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구글·페북 등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 검토"

취임 후 첫 인터뷰서 "빅데이터 독점 경쟁 저해 행위 규제가 공정위의 '미래 역할'"

등록 2017.06.25 12:23수정 2017.06.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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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박상현 민경락 이대희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시장 선점 정보기술(IT)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4차 산업시대에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정보를 독점적으로 수집하고 배타적으로 이용하는 경쟁 저해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공정위의 '미래 역할'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정보 독점과 이에 따른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산업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경쟁 당국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신중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말한다. 대규모·다양성·속도·정확성·가치창출 등의 특징을 가진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막대한 상업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따라다닌다.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이를 독점하고 남용하면 사회적 감시체계인 이른바 '빅 브라더'가 될 위험이 있다는 문제 제기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기업의 빅데이터 독점을 법률을 통해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해외 국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 공정위가 빅데이터 공정경쟁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어떻게 데이터를 모았는지(수집 방법), 모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배타적 활용) 등을 감시해 선을 넘으면 독점금지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독일은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한다는 혐의에 대해 지위남용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러시아는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끼워팔기'했다는 혐의에 대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세계 최초로 국가가 구글의 독점행위를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작년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에는 구글이 자사 쇼핑 서비스에 유리하도록 인터넷 검색 결과를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구글이 부담해야 할 벌금이 10억 유로(약 1조3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러한 거대 IT 기업의 독점 문제는 한국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전문 온·오프라인 업체인 '직방'이 대형 포털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 검색 결과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네이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서 선점하면 그걸로 끝"이라며 "후발주자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며 경쟁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정위라고 하면 재벌 개혁이나 갑을 관계 척결을 떠올리는데 이건 과거의 문제"라며 "공정위의 새로운 역할은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지탱할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도 이러한 IT 기업에 대한 조사를 벌였던 경험이 있기는 하다. 네이버와 다음은 검색 서비스 영향력 남용으로 중소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혐의 등으로 2014년 공정위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공정위는 두 포털이 동의의결 절차에 따라 위법사항을 바로 잡고 상생사업에 각각 기금 1천억원과 40억원을 출연하는 조건으로 사건 조사를 종결했다. 공정위는 2011년 네이버·다음이 구글의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 의혹을 제기한 건에 대해 2년여간 조사를 벌였지만,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지난해 지식산업 분야의 기술 선점에 따른 독과점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감시국 산하에 지식산업감시과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컴퓨터 문서, 통신 기록 등 전산 증거에 대한 분석 역량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포렌식팀'을 과 단위로 규모를 키우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제는 빅데이터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이슈를 우리나라, 특히 공정위가 잘 모른다는 점"이라며 "공정위의 수준이 미래의 산업을 선도할 만큼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경쟁을 과거처럼 정태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며 "동태적 경쟁·효율성의 개념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도를 하지 못하더라도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이슈에 최소한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미래산업의 동태적 효율성, 경쟁법 역할을 연구하며 경제분석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상조 #구글 #공정거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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