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야구계의 아웃사이더' 민훈기를 만나다

[인터뷰] 민훈기 위원,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척자

17.06.26 16:37최종업데이트17.06.26 16:37
원고료로 응원
프로필: 1960년생
전)kbsn스포츠 해설위원
전)스포츠조선 야구전문기자
현)SPOTV 해설위원
현)KBO 사무국 근무

민훈기 해설위원. 지난 2013년 11월 15일 오마이TV와 인터뷰 당시 모습. ⓒ 오마이TV


최근 최희 KBSN스포츠 아나운서와 <이기는 선수의 심리공식>이라는 책을 엮기도 하셨는데요. 대한민국 스포츠 기자의 뉴 패러다임을 제시한 민훈기 기자님을 서울 모처에서 만났습니다. 푸근한 인상, 흰머리와 멋진 캐주얼 복장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기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래는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 역사학을 전공하셨는데 기자가 되기 위한 전공은 따로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언론정보학이나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 조금 도움은 되겠죠. 하지만 신문사에 들어가게 되면 기사 쓰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전공보다는 흥미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어린 시절부터 기자가 되고 싶으셨나요? 어떤 계기에서 기자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시절부터 기자가 꿈은 아니었어요. 역사선생님이나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LA유학 시절 작은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문득 '왜 신문에 스포츠섹션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었죠."

- 한국야구와 미국야구를 두루 경험하셨습니다. 두 나라 기자들의 차이가 있나요?
"취재 원칙에 따라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니고 특종을 위해 애쓰는 건 어느나라건 비슷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년정도는 한 신문사에서 일하는 반면 미국은 신문사가 많아서 자주 옮겨다니더라구요. 조금 극단적인 예로 설명하자면 미국은 선수 위주의 기사가 많고 한국은 기자의 기획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자 쪽에서 좀 더 얘기하자면 그들은 자유로운 수필처럼 기사를 쓰지만 우리는 육하원칙에 맞게 쓰는 차이도 있겠네요."

- 한국야구와 미국야구의 FA 제도의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퀄리파잉 오퍼 제도나 선수등급 제도 등이 있는데요. 이런 제도의 국내도입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당연히 들여와야 되는 제도라고 생각해요. 미국은 선수 위주, 한국은 구단 위주의 야구라는 점이 다르죠. 물론 미국은 14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제도를 확립했죠.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정도의 역사가 안되잖아요. 그렇지만 그들이 겪은 문제들이 무엇인지 다 알기 때문에 변화하는 것은 금방이라고 생각해요."

"야구계에서도 구단 '삼권분립' 잘 이루어져야"

- FA '거품논란'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프로는 돈이기 때문에 몸값을 높게 받는 건 좋은 일이고 구단에서 주기 때문에 팬분들이 금액에 대한 걱정은 없어도 될 겁니다. 다만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50% 정도는 최저연봉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저연봉 또한 평균연봉에 비례해서 올랐으면 좋겠네요."

- 프런트야구가 심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런트야구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모기업의 운영체제로 야구단이 운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3~4년 기업직원이 구단을 와서 성과를 내고 가야 되니까 계속 현장, 코칭스태프에 간섭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아무래도 월권 하지 않고 삼권분립(선수, 코칭스태프, 사무국)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 방송 활동 얘기로 넘어와서, 기자가 해설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설직을 맡게 되셨나요?
"2009년 2회 wbc대회 때 일이 생겨서 현장을 못 갔어요. 근데 kbs 후배PD가 요번에 새로운 기획으로 해설자 2명과 캐스터 1명으로 중계방송을 하려고 한다며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많이 나오니까 미국에서 오래 취재했던 저를 선택한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대회 때는 중간에 광고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닝 끝날 때 마다 제가 상대방 선수들에 대해서 소개도 하고 그러다 보니 시청자 분들께서 좋아하셨다고 생각해요(웃음). 그 대회를 계기로 정식 해설 제의를 받고 하게 되었죠."

-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를 꼽으신다면요.
"해설 첫 해에 목동에서 아마야구를 중계 하게 되어서 갔다가 그날 날씨가 너무 추워서 경기가 취소됐어요. 근데 제가 감기에 걸리게 된 거에요. 그리고 다음 날 대구 중계하러 갔는데 감기가 너무 심해져서 중계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고 쇳소리만 나오는 거에요. 당시에 시청자 분들에게 죄송했고 몸 관리의 중요성도 느꼈어요. 또 너무 유명하지만 최희 아나운서랑 '아이러브 베이스볼' 진행하다가 웃음을 참지 못한 그 상황도 기억이 나네요(웃음)."

"기자가 되려면?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 지금은 이제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데 한 방송국에서 일하시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몇 년 전에 중계를 mbc, XTM에서 하고 라디오는 또 kbs에서 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선수들이 "민 위원님은 어디 소속이세요?"라며 웃더군요. 강호동, 유재석씨는 여러 방송사 출연 하시는데 해설위원이라고 안 되는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에는 좀 불편하고 인식을 바꾸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편합니다."

- 기자님의 야구관은 '투수놀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화끈한 타격전과 팽팽한 투수전, 어느 쪽을 선호하십니까?
"저는 1:0 투수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마 대부분 기자분들이 기사 쓰기 편하고 일찍 끝나는 홈팀 투수전을 선호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성공할 선수를 꼽아주신다면요?
"글쎄요,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내야수 중에는 최정이 성공할거라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서건창이나 이용규 같은 다부지고 빠른선수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발간된 야구서적 중 베스트셀러인 <이기는 선수의 심리공식> ⓒ MSD미디어

- 그냥 기자가 아닌 야구 전문기자가 되는 방법은?
"운이 좋았다고 봐요. 사회부를 하다가 마침 박찬호 선수나 박세리 선수가 미국으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특파원 생활을 14년간 하게 되었죠. 전문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신문사를 나오고 방송을 하면서 개인 칼럼을 쓰게되고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팬분들이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주신 것 같습니다."

- 미래의 로드맵이 있으신가요?
"미국의 기자실을 가보면 70대 백발의 노인 분들도 기자를 하고 계세요. 금방 머리가 하얘져서... 벌써 60대로 아시는 것 같아요(웃음). 감각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저도 그렇게 하고 싶고 방송도 재밌게 계속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뛰는 기자로 남고 싶습니다."

- 기자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치우치지 않은 상식적인 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객관적으로 기사를 썼다고 해도 타인이 보면 알거든요."

* 번외질문
- 특종을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커넥션이랑 운이 필요합니다. 제가 잡았던 최고의 특종은 박찬호 선수의 텍사스행인데 보라스랑 텍사스랑 박찬호 소속팀에 150통은 전화했어요. 보라스가 미끼를 덥석 물어서 알게되었죠(웃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 해설위원 인터뷰 야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팩트와 오피니언은 구분할 줄 아는 스포츠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