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목회자들이 신학교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이유

22일 거리로 나와 시국기도회 가진 신학생들

등록 2017.06.23 18:26수정 2017.06.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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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감리교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신학생시국연석회의가 시국기도회를 가졌다. ⓒ 지유석


22일 오후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감리교신학대학교·서울신학대학교·성공회대학교·연세대학교·장로회신학대학교·총신대학교·한신대학교와 에큐메니컬 7개 대학 40개 단체가 꾸린 '신학생시국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건 신학교가 교단 정치의 놀이터로 전락한 현실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다. 현재 각 신학교들은 교단과 상관 없이 크고 작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이 감신대와 한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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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감리교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신학생시국연석회의가 시국기도회를 가진 가운데 감신대생들은 총장 직선제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이규학 이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 지유석


감신대 학생들은 총장 직선제를 원한다. 감신대는 2년 전 이규학 전 이사장의 인사전횡으로 학내갈등이 불거졌다. 학생들은 수업거부와 고공 농성으로 맞섰고, 이에 이 전 이사장은 퇴진했다. 그러나 그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먼저 총학생회 임원진 6명을 업무방해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지난 해 5월 법원이 선고유예 판단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그는 이사장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지난 20일 마침내 이사장직에 복귀했다. 이에 반발해 이 학교 종교철학과 이종화씨는 단식 농성을 벌였고, 기독교교육학과 백현빈씨는 종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감신대 학생들이 총장 직선을 요구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신대 상황 역시 심각하다. 한신대는 채수일 전 총장이 경동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총장 공백이 생겼다. 이사회는 지난 해 3월 이사회를 열어 강성영 교수를 선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반발했다. 학내 구성원들이 투표를 통해 추천인사를 정하면 이사회가 추인하는 게 한신대의 전통이었는데 이사회가 이를 거스른다는 게 학생측 주장이었다. 학생들은 이사회 결정에 맞서 학내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고, 이러자 이사회는 공권력을 끌어 들였다. 또 몇몇 학생들을 지목해 고소고발 조치도 취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대학의 운영을 감독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는 9월 제101회 총회에서 강 총장 선임안을 부결시켰다. 이사회에 대해서도 사퇴권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강 총장은 사표를 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이사회가 총장선출 공고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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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신학생들이 꾸린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시국기도회를 갖고 종로5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 지유석


이 학교 총학생회 측은 22일 오후 기장 총회가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6년 9월, 학교의 재단인 기장 총회는 제101회 총회에서 총장 선임 결과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고 이사회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가결했다. 하지만 2017년 올해까지도 이사회는 사퇴는커녕 기장과의 협의도 없이 총장선출 재공고를 진행하고, 독단적인 총장선출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장신대(예장통합)와 서울신대(성결교단) 학생들은 교단 목회자의 교회 세습 움직임을 규탄하고 나서는 등 각 신학교가 처한 상태는 심각하다.


대형교회 목회자, 신학교 더럽히는 주범 

그렇다면 왜 교단 목회자들은 신학교 이사회 장악을 노릴까? 첫번째 이유는 명예욕이다. 여기에 정치논리가 가세한다. 즉, 교회의 대형화에 성공한 목사가 교단 신학교 장악을 노린다는 말이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1992년 종교재판을 열어 고 변선환 교수에 대해 출교처분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학교에 재직했다가 학내 분규로 강단을 떠난 A교수는 이 같이 말했다.

"일단 신학교 이사장이 되면 인사 선발권을 가진다. 이 권한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교수에 앉힌다. 이렇게 자리를 차지한 교수는 학생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말하자면 교단 내 정치 기반을 양성하는 셈이다."

스위스 출신의 신학자인 칼 바르트는 신학을 일컬어 '교회에 봉사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했다. 즉, 신학의 역할은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바로 선포하고 성례전을 바로 집행하는 가를 감시, 감독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 신학교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 신학교는 교단 안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목회자들이 말 그대로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교회와 신학적 실존>에서 한국 신학교의 현실을 이렇게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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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감리교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마친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으로 행진해 나갔다. ⓒ 지유석


"오늘날 한국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서 이탈된 교회를 향해 짖지 않는 개와 같아서 교회를 감시 감독하지 않고 꿈이나 꾸고 배만 채우고 낮잠만 즐기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한국의 신학자들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경제논리에 기초한 '교회성장론'과 다단계 판매 전략에 기초한 구역조직과 제자훈련 프로그램으로 채색된 일부 대형교회들을 향해 '꿈꾸며 분별력을 잃고 잘 얻어먹고 지내는 벙어리 개'가 된 것은 아닌가? 신학자들은 교회를 집어삼킨 거대한 종교적 레비아단 집단들과 맘몬주의의 파도에 묻혀 침묵함으로써 배불리 얻어먹고 낮잠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실 신학교에서 불거지는 학내 갈등은 비단 신학교 안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습만 달리했지 대다수 사학에서 불거지는 문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신학교라는 특성상 목사와 신학생이 등장할 뿐 일반 대학의 학내분규와 다를바 없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학재단 비리 척결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신학교는 일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정부가 거리로 나와 외치는 신학생들의 기도 소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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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감리교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마친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으로 행진해 나갔다. ⓒ 지유석


"하나님. 우리는 정의를 위해 많은 것들을 했습니다. 한 학우는 곡기를 16일 동안 끊었고 한 학우는 15일 동안 고공에 올라갔습니다. 그들은 모두의 짐을 지고 고독과 외로움 고통과 싸워줬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을 봐야할 사람은 끝내 외면했습니다. 이규학 집무대행은 이사장이 됐고 더 많은 권력을 손에 쥐려 합니다. 1년 동안 뽑히지 않았던 총장을 자신들 맘대로 뽑으려 하고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말이 법인 곳에서, 자신들을 위한 학교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예수님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온갖 술수와 편법을 사용하며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학생들을 향해 문을 굳게 닫았습니다. 우리들은 그들의 야만과 욕심에 눈물 흘려야했습니다."

- 감신대 여성신학회 추은지

"하나님. 우리는 지금 거짓과 탄압, 거대한 이기심으로 가득 찬 한신 임마누엘 동산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들의 삶과 신앙과 꿈과 설익은 이상으로 당신의 나라를 그리며 신학의 길로 들어선 우리 자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우리는 지금 우리 학교가 당신보다 더 큰 하나님으로 자리하고 있는 위선과 아집 앞에 짓밟혀 처참히 뭉개지고 있는 것을 바라봅니다. 하나님. 도저히 저 거대한 괴물들 당해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리는 지금 여기 서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지금 우리의 마음속에 가득한 억울함 분노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감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우리가 절대로 회개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들이 회개하게 해주십시오."

- 한신대 민중신학회 이신효 

"하나님. 성결함이 죄로부터의 정결함, 세상으로부터의 구별된 삶이라면 성결교회, 한국교회는 성결하지 않습니다. 교회 건물을 사유화하기 위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포장하고 모두를 속이는 목사, 이를 비판하지 않고 공고히 하는 목사들이 있기에 성결하지 않습니다. 복음전하는 선교의 요람이자 상아탑인 신학대학에서 거룩과 삶이라는 하나님의 원리가 아니라 돈과 권력의 원리대로 등록금과 헌금을 가지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총장, 목사들은 편한 삶을 살고 있고 이들을 비판하지 않는 자들이 있기에 성결하지 않습니다. (중략) 교회를 자신과 사위에게 세습함으로 탐욕을 정당화 하는 목사들이 회개케 하여 주십시오."

- 서울신대 약동하는 서신인 진지한 
#신학생시국연석회의 #한신대 #감신대 #이규학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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