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는 도시 서울을 어떻게 바꿀까

[서평] 음성원 지음 <도시의 재구성>

등록 2017.06.28 15:19수정 2017.06.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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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대한민국의 역사는 도시 발전의 역사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지역의 인구는 살기 위해 도시로 떠났다. 이촌향도 현상의 급증으로 농촌은 젊은 사람이 사라졌지만 도시에는 활기가 늘었다.

도시에는 인구 밀집을 감당하기 위해 다양한 공동주택이 만들어졌다. 건설 붐에 편승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큰 돈을 만지는 사람이 생겨났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은 불패라는 이름을 얻어 고공행진을 계속한다. 인근 지역에 비해 지가나 전세가가 훨씬 더 높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아서, 대학을 찾아서, 일자리를 찾아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향하고 있다. 반면 농촌 인구는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도시 집중의 꽃은 서울이다. 전세난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떠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는 서울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서울 근처에 있는 수많은 베드 타운들의 존재가 서울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가속하는 도시화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릴 거라는 예측도 있다. 앞으로도 서울은 거대 도시로서의 입지를 유지할 것이고, 서울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서울의 도시 문제도 점점 커져갈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어 주민들이나 임차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전에 개발된 구도심 지역은 낙후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미래 서울을 위한 청사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의 현재 모습과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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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재구성> ⓒ 이데아

<도시의 재구성>은 현재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 담당자이면서 한겨레 기자로서 서울시 출입을 담당했던 저자 음성원씨가 서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한 책이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 임대차로 인한 갈등, 도심지 집중화를 겪고 있는 서울의 현재를 살피면서, 앞으로 다가올 공유주택과 자율주행의 시대에 서울이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저자가 꼽는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설명할 핵심 키워드 네 가지는, 젠트리피케이션, 도시 재생, 코리빙(Co-Living)과 테크놀로지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원래 미국에서 유래한 말이다. 미국의 뉴욕 미트패킹 지구는 육류 가공공장이 있던 곳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가공공장이 쇠락하자, 빈 공장이 늘어났다.

주변 환경을 개의치 않는 젊은이들이 싼 임대료를 보고 미트패킹 지구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디자이너나 예술가같은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이 지역은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네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임대료가 폭증했고, 동네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들은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은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낙후 지역이 발전하거나 명소가 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여 원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는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예로 서울 홍대를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홍대의 많은 예술인들이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홍대를 떠나 문래동으로 떠나야 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은 좀 다르다고 본다. 예술가나 상인들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은 반만 맞다는 것. 충분히 축적된 부동산 자본이 건물 매입에 달려들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 이쯤에서 정리해 보자.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뉴욕 미트패킹 지구와는 달리 예술인(상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상인들이 '뜨는 동네'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부동산 쏠림 현상이 있었다. 부동산 투자가 이루어져 주거용 건물이 상가용으로 바뀌지 않는 한 상권 확장은 불가능하다. 물론 순서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대규모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상인들의 노력을 배제한 채 그 논리적 전개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쏠림 현상은 아파트 상품을 위주로 거래하던 부동산 자본이 금융위기 이후 상가건물 쪽으로 눈을 돌리며 시작된 현상이다.' - 38p.

저자는 중장년 세대들의 부동산 투자가 늘고, 이들이 주택을 매입해 상업용 건물로 바꾸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되었다고 한다. 이런 투자는 현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구매 자금을 대출 받아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일말의 불안을 안고 매입하는 것이지만 이들은 앞으로 건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 하에 시도하는 것이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부동산 자본이 상가건물 쪽으로 향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뜨는 상권의 뒤에는 부동산 쏠림이라는 그림자가 있었던 것이다.

서울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거대 도시 서울의 미래 계획은 이전의 방식처럼 진행될 수 없다. 인구밀도가 낮은 공터에 아파트를 짓고, 편의시설과 학교 이전으로 구미가 당겨진 사람들에게 아파트를 분양하고, 사람이 계속 모이면 아파트 불패의 신화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개발하기에는 서울 시내에 빈 땅이 사라졌다. 또한 개발된 지역의 땅값이 과거처럼 가파른 성장을 보여줄지도 확실하지 않다.

도시개발 시대 이후에는 도시재생의 시대가 온다. 도시재생은 지역적 특성에 맞춰 이윤을 창출하는 복잡한 접근법이다.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서 건물을 철거한 다음 새로 지으면 성공하던 시대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이윤 창출을 위해 비용 절감이 필요하고, 재생건축을 통해 기존의 건축물을 활용한 건축으로 적정한 투자 대비 수익을 확보한다.

물론 모든 도시재생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안 하느니 못한 도시재생도 있다. 저자는 잘못된 도시재생의 예로 벽화 그리기 사업을 든다. 서울시에는 주택가에 벽화를 그려서 마을의 이미지를 산뜻하게 바꾸는 사업이 진행된 지역이 있다. 아름다운 벽화를 통해서 동네 분위기도 전환시키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좋은 취지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막상 벽화 그리기 사업이 성공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자, 주민들에게는 지옥이 펼쳐졌다. 매일같이 관광객들이 들어오며 주택가가 상업 구역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벽화를 보러 온 관광객들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 근처까지 돌아다니면서 동네를 구경했고, 주민들은 사생활이 침범당하며 스트레스에 빠져 살아야 했다. 밤에도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줄지 않아 소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결국 주민들은 벽화 그리기 사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고, 불면으로 인해 벽화가 지워지기를 바라는 주민들까지 등장했다.

벽화 사업은 의도는 좋았지만, 벽화가 그려진 지역의 특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사업이었기에 주민들에게 분노와 스트레스만 안겨주고 말았다. 저자는 이렇게 도시재생 사업을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역에 어울리는 쓰임새부터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진짜 재생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중략) 우선 도시재생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일은 특정 지역에 어울리는 쓰임새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어 그 지역에 변화를 줄 만한 건물을 찾아내고, 지역의 쓰임새에 맞게 건물을 디자인·설계하고, 건물의 경제적 사정이나 건물의 상태 등을 고려해 시공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 114p.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 재생이 현재나 근미래의 서울을 설명한다면, 미래의 서울을 말할 단어는 코리빙과 테크놀로지라고 한다. 코리빙은 높은 지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단독 소유를 포기하고, 다른 이들과 주택을 공유하는 현상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많이 발생한 현상이며, 마찬가지로 도시 지역의 월세를 감당하기 힘든 서울 거주자들 역시 코리빙을 선택할 것이라고 한다. 런던에는 개인의 방은 3평밖에 되지 않지만 문화 시설과 여가시설을 공유하는 거대 건축물이 지어져 화제를 끌기도 했다.

발전하는 과학기술도 도시의 모습을 변형시킨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기술은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차가 널리 보급되면 주차 공간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일도 없어진다. 많은 차주가 주차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쓰는 것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가 널리 공유된다면 주차장이나 차로 자체가 줄어들어 보행자 위주의 도시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 사회, 경제 등의 다양한 면을 모두 알아야 도시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변화하는 유인은 매우 다양하고, 모든 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으로 서울의 모든 모습을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도 번화하는 지역의 등기부등본을 떼러 뛰어다니고, 집주인과 임차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을 담으려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 덕에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흥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도시의 재구성 - 쉼 없이 진화하는 도시 르포르타주

음성원 지음,
이데아, 2017


#서울 #도시 #도심 #부동산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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