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희 후보자, '노무현 표적' 세무조사 알고 있었나

[인사검증]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 본청 조사기획과장... "기획·진행과정 알았을 것"

등록 2017.06.25 16:12수정 2017.06.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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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30일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당시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한승희(57) 국세청장 후보자 책임론이 제기될 조짐이다.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08년 7월 12일자 국세청 인사에서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발령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같은 해 7월 3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국세청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 10여 명을 태광실업에 파견한 것이 국세청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표적조사라고 비판받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시작이었다. 태광실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회장이 운영하던 기업이다. 

태광실업은 경남 김해에 위치해 있는 기업이어서 세무조사 관할권은 부산지방국세청에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교차세무조사'를 내세워 태광실업 세무조사 권한을 서울지방국세청(조사4국)으로 가져왔다. 표적조사, 기획조사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 중 하나였다. 교차세무조사란 관할 지방청이 아닌 다른 지방청에서 세무조사하도록 해서 관할 지방청과 지역 토착기업의 유착관계를 차단하는 조사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2008년 7월 30일부터 10월 24일까지 태광실업을 대상으로 심층세무조사를 벌였고 수백억 원대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 특히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은 같은 해 11월 24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직보했고, 이 대통령은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는 대검 중앙수사부로 넘겨졌고,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까지 확대됐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세무조사"로 평가받았던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이렇게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한상률 전 청장이 기획하고, 그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이 실행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한 전 청장으로부터 태광실업 세무조사 참여를 제안받았던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권력을 사유화해 사적인 영달을 꾀한 명백한 정치조사다"라고 지적했다.

"조사기획과장,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연결돼 있다고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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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 정부 첫 국세청장에 내정된 한승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고액 재산가와 대기업 탈세에 엄정 대응해온 대표적인 조사통이다. 사진은 2016년 6월 조사국장 시절, 자진신고 불응한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조사착수를 발표하는 모습. ⓒ 연합뉴스


오는 26일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승희 후보자가 태광실업 세무조사 기획과 진행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가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발령난 때는 지난 2008년 7월 12일이고,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시작된 때는 7월 30일이다. 국세청 국제조사과장에서 조사기획과장으로 발령난 지 18일 만에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국세청 조사국에는 조사인력이 없어서 직접 세무조사하지는 않는다. 세무조사는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진행한다. 국세청 조사국은 세무조사의 목적과 방향을 수립하고, 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조사정책을 수립하는 곳이다. 국세청 조사국은 조사기획과와 조사1·2과, 국제조사과, 세원정보과, 조사분석과 등 6개 과로 구성돼 있다. 6개 과 가운데 국내 세무조사를 총괄 기획·관리하는 조사기획과가 국세청 조사국의 핵심 조직이다.

한 후보자를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발탁한 이는 한상률 당시 청장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를 '한상률 사단'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 후보자가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발령 받은 지 18일 만에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당시 한 후보의 위치상 태광실업 세무조사 진행과정이나 결과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국세청장을 지낸 A씨는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한상률(국세청장)-조홍희(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선에서 기획되고 실행된 것은 맞다"라면서 "하지만 한승희 후보자도 국세청 조사국의 핵심인 조사기획과장을 맡고 있어서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는 통상 세무조사 과정이나 결과를 국세청 차장이나 서울지방국세청장, 조사4국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국세청장에게 바로 보고한다. 하지만 교차세무조사의 경우 조사기획과에서 세무조사 관할 지방청을 조정하는 등 세무조사 절차를 뒷받침한다. 또한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이었던 한 후보자가 공식보고 등을 통해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시작과 진행과정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조사기획과장 이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4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승승장구한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반면 또다른 지방국세청장 출신인 B씨는 "한 후보자가 국세청 기획조사과장으로 오기 전부터 한상률-조홍희 선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기획됐다"라며 "한상률 당시 청장이 조홍희 조사4국장에게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한 후보자가 직접 관여할 수 없었다"라고 책임론을 일축했다. 

"게다가 조홍희 조사4국장이 한상률 청장에게 직보하는 체제였다. 국세청 차장이나 본청 조사국장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한 후보자가 태광실업 세무조사 기획이나 진행과정에 낄 수가 없어서 세무조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모른다. 한 후보자는 '한상률 사단'의 일원도 아니다."

"청문회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 꼭 검증해야"

이렇게 상반된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청문회의 쟁점 중 하나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꼭 다루어져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A씨는 "한 후보자가 태광실업 세무조사 기획과 진행과정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제대로 검증되어야 한다"라고 말했고, B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남 도곡동 실소유주건이나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국세청의 과거의 적폐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B씨는 "교차조사를 통해 특정인을 정치적으로 겨냥하기도 하지만 국세청이 대기업을 봐주기 위해 교차조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렇게 대기업을 봐주기 위한 교차조사도 뿌리뽑아야 하고,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다루어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한 후보자는 2년간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근무하다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을 거쳤다. 청와대는 조사와 관련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점을 헤아려 한 후보자를 "대표적인 조사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12일 국세청장 후보자에 지명됐다.
#한승희 #태광실업 세무조사 #노무현 #한상률 #조홍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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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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