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들인 전통정원인데... 금 가고 벌어지고

순천에 지은 전국1호 한국정원 '유선원', 부실 시공·관리 의혹

등록 2017.06.28 21:57수정 2017.06.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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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시 유선원 ⓒ 순천시 블로그 캡처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순천시. 이곳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관한 한국 전통정원 시범 조성 사업으로 만든 1호 정원이 있다. '신선이 노니는 땅'이란 뜻의 '유선원'이다. 하지만 실상은 '놀러 왔던 신선이 금방 떠나고 싶을 정도'로 정원 일부 공간에서 마감이 부실한 곳이 눈에 띄었다.

문체부는 2015년 7월 2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발굴 및 확산 시범 조성사업을 공모했고, 같은 해 10월 5일에 전남 순천시를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업 위치는 순천시 옥천변의 장명3길 5 일원이다. 이곳에서 오래 살았다는 동네 주민에 따르면, 과거 군사정권 시절 '요정(주점)'으로 쓰였던 일본식 가옥이 있었다. 이후 접대문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해당 가옥은 폐가로 방치됐다. 

순천시 등은 이 사업을 위해 기존에 있던 가옥을 허물고 정원을 새로 세웠다. 이곳에는 예전부터 식재된 푸조나무, 전나무, 가시나무, 홍단풍, 동백나무 등이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이 나무들 덕에 순천시가 전통정원 사업에 선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시,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주관한 전통정원 조성 사업은 총 4억 원(국비와 시비 각각 2억 원) 규모이다. 2016년 1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공사가 이뤄졌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순천시청 도시재생과에서 문체부 공모에 참여했고, 예산 문제로 2회에 걸쳐 공사를 진행했다. 문체부가 기본 및 실시설계, 1차분 공사를 맡았다. 이후에는 순천시가 나머지 예산 2억 원을 마련해 같은 해 3월 21일부터 2차분 공사를 실시했고, 6월 3일 준공식을 치렀다.

준공식 이후인 2016년 6월 15일부터 7월 4일까지 전기공사를 실시했고, 2회(2016년 10월, 2017년 6월)에 걸쳐 인근 장수길에 전통담장길 조성 공사를 진행했다. 올 4월에는 화강석 벤치 의자를 마련했다. 일부 시민을 중심으로 화장실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예산 문제로 실행되지 않았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전통정원 1호, 1년 만에 금 가고 벌어지고...

정원의 구조는 신선이 누워 쉬는 아름다운 정자라는 뜻의 '와선정', 전통 방지(연못)로 생태도시 순천을 상징하는 '와선지', 전통 초화원으로 완만한 동산과 초화가 있는 '선재동산', 한국적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화계인 '전통화계', 그리고 다양한 현대적 생활문화 행사가 가능한 '전통마당'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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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원의 출입문과 벽 유선원의 출입문과 벽 사이에 틈이 보이며, 기둥 받침 나무는 균열이 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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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원의 내부의 담장 유선원 내부에 설치된 담장은 한눈에 봐도 기와가 제대로 맞물려 있지 않으으며, 흰색으로 덧칠한 부분이 말끔하게 처리되지 않았다. ⓒ 배주연


공사한 지 1년이 지난 4월과 6월 19일 유선원을 직접 방문했다. 내부 곳곳에서 부실공사의 흔적이 보였다. 맨 처음 맞이하는 대문의 편편한 나무판 사이에 일부 틈이 보이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을 수준이었다. 입구의 기둥을 받치는 네모난 나무는 쩍쩍 금이 갔고, 문과 연결되는 벽은 아예 일부가 벌어졌다.

정원 내부의 담장 기와 역시 서로 제대로 맞물려 있지 않아 틈이 군데군데 보였고,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부위는 마감처리가 엉성하고 지저분했다. 과연 전문가의 작업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혹시나 해서 무작위로 기와를 몇 개 건드렸더니 너무나도 쉽게 분리됐다. 흙을 조금만 사용해 대충 부착한 상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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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원에 있는 약수터 유선원의 방지(연못)과 연결되는 이 약수터는 실리콘 소재의 접착제로 틈을 메웠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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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원 내부의 모습 유선원의 방지(연못)으로 흘러야 할 약수터의 물줄기가 마당을 가로질러 배수구로 향한다. ⓒ 배주연


정자 주위 연못에는 '약수터'가 있다. 상부 좌측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공급하는 '인공' 약수터 형태인데, 이곳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했다. 3개의 납작한 사각형 돌우물을 연결하는 대나무는 실리콘으로 추정되는 물질로 접착됐고, 상부의 우물 내부 구멍도 동일한 재질로 땜질했다.

동네에 거주하는 한 60대 남성이 약수터의 수도꼭지를 틀어 세수했다. 그러자 약수터에서 연못으로 흘러가야할 물의 대부분이 바닥으로 흘러 멀리 떨어진 배수구로 향했다. 

이를 본 한 지역 주민은 "물이 연못이 아니라 저리로 가는 게 정상인가. 다른 부분도 허술해 보인다"라며 "(정원을) 만들었으면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다"라고 평했다. 기자가 지난 4월 방문했을 당시에도 두 명의 현장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관람객을 만나지 못했다.

순천시 "문제 있으면 하자보수 요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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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청 홈페이지에서 유선원을 검색한 결과 ⓒ 순천시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유선원은 지방의 소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준공식 당시 다수 언론에 보도됐다. '전국 1호 한국 전통정원'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언론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7년 6월 28일 현재 순천시청 홈페이지에서 '유선원'으로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지난 19일 순천시청 민원안내실을 직접 방문해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에게 부실공사로 의심되는 부분들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재생과에서 공모한 사업으로, 지난해 9월 8일에 (공원관리사업소에서) 인수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인계를 받았을 때 현장을 방문했고, 약수터 배수 문제 등 지적해주신 부분을 발견해 시정요구를 했다. 담이 갈라진 부분은 그때는 없었다"라며 "(담장이나 기와의) 틈새가 벌어진 것은 하자 보수 요청을 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순천시청 관계자에게서 받은 '시설물 인계인수 자료'를 확인해 보니, '문제점 및 민원사항 등' 항목에 "방지(연못) 순환시설 및 자연정화식물 등에 대한 추가 보완이 필요. 유선원 경계부에 불법주정차 방지를 위한 화분 등 대책 요구"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공 설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에 대해서는 하자 보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원 #한국전통정원 #부실공사 #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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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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