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타적 인간일까, 이기적 인간일까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읽고

등록 2017.06.28 16:13수정 2017.06.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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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인간의 출현 책 표지 ⓒ 설혜영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인간의 협조적 행위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이라면 궁금증을 가질 만한 책이다.

인간은 이타적 존재인가? 이기적 존재인가? 이 질문에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고 의미 있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던 개운치 못한 경험들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제는 좀 똑똑한 답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진화적 게임이론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설명한 책이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합리적 존재라고 전제한다. 이 합리성은 바로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것에서 출발한 합리성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에게는 합리성, 이기심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타적 행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하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설명한다.

인간의 이타적 행위와 강한 상호성은 혈연 선택 과정과 지속적 만남 과정을 통해 진화해왔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는 이타적인 행동들은 친족관계를 뛰어 넘어 강한 상호성에 기반한 협조 행위인 경우도 많이 있다. 저자는 이런 이타적 행위들은 인간에게 고유한 의사소통, 제도, 집단간의 경쟁을 통해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한다.

2부에서는 자본주의라는 현실 문제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타적 인간이 이기적 인간을 이길 확률이 더 높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조차도 이타적 인간과 호혜적 인간이 있어야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노동시장이나 정육점 고기 구입 사례 등 모든 거래조건을 완벽하게 계약하기 어려운 거래가 -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거래-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 공평성, 형평성이라는 규범이 시장경제에서도 통용됨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첫째 이타적과 이기심을 이분법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문에서 언급한 자살폭탄테러를 비롯한, 안으로는 이타적이고 밖으로는 배타적인 이타성이 갖고 있는 어두운 측면에 대해 경고하면서 이타심에 대해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게 했다.


둘째 공정성, 형평성을 위해 자신의 이해를 과감히 내려놓는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 최후통첩게임 부분은 통쾌함을 안겨주었다. 정글 부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는 이기심을 넘어서 공평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행동원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자본주의에서 상호적 인간의 역할에 대한 논리전개는 신선했다. 하지만 온전히 동의하고 납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시장거래에서 완벽한 계약이 불가능한 영역이 있고 신뢰 관계를 통한 거래 관계가 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때로 사람들은 물질적, 금전적 유인에 의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완전히 이타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공평성 내지는 형평성을 중요한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강한 호혜성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이 경우 물질적, 금전적 유인보다도 규범, 관습, 제도가 사람들의 행위를 인도하는 나침반이 된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 - 게임이론으로 푸는 인간 본성 진화의 수수께끼, 개정증보판

최정규 지음,
뿌리와이파리, 2009


#이타적인간의 출현 #용산생협 #최정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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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대안적 개발을 모색하고, 생태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불평부당한 사회를 민의 힘을 믿고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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