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교육 정책 미리 해본 교장 "폭망 없다"

[인터뷰]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자사고·외고·과고의 특혜, 특권 선발 옳지 않다"

등록 2017.06.25 21:30수정 2017.06.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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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림여고의 주석훈 교장. ⓒ 윤근혁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교육공약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50여 일만에 자사고 교장단과 자사고 학부모연합이 들고 일어났다. "자사고가 입시 기구로 전락해 사교육을 부추기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누명"이라는 것이다.

'사교육 부추기기, 서열화'는 억울한 누명?

이들은 "우리 아이들은 정치논리에 힘없이 당해야 하는 실험용 생쥐가 아니다"면서 '자사고 사수' 행동에 직접 나섰다.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자사고의 위상이 '폭삭 망할 것'(폭망)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공약이 나오기 한참 전인 2016년, 서울 관악구에 있는 미림여고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다. 2011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해오며 미달사태를 겪던 중 재단이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것이다.

일반고 전환 1년 6개월, 미림여고는 '폭망'했을까? 이에 대해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54)은 지난 23일 오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어도 학생들의 만족도나 성적 수준이 '폭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학생 성적 수준은 더 높아졌다."


현재 이 학교 1, 2학년은 일반고 배정체제로 들어온 학생들이고, 3학년은 자사고 입학생이다.

주 교장은 이날 기자와 인터뷰에서 "외고와 자사고는 물론 과학고도 폐지해야 한다"고 한 발 더 나간 목소리를 냈다. "2015 교육과정에서 보듯 문・이과 융합교육과정을 추구하는 시대에 이들 학교는 시대적 소명이 끝났으며, 특정학교만 선발 특혜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전문가로 유명한 주 교장은 2008년부터 한영외고에서 근무했고, 2011년 10월부터는 자사고인 인천하늘고 교감을 지냈다. 지난 2016년 3월부터 미림여고 초빙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외고와 자사고 교원을 두루 역임한 그의 '특권학교 비판' 발언은 그만큼 무게가 있어 보였다.

주 교장과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20여 분간 미림여고 교장실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엔 이 학교 김현국 교육행정지원부장도 배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외고와 자사고 두루 거친 주 교장의 '특권학교 비판'론

- 일반고 전환 2년째다. 학생 만족도는 어떤가?
"거의 비슷하다. 눈에 띌 만큼 만족도에 변화는 없다."(김현국)

-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면 만족도가 '폭망'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더니 중학교 내신 성적이 더 좋은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하고 있다. 일반고로 전환했다고 '폭망'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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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가르침 감사합니다"라고 적은 미림여고 학생의 작품. 일반고로 전환됐지만 가르침은 한결 같다는 게 미림여고의 설명이다. ⓒ 윤근혁


- 지금 3학년생만 자사고 입학생이다.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학교가 교육을 차별할 수는 없다. 작년과 올해 1, 2, 3 학년 학생들 교육은 다 똑같이 했다. 자사고 때 프로그램 가운데 좋은 것은 일반고 전환 뒤에도 똑같이 했다. 그랬더니 자사고 입학생 학부모 사이에선 '그럼 왜 우리 아이만 등록금 3배를 내야 하느냐'는 말도 나왔다."

- 성적에 따른 혜택 같은 것도 없앴다고 하던데...
"한 학교에서 교육활동이 이뤄지는데 '학생을 차별하지 않는다'가 원칙이다. 저희는 성적으로 차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성적 우수자 특혜가 하나도 없다. 특별반, 자습실, 동아리 이런 것을 성적으로 가르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2015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과정에서 학부모 반발이 많았다고 들었다.
"결정 과정에서 엄청 심했다. 재단 앞이나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시곤 했다. 자사고 후배(학생)을 받고 싶은데 후배(학생)가 안 들어오니 '일반고 취급당한다'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

- 일반고로 전환된 뒤 학생 한 명에게 들어가는 교육비 총액에 변화가 있나?
"없다. 교육청에서 교육경비보조금과 전환기복합교육과정 운영비를 부담하니 학생 한 명이 받는 예산혜택은 다르지 않다. 자사고 입학생들이 전학간 뒤 줄어든 수입액은 재단에서 보존을 해왔다."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육과정, 교사... 모두 같다"

- 일반고로 전환하고 보니 잘 한 것 같나?
"지금 선생님들이 안정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이전 자사고 시절엔 전학생이 많아 엄청 불안했다. 일반고 전환 뒤 학교 교육과정 운영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만족을 주는 쪽으로 갔다. 그러니까 일반고 전환에 대한 원망이랄지, 불안감이 다 거둬진 상태다. 지금 일반고로 바뀐 뒤 올해 전출 자퇴생이 6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자사고 시절엔 한 해 100명에 이르렀다. 내신을 좋게 받으려고 하거나, 3배 이상의 수업료를 내고 느껴야 하는 만족도 기대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 미림여고의 자사고와 일반고 체제를 견줘보면 건물과 교사, 교육과정이 다르지 않은데.
"그렇다. 똑 같다. 오히려 사정은 더 나아졌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자사고, 일반고 학생을 차별하지 않았다. 아이들 힘들면 전학 가라고 해도 절대 안 간다. 힘들어도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 요즘 자사고 교장단이나 학부모연합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제가 외고와 자사고 출신 교원이어서 말하기 난처하긴 하다. 하지만 제가 가진 생각은 새 정부의 교육공약과 비슷하다. 다만 다른 게 뭐냐면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권, 고교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주자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저는 자사고와 외고는 물론 과학고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2015 교육과정이 문・이과 융합교육과정이다. 이런 시대에 과고와 외고 등의 학교는 통합교육, 융합교육을 할 수 없는 체제다. 그러니까 국가 교육과정은 통합, 융합인데 학교 체제는 한 쪽만 강조하고 분리하는 거라면 국가 운영에 맞지 않는 거다."

'전학 폭탄' 맞았던 미림여고, "이젠 전학 가라고 해도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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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림여고 정문. ⓒ 윤근혁


- 이전 정부는 학생선택권을 준다면서 외고, 자사고 등에게만 전기고 선발권을 줬는데.
"외고, 자사고, 과고만 전기고의 학생선발권을 다 갖고 있다. 일반고가 후기고이어서 뒤늦게 나머지 학생들을 떠안는 구조인 것은 공정하지 않다. 외고, 자사고, 과고에게만 전기고 혜택을 주면 안 된다. 전기고이기 때문에 학급 수 정원도 보장받고, 우수학생도 먼저 뽑는다. 이런 것이 다 특권이다. 이런 특권, 특혜를 주는 교육 시스템은 옳지 않다."

- 다양화,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자사고, 외고가 없어져도 조기유학 가는 학생들 많지 않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조기유학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검증됐으니까. 자사고들 건학이념을 내세워 자율적으로 운영한다고 했지만, 대학입시에 다 맞춰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고는 자사고 생기면서 무너졌다."

"자사고, 외고 존속하면 왜곡된 사교육 시장 존속할 것"

- 외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외고는 시대적 소명을 다 했다. 지금 시대에 영어를 특기로 삼도록 가르칠 필요가 없다.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 상당수 외고는 경영난에 빠져있다. 외고는 외고 특성 가진 일반고가 되도록 하면 된다. 과학고는 과학고 특성 가진 일반고 되도록 하고..."

- 자사고와 외고에 근무한 경험으로 볼 때, 이들 학교의 사교육 유발에 대해 어떻게 보나?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외고・자사고-상위권 대학. 이것이 하나의 흐름이다. 시장은 이런 길을 밟아야 좋은 대학 가는 것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니 사교육도 자사고나 외고 가려고 준비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이들 자사고와 외고 때문에 사교육비가 유치원서부터 든다. 이것은 외고와 자사고 자체의 의도와 관계없는 것이다. 이들 학교가 존속하는 한 왜곡된 사교육 시장은 존속될 것이다."
#자사고 전환 #미림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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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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