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알아야 할 웜비어 사망사건 해법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통해 본 웜비어 사망사건의 유사점

등록 2017.06.22 18:33수정 2017.06.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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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재판받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석방된지 6일만에 사망하였다.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매우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 정부 역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추가된 것이다.

이제 북한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만일 북한이 진실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반대로 북한이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한다면 이 사건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또한 이 사건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때처럼 해결될 필요성이 있다. 그러면 이 번 윔비어 사망 사건과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과의 유사성은 무엇이며 이 사건 해결 방식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웜비어 사망 사건과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사이의 유사점

이번 웜비어 사망 사건과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은 두 가지 점에서 유사하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가해를 해서 미국 국민이 희생당했다는 점과 이러한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국제적 공분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은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현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군사분계선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나눠서 분할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발생 이전까지 판문점 내 공동경비구역은 유엔군과 북한군이 공동으로 관할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끼 만행사건 이전인 1976년 7월까지 총 25차례에 걸쳐서 경미한 수준이지만 충돌이 발생했었다. 물론 이 때까지의 충돌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1976년 8월 18일에는 그렇지 않았다.


1976년 8월 초 유엔군은 공동경비구역 내에 있던 미루나무가 크게 자라서 북한군 초소 감시에 방해를 주게 되자 이를 절단하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를 제지하자 작업을 중단했다. 유엔군은 북한군의 반발을 의식해서 나무 절단대신 가지를 치기로 했고 18일에 작업을 했던 것이다.

북한군은 가지 제거 작업도 제지했으나 유엔군은 작업을 계속했다. 양 측이 이 문제로 옥신각신 하던 중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미군 장교인 보나파스 대위와 바렛트 중위가 북한군의 폭력에 의해서 사망하게 되었다.

북한군이 미군 장교를 살해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인 일이었는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북한군이 도끼를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한의 공격장면이 유엔군 카메라에 의해 촬영되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에 당시 참상이 생생하게 보도되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력하게 형성되었다.

당시 북한의 행동은 일종의 테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였고 실제 행동에 나섰다. 그래서 당시 미국은 일본에 있던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를 한국으로 이동 배치하고 F-111 전폭기 5개 편대 20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으로 압박했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데프콘3이 발동되었다.

이와 같은 즉각적인 군사적인 위협을 통해 북한에게 경고를 보낸 미국은 사태 수습을 위한 전략을 구상했다. 여러 논의 과정을 거쳐 군사적 위협 이상의 군사적 보복조치는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외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체면을 지키고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미국은 일종의 무력시위를 통해서 북한을 압박함과 동시에 문제의 발단이 된 미루나무를 원칙대로 절단하여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기로 하였다. 이 작전의 명칭이 바로 폴 버냔(Paul Bunyan) 작전이다. 그런데 이때 미국은 만약 북한군이 군사적 대응을 할 경우 개성지역의 북한군 막사를 공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미국이 먼저 전면전을 유발할 수 있는 군사적 보복 조치를 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계속해서 군사적 도발을 지속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전쟁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좌시하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만약 폴 버냔 작전 도중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면 전면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8월 21일 오전 7시에 미국은 폴 버냔 작전을 개시하였고 40여분 후에 미루나무 절단 작업을 완수하고 귀환하였다. 이 때 북한군은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북한은 그날 11시에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간의 비공개 회의를 요청하였고 미국측의 수락으로 회의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북한 대표는 김일성 명의의 성명서를 낭독하며 미국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김일성이 사실상 미국에 사과한 것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행동에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 특히 그것을 김일성이 직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책임이 너무도 명백하고, 당시 참상이 사진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명분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 상황에서 군사도발을 지속하게 되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북한이 고려했을 것이다.

이때 위기는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최대의 전쟁위기 상황이었다. 한반도 전쟁위기는 1968년 푸에블르로 납치사건,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도 있었지만 사건 발생일인 1976년 8월 18일부터 미국이 김일성의 유감표명을 사과로 인정하고 수용한 8월 23일 사이 위기가 가장 심햇다. 여하간 다행스럽게도 전면전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해결 과정이 주는 시사점은

그러면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 2017년 웜비어 사망 사건 해결에 있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먼저 웜비어를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은 1976년처럼 사과해야 한다. 웜비어 사망은 북한의 인질 외교 전략과 관계되어 있으므로 북한은 깊이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 최고책임자인 김정은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1976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와 함께 현재 억류중인 다른 사람들도 즉각적으로 석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현재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인질외교의 목적과 전례를 고려해볼 때 북한이 웜비어를 의도적으로 살해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점은 1976년 도끼 만행사건 발생 원인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 사건은 북한의 최고 지도부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기보다는 현지 사령관 등 현장 책임자들의 과잉충성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크게 곤경에 빠트리게 했는데, 이는 당시 북한 정권의 의도와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고 비동맹외교를 강화하는 등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도끼 만행사건으로 인해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면서 북한 외교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렇게 볼 때 북한 지도부가 전략적 의도를 갖고 이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번 웜비어 사망 사건도 비슷한 면이 있다. 그동안 북한은 인질외교를 통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 그러므로 북한이 의도적으로 웜비어를 죽이려고 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게 보면 2017년의 북한 지도부는 1976년의 북한 지도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제 해법 역시 1976년 때처럼 하면 된다.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하게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인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현재 한반도 정세는 오히려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김정은 #웜비어 #김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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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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