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이철우의 '탄핵' 암시... 한국당의 저급한 '막말 정치'

[게릴라칼럼] 참을 수 없는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의 '아무말 대잔치'

등록 2017.06.24 21:26수정 2017.06.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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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선 의원이 초청한 홍준표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내 초재선 의원들이 초청한 자리에 나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소리 높이고 막말하고 싸움을 잘하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가 있는 정당이 강한 정당이다."

자유한국당에 대해 나온 이 쓴소리의 주인공과 겨냥하는 대상은 누구였을까. 대상은 찾기 쉽다. 스스로 '홍트럼프'라 자임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 대표 후보다. 하지만 여당의 야당 비판이 아니다. 여타 야당의 자유한국당 비판도 아니다. 홍 후보를 향한 자유한국당 원유철 당 대표 후보의 이유 있는 쓴소리다.

23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 강원도 비전 토크 콘서트'에서 홍 후보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는 소식이다. 원 후보는 "홍 후보는 군인을 하면 잘했을 것 같다"며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하고 하나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정치를 마치 싸움만 하는 흑백논리로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신상진 후보 역시 "합리적인 중도 보수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는데, 홍 후보는 비호감이 좀 있어 걱정이 된다"고 공격했다.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선명한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역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선거를 기다리고 있는 홍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어떠한가. 당 대표 경선을 위한 경쟁 후보들의 견제 발언이라고 치기엔 홍 후보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 엿보이는 발언들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의미심장한 홍 후보의 반박도 등장했다. 홍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제가 품위나 지키고 점잖은 소리만 하고 공자 같은 소리 말을 했으면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나왔을 것이다"라며 "사건 만들고 화제 만들고 좌충우돌하고 그렇게 안 하고는 적어도 15% 넘길 수가 없다"고 응수했다.

끝나지 않은 '막말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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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마중 나온 자유한국당 의원들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과 김명연 수석대변인(왼쪽), 이종혁 전 의원(오른쪽)이 지난 4일 오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선 후보가 귀국한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남소연


풀이해보자. 홍 후보의 이 발언은 지난 대선 당시 극심히 낮았던 당과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준 이하의 '막말'을 지지율 상승의 동력과 수단으로 삼았다는 '고해성사'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니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해로운 '막말'임을 알면서도 '선거 국면'에서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자임한 꼴이다.


한 마디로, 한국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던져주는 나쁜 정치의 전형임이 틀림없다. 더 큰 문제는 홍 후보가 이러한 '아무말 대잔치'에 가까운 막말 정치를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막말 퍼레이드가 홍준표 후보 개인에 국한된 문제였던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심지어 세월호 유족들에게까지 막말을 퍼부었던 이들이 누구였던가. '친박'을 위시해 개별 의원들은 물론 단체장이나 시의원들까지 가세해 저열하기 짝이 없는 언어로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이자 친위부대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 누구였는가 말이다. 작금의 '막말' 홍준표 후보가 탄생한 것은 그러한 박근혜 정권의 비극적 말로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고,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하지 않았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홍트럼프'를 비롯한 일부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의 도 넘은 막말은 절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답보 상태를 지속 중인 10%대의 낮은 지지율을 타개할 마땅할 계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 거대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한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되풀이하면서 기존의 '아무말 대잔치'에 기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몇몇 사례만 봐도 명확해 진다.

"대통령 선거까지 안 갈 것도 같아요, 지금, 그렇죠, 여러분. 오래 못 갈 것 같아요. 반드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지난 20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주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타운홀 미팅장에서 한 발언 중 일부다. 공개 석상에서 공공연하게 탄핵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에 대해 백해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막말을 잘하는 사람을 지도부로 뽑기로 결정한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홍 후보의 활약도 여전하다. 최근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부"로 규정했다.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역시나 '막말 대장'이란 수식이 따르는 홍 후보답다고 할까.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 역시 물의를 빚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말을 불사하며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문재인이가 5년 청와대를 전세 내 가지고, 친북하는, 종북하는 문재인은 우리 보수, 우리 주류세력을 죽이려 하고 있어요. 상대가 아주 나쁜 놈이기 때문에 깡패 같은 놈들."

이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될 '역대급' 막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피로감을 증대시키는 한편 한국 정치의 전반적인 수준을 떨어뜨리는 이들의 '막말 퍼레이드'에 이제 철퇴를 내릴 때가 됐다. 법이든, 국민감정이든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할 때란 얘기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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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자 JTBC <뉴스룸> 뉴스브리핑의 일부분 ⓒ JTBC 갈무리


"요 며칠 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나온 말들은 미안하지만 다시 인용해서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은 그 말들을 모아서 '아무말 대잔치'라고 했을까... 요즘 유행어인 그 '아무말'이라는 것은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막 내던지는 말'이라는데... 그러나 그것이 차라리 아무 말이었으면... 

사실은 나름의 주도면밀한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의 정치는 또 얼마만큼 가야 할 길이 먼 것인가... 그래서 광장의 시기를 지나와 또 다른 정치적 변화기를 맞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아직도 미셸 오바마의 명언은 유효한 것 같습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지난 21일자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의 일부다. '아무말 대잔치'에 대응하는 국민들의 방식은 결국 미셸 오바마의 명언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하는 바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앞서 소개한 자유한국당 강원도 비전 토크 콘서트에서 홍 후보가 발언한 대로 이들의 막말 퍼레이드가 "나름의 주도면밀한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언론도, 국민들도 다 간판하고 있다는 점이리라.

공교롭게도, 지난 22일 중앙일보와 JTBC,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은 홍준표 후보(전 경남도지사)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앞서 홍 후보가 지난 18일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판을 봉쇄하려는 무서운 언론권력"이라며 "1인 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들은 절대 갑이라며,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언론권력은 앞으로 더 힘든 세월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도 응수했다.

하지만 홍 후보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언론뿐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15일 전교조와 민노총은 홍 후보를 명예훼손과 협박,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지난 4월 25일 열린 TV대선 토론을 필두로 홍 후보가 언론 인터뷰와 유세 등에서 전교조와 민노총을 향해 수차례 "대한민국의 가장 암적인 존재", "전교조와 강성귀족노조를 척결하겠다"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준표 전 지사 아직 술이 덜 깼네요. 매일 주사(酒邪) 발언 연속입니다."
"자유한국당 쇄신이 잘 될 것이라 국민도 믿지 않고 하느님도 믿지 않고, 심지어 홍준표 자신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홍준표의 막가파 노선으로 보수 재건은 불가능하고, 깽판정치를 일삼는 자유한국당때문에 국회만 개판이 될 것입니다."

지난 21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주사'든, 의도된 막말이든, 이제 홍준표 후보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막말 퍼레이드를 멈추게 할 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의 방조자이자 공범들에게 국민들을 향한 마이크를 더 이상 쥐여줄 순 없다.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홍준표 #막말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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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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