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이별, 어머니 죽음만큼이나 슬펐습니다

[서평]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등록 2017.06.27 18:24수정 2017.06.2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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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10여 년을 넘게 함께 살던 어미 개와 새끼 개 두 마리가 연달아 죽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어머님이 돌아가신 게 훨씬 더 슬프고, 허전하고, 그리워 큰 상처로 느껴져야 하는 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슬프고, 후회되고, 문득문득 뵙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에 일렁였지만 죽은 개들에 대한 마음 또한 이에 못지않았습니다. 마음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내가 이상한 인간인가?', '나는 나쁜 아들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엎치락뒤치락 반복됐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내놓고 물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미안해하며, 변명하듯 일부러라도 어머님을 더 생각하려고 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키우던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는 보편적 상처(현상)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상실이 부모님을 잃는 것보다 더 상처가 될 수 있다'(<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74쪽)는 글을 읽는 순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내게 위로가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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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 지은이 켄돌-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 옮긴이 이지애 / 펴낸곳 ㈜아시아 / 2017년 5월 29일 / 값 12,000원 ⓒ ㈜아시아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지은이 켄돌-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옮긴이 이지애, 펴낸곳 ㈜아시아)는 개, 새, 토끼 등은 물론 거북이나 병아리 등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안내서이자, 반려동물을 잃어 생긴 상심에 덧댈 수 있는 반창고가 되는 책입니다.

이 책엔 펫로스 모임을 이끌어온 저자가 반려동물과 함께한 경험,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상담하고 인터뷰한 경험을 추출해 정리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태어난 사람이 모두 그러하듯 반려동물 또한 다치고, 병들고, 늙고, 죽게 마련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정이 드는 게 아니라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에도 정이 듭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드는 정이 삼각프리즘을 통하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갯빛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시광선과 비슷하다면, 반려동물과 반려인 사이만 느낄 수 있는 정은 프리즘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이나 적외선과 같습니다. '인간 프리즘'으로는 보이지 않는 정입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는 반려인이 아닌 사람들 눈에는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인의 눈으로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책에는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을 읽으며 나를 이해 해주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은 느낌, 울고 싶을 때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심(傷心)까지를 보듬을 수 있는 경험, 죽은 반려동물을 처리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을 예방주사를 맞듯 미리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때문에 생긴 슬픔과 상처를 지혜롭게 극복하거나 위로 받는 방법, 이 책이 전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 지은이 켄돌-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 옮긴이 이지애 / 펴낸곳 ㈜아시아 / 2017년 5월 29일 / 값 12,000원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켄 돌란-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지음, 이지애 옮김,
도서출판 아시아, 2017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이지애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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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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