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전자파로 주민 불안케 한 평택 오산공군기지 미군 레이더 철거

"주택가에 설치된 미군 전자파 레이터, 주민·시민단체 힘으로 이전시켜"

등록 2017.06.26 16:19수정 2017.06.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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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레이더 철거 소식을 알리는 기자회견 중인 시민단체 관계자들 뒤로 미군들이 대공 레이더인 AN/TPS-59를 해체하고 있다. 해당 레이더는 사전 동의나 설명 없이 평택시 신장동 주택가 옆에 설치돼 63데시벨이 넘는 소음과 전자파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 문영일


미군이 주택가 바로 옆에 설치해 소음과 전자파로 주민들을 큰 불안에 떨게 한 평택 오산공군기지 내 미 해병대 대공 레이더가 26일 오전 철거됐다.

앞서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25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좋은 이웃이 되는 정신으로 최근 대중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레이더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중 및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장거리 감시용 레이더인 AN/TPS-59는 감시 기능 보완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제조업체 데이터에 따르면 주변 사람에게 유해하지 않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기지 내 다른 장소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평택시민행동 미군기지환경감시단의 안내를 받아 수백 명의 주민들이 거주 중인 빌라 바로 옆에 미 해병대 대공 감시용 레이더가 설치된 현장을 취재했다. 그리고 주민들이 소음과 전자파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주택가 바로 옆 '미군 레이더', 주민 무방비 노출 )

기자가 취재를 위해 록히드마틴사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AN/TPS-59는 비행체 탐색을 위해 제작한 미 해병대의 이동식 레이더로 주파수 대역은 1215~1400MHz, 유효 탐지거리가 370km(최대 740km)인 원거리 탐지용이다. 미군은 지난 3월부터 레이더 설치를 시작했으나 주민들은 날이 더워지기 전까지 존재를 알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24시간 지속되는 레이더 회전 소음과 복도 동작감지센서 오작동, 최신 에어컨의 작동 불능 등의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뒤늦게 평택시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소음피해 정도는 평택평화센터 강상원 활동가가 21일 해당 빌라 옥상에서 6시간에 걸쳐 레이더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평균 소음이 63데시벨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주거지역의 소음환경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강 활동가는 "주민들이 이렇게 큰 고통을 겪어왔는데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어도 평택시로부터 전해 들은 미군 측의 답변은 인체에는 전혀 해롭지 않다는 답변뿐이었다"고 지적하고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미군의 불법성과 위법성을 널리 알려 이전 결정을 끌어내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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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인 시민단체 사이로 AN/TPS-59의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 해병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문영일


또 해당 레이더의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미군 측의 주장에 대해 송치용 정의당 평택지역위원장이자 보람동물병원 원장은 "지속적인 전자파는 호르몬 분비체계와 면역세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학계에 보고되어 있다"면서 "레이더를 가동한 뒤부터 동작감지등과 차량경보기가 수시로 오작동하고 새로 구입한 신형 에어컨도 고장이 나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는 데 인체에는 해롭지 않다는 미군 측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음에 대해서도 "레이더에서 발생한 소음 측정 결과가 평균 63데시벨을 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일반주거지역의 소음환경 기준인 주간 55데시벨, 야간 45데시벨을 모두 초과한 수치다. 일상적인 소음은 우울증과 수면장애, 심혈관계질환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로 환경영향평가 없이 주택가에 설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미군 레이더 설치의 문제점을 알린 평택시민행동과 주민들은 26일 오전 10시 레이더가 설치됐던 장소 옆 빌라 옥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국 국민들의 이해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설치된 레이더 이전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미군 측이 완전 철거가 아닌 이전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설치 장소가 어디가 됐든 평택시민들이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완전 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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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레이더 설치로 소음과 전자파 피해를 입은 주민 전 아무개 씨가 26일 레이더 철거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문영일


레이더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거주해 큰 피해를 입었던 임산부 전 아무개 씨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가족만의 힘이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함께해준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시와 정부, 국방부가 보여준 대응은 정말 최악이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전자파 측정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 중 어느 누구라도 이런 고통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평택시민신문에도 게재됩니다.
#미군 #레이더 #오산공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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