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하는 노무현 대통령 찍자, 어떤 반응 돌아왔을까

[서평] '노무현 대통령 전속 사진사' 장철영의 기록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

등록 2017.06.27 17:41수정 2017.06.27 17:41
7
원고료로 응원
지난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영숙 여사를 위로 했고,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 전속 사진사로 기록을 남겼던 장철영씨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 2003년 10월 청와대 입성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촬영해, 50만 컷 이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에도 봉하마을을 오가며 권양숙 여사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a

장철영 사진가의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 표지 ⓒ 이상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하기 서너 달 전인 지난 1월 장철영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전속 사진사는 <대통령 님, 촬영하겠습니다>(이상, 2017년 1월)라는 책을 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에 맞춰낸 것이었다.

지난 1월 24일 함께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수석부회장이 한권의 책을 건넸다. 알고 지낸 지인으로부터 받은 책이라면서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바로 장철영의 <대통령 님, 촬영하겠습니다>였다.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24일 이 책을 읽게 됐다.

책 표지를 넘기니 "김철관 회장님, 오늘의 용기 내일의 희망, 장철영 2017. 1. 23"이라고 쓴 짧은 자필 인사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책 표지는 손을 흔들며 웃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고, 사진과 글이 공존하는 책이었기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사진 하나하나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깊은 의미가 새겨져 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행사와 일상을 기록했고, 많은 사진들이 공개되지 않는 사진들이여서 더욱 흥미로웠다.

책을 읽고 있노라니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생전 말하고 싶었던 저자의 '부치지 못한 편지'였다는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보고 싶습니다.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할 때면 더욱 당신이 그립습니다. 님이 그리워 혼자 걷다가 눈물이 나서 다시 차 안에 들어와 엎드려 웁니다. 이들을 쓰면서도 님이 보고 싶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늦어도 3년만 기다리시면 봉하에 내려가 사진으로 모시겠다고 약속했는데..." - 저자 서문 중에서


'끌림'과 '열림' 그리고 '울림'의 기록

지근거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를 촬영한 사진사로서 느낀 소회를 기록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끌림'과 '열림'과 '울림'의 기록서라고나 할까. 대통령이 화장실에서 칫솔질을 하는 사진을 몰래 은밀히 찍었다면 무례한 사생활 침해가 아닐까. 화장실에 가 칫솔질하는 동안 셔터소리를 들은 대통령은 뭐라고 했을까.

"여보, 퇴임하면 비서랑 사진사, 경호원들 빼고 둘이서만 여행 다닙시다. 양치질 하는 것까지 찍으니..."

a

장철영의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 중. 고 노무현 대통령이 양치하는 모습. ⓒ 이상


열심히 양치질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에 대해 왠지 끌리게 된다. 낚시에 매료된 소탈한 웃음, 소박한 소파 쪽잠, 손자에게 과자를 주자 입을 여는 손자에게 주지 않고 자신의 입 속으로 향하는 등의 사진이 끌림의 매력으로 느껴진다.

애연가로 알려진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해인사 경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서 그의 열린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비서가 담배를 드리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이셨습니다. 이 때 옆에 있던 문화재청장이 '이 담배 한 번 피워 보시죠'라고 했지요. 님은 담배 한 개비를 건네 받으셨습니다. 비서진이 라이터를 꺼내려고 준비를 하던 찰나에, 님은 피우던 담배를 다른 손으로 바꿔들고 담뱃불을 붙이셨습니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품은 뜻은 한 없이 높았지만 님은 언제든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손을 맞잡아주는 분이었다. 지식이 많고 적음에 떠나 님은 지식 너머에 있는 지혜가 세상에 올곧게 쓰이도록 가르쳐 주셨습니다. 님은 대통령이기 전에 저의 스승이셨습니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23일 청와대 관저에서 소박하게 환갑잔치 중 인사말을 하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모친의 이야기를 했고, 이때 목소리가 떨리면서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은 그의 인간적 모습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난 2007년 10월 4일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날 저자는 백화원초대소에서 대통령 부부와 셋이서 기념촬영을 한다. 바로 대통령과 처음 촬영한 기념사진이라고.

저자는 2009월 5월 29일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운구를 촬영한다.

"나지막이 다시 님을 불러 봅니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님의 운구 차량을 보며 조용히 외칩니다.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 - 본문 중에서

저자가 남긴 그에 대한 마지막 메시지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님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다. 님은 언제나 가슴 설레며 기억하고 싶은 대통령이었습니다. 단 한명 뿐인 우리들의 대통령이었고,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잠들어 있는 시민을 깨어나게 한 대통령이었습니다. 님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저자 장철영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0월 청와대 출입사진기자에서 청와대 비서실 전속 사진사로 발탁됐다. 그후 노무현 대통령 퇴임 때까지 항상 대통령 곁에서 셔터를 눌렀다. 공식사진 행사 외에도 개인 노무현 일상을 담은 사진을 찍었다. 2016년 다큐 영화 <무현, 두 도시이야기>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고,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전속 사진사의 부치지 못한 편지

장철영 지음,
이상, 2017


#고 노무현 대통령 #장철영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