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 중학교, 수업중 집단 자위행위 '말썽'

학생 10여 명 가담... 시교육청 "지금이라도 전수조사 하는 방안 논의"

등록 2017.06.26 13:26수정 2017.06.29 15:28
45
원고료로 응원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학교 폭력 처리 메뉴얼로 제시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 심규상


[기사수정: 29일 오후 3시 30분]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여교사가 진행하는 수업 시간에 교실에서 집단 자위행위를 하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자위행위에 가담한 학생이 10여 명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에 대한 성교육 내용을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1학년 교과 수업중 학생 10여 명이 집단으로 자위행위를 했다. 해당 교사는 수업 종료 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학교 당국에 해당 내용을 알렸다. 학교 당국은 곧바로 시 교육청에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 결과 해당 교실에서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뿐, 이런 행위가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피해 교사에게 해당 학급에 대한 교과수업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또 사안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해 조만간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처럼 성희롱으로 교사의 인권을 침해한 경우 해당 학생들에게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이내에서 징계 조치가 가능하다. 학교 교권보호 위원회는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학급 학생들에 대해서는 별도 성교육을 벌일 계획이다.


"이번이 처음 아니다, 학교 전체 조사 필요" - "전수조사 여부 논의할 것"

하지만 교육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일회적인 것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학교 학생들이 이 같은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해당 학급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해당 학급 외에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수 조사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시 교육청 관계자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당 과와 논의해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시 교육청과 학교 당국이 피해자를 여교사에게만 국한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당시 수업을 받던 학생들도 인권과 학습권을 침해당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물론 교권침해를 담당하는 시 교육청 교육정책과 모두 학생들의 인권침해를 담당하는 시 교육청 학생 생활교육과(학교폭력상담 창구)에는 연락도, 상의도 하지 않았다. 교직원도, 학생들도 이를 학생에 대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격 학생들은 왜 '성폭력'으로 인식 못했나?"

학교 측은 사건이 발생한 지 6일이 지난 26일에서야 대전시교육청 학교 생활교육과에 학교 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피해 행위로 구두 보고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피해를 직접 호소하지 않아 학생피해 사건으로 판단하지 않고, 교권침해 사례로만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당시 학생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조사하지 않아 즉답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도 있는 만큼 아이들 관점에서 자세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에서 벌이는 성교육이 학생들의 성 감수성을 높이는 데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교육이 내용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교육부가 마련해 현장 성교육 지침으로 쓰이고 있는 '2015년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는 성교육 시간에 '자위', '야동' 등의 단어를 학생들이 질문할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또 절제가 아닌 금욕을 강조하고 동성애나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위' 단어 사용 금지한 비현실적인 교육부 성교육안, 대폭 손질해야"

해당 학교 관계자는 "전문강사에 의해 매년 5회 이상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도 "일선 학교에서 학생 성교육이나 교직원 성희롱 예방 교육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의 한 성교육 전문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으로 학생들이 일상에서 음담패설이나 성기 치기 등 행위를 보았을 때 스스로 어떻게 개입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학생들이 수업 중 자위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어떤 기분일지, 목격을 했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깨닫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부와 시교육청, 일선 학교가 성교육 내용과 대응 매뉴얼을 점검,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중학교 #자위행위 #교권보호위원회 #학교폭력
댓글4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