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으로 소리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뷰]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곽예린씨

등록 2017.06.23 12:30수정 2017.06.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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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그 바리스타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에 커피 이수 과정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맛과 향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그들에게 매우 좋은 직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지난 13일 이태원에 있는 카페 '사유'에서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곽예린씨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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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곽예린씨 ⓒ 정준영


- 바리스타가 된 계기는?
"대학에서 전공했던 과를 살려서 취직했다가 안 맞는 것을 느끼고 그만두게 됐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라 한동안 방황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는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에 커피 이수 과정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취미로 한다 생각하고 그렇게 시작했어요.


근데 커피를 배우는 과정에서 좋은 선생님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커피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고 내가 한번 시작한 이상, 이것을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네요.

여기 제가 사랑하는 '사유'에서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로서의 존재와 색깔을 새로 갖고 싶어요. 손님이 '사유에는 곽예린 바리스타가 있대!' '곽예린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는 어떨까' 궁금해 하고 내가 만든 커피가 맛있다면서 다시 발걸음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어요."

- 바리스타를 꿈꾸는 청각장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사회의 한 일원으로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는 사회에서 산다는 게 생존의 문제로 느껴졌어요. 안 그래도 원래 불완전한 인간인데 청각 장애까지 있으니 비장애인만큼 하지 않으면 사회의 어두운 면에서 계속 소외된 채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비장애인만큼 들으려고 온 신경을 기울여 사람들의 입모양만 뚫어져라 보고 촉감을 통해 '파'라는 발음을 할 때 손등을 튕기는 듯 한 바람이 느껴지면 그것이 '파'라는 발음이다 하는 훈련을 하며 비장애인만큼 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살아왔다면 지금은 여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난 이미 청각장애라는 여백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여백은 필요하지 않다 라는 생각으로 뭐든지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청각장애 말고도 다른 여백이 있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세상을 향해 돋친 나의 가시들이 사라지고 나에게 스스로 여유가 좀 더 생기고 다른 사람들도 미소 지으며 다가 올테니까요. 여백이 있어야 채울 수 있고 채워질 수 있으니까요. 여백을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겸손한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 내가 가진 것들만 해도 나에겐 과분하고 벅차고 감사해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무너지지 않게만 잘 지키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첫 발걸음을 내딛은 '사유'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저는 저의 포지션에서 안주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고 배우며 "사유"의 성장에 보탬이 되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사유'의 헤드라인처럼 '사람과 사랑을 생각해' 하며 살고 싶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리스타가 손님께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정성스레 대접하려는 열정이라 생각해요. 그 변치 않는 열정을 위해, 청각장애인들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바리스타 #곽예린 #청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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