예치료 웃음 치료 숲 치료 등 사회적인 치유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되고 시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최근 각종 언론 매체들이 편성하는 건강 상담이나 암의 치료법의 소개 프로를 보면 환자들의 불안을 감소시키는 내용이 아닌 경우가 많아 유감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사실을 근거로 마치 전 국민이 암에 노출된 것처럼 황당한 주장까지 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출연도 그렇지만 특정한 환자 혹은 완치했다는 사람들을 앞세워 그 사람이 먹었다는 생소한 식품을 마치 일반적인 치료약으로 광고하는 프로를 보고 있으면 방송이 올바른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선의로 해석하면 현대 사회의 환경, 식생활의 변화 등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경계하고 조심하며 정기적인 검사를 하라는 주의 촉구 차원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자극적 광고로 보이는 내용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환자들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겠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게 버티는 환자들을 상업적인 목적에서 유혹의 대상으로 삼는 일만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국가 기관에서는 내용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등 엄격한 규제가 있기를 요망한다.

물론 소비자인 환자와 가족들도 그런 광고성 프로그램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할 것이다. 수술 후 치료를 사실상 병원 치료가 끝난 현실에서 자가 치료를 위한 선택은 환자와 가족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암 환자들을 치유함에 있어 환경도 중요한 요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부 TV 프로그램에서는 자연환경을 강조하여 깊은 산속이나 공기 맑은 바닷가를 찾아 떠나서 완치되었다는 환자들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 있는 환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을 이해하고 돕는 인문환경, 즉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을 개선하였으면 한다.

일단 환자들에 대한 가족들의 애정과 관심, 직장과 사회에서의 배려, 시민들의 자발적인 경제적 도움도 중요하다고 본다. 거기에 국가의 역할이 조금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환자들이 경제 활동할 수 없는 경우 국가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하여 자녀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등의 지원으로 경제적 취약 계층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환자와 가족들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높일 수 있고 환자들의 치유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울러 국가는 물론 기업들도 참여하여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암 환자들이 모이는 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글이 있다.

"시간이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려니 하고 산다."

환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기다림의 표현이라고도 하겠지만 그 말 속에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담겨있음을 본다. 보이지 않은 희망을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막막한지는 필설로 설명이 안 되고 설명을 한들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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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기다림의 표현이라고도 하겠지만 그 말 속에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담겨있음을 본다. 보이지 않은 희망을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막막한지는 설명을 한들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 pixabay


나 역시 "그러려니 하고 산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제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내 몸의 상태가 시간이 흐른다고 원상회복될 여지가 많지 않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도 스스로 위로하는 독백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상태가 더 나쁜 환자들에 비교하면서 위안을 삼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며 나아가 재발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삶의 목표를 잡고 또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살아야하는 것이 내 운명이라는 생각도 한다.

암은 비록 완치판정을 받아 중증환자라는 꼬리표를 떼었다고 해도 평생 안심할 수 없는 병이다. 많은 이들이 음식 조심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아가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야 환자의 처지에서 늘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병이다. 그래서 많은 암 환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더러는 자포자기하면서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다. 

원인을 알 수 없고 치료약도 없는 희귀한 난치병도 많다. 또 환경적인 요인인지 아니면 식습관의 변화 때문인지 모르지만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병원체도 새롭게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암 환자만을 위한 국가의 배려를 요구하지 않겠다. 다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보완하여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을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증환자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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