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의 '5월 5일'
"시체는 하나인데 모두 자기가 범인이라고..."

폭로 이틀 전 조작 자료 유입...무분별한 네거티브 공세 "안철수, 사과해야"

등록 2017.06.27 20:44수정 2017.06.2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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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연이어 출마하며 사실상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아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 역시 한 차례 불거졌던 사안으로 선거 초반에는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앞섰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 기간 내내 '문준용'에 매달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도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논란을 생산하고 주도했던 것은 국민의당이었다.

국민의당은 '검증'이라는 명분 아래 문씨와 관련한 수많은 의혹들을 쏟아냈다. 선거운동 기간 국민의당이 발표한 문씨 관련 발표는 모두 29건이다. 하루 평균 2건에 가까운 의혹 제기와 논평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심해졌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 기간이 끝나고 '깜깜이 선거'로 들어간 이후에는 단순 의혹이 아니라 수위 높은 폭로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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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이용주, 이태규 의원과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앞에서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취업 규탄 집중 유세를 펼치며 "문 후보 아들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매월 월급을 받아갔다"며 문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문씨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함께 다녔다는 인물의 폭로가 나온 것도 이때다. 지난 5월 5일 김인원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 채용 과정에 대해 '아빠(문 후보)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증언한 사람을 "준용씨와 함께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다녔던 한 동료"라고 밝혔다.

단순히 '문씨의 채용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라는 의혹 차원을 넘어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문씨 채용에 직접 개입했다는 폭로였다. 김 부단장은 또 "아버지(문 후보)가 대통령까지 하려면 좀 치밀하게 했어야 하는데, 너무 허술했다. 파슨스 있을 때도 지 아버지(문 후보에 대해) 별 얘길 다 하고 다녔다", "돈 물 쓰 듯했다"는 내용의 증언도 가감 없이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폭로는 모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당은 당원 이유미씨가 조작된 자료를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해 폭로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작된 자료가 어떻게 당의 검증 체제를 통과해 누구의 책임 아래 폭로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씨가 안철수 전 대표의 카이스트 제자이고, 2012년 대선도 도왔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5월 5일 전후로 국민의당을 취재했던 내용과 조작 사실이 밝혀진 후 현재까지의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이 진행됐던 과정을 되짚어봤다.

[5월 2일] 조작된 자료의 출발점


김인원 부단장은 지난 5월 5일 해당 자료를 공개하면서 제보자가 5월 2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보고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토론회에서 문씨와 관련한 내용이 거론되지는 않았다. 다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의 분열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는 "계파 패권 때문에 탈당했다"고 주장했고, 문 후보는 "민주당 쪼갠 건 안 후보"라고 맞섰다.

그 날은 마지막 TV토론이 있는 날이자 투표일 전까지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각 당은 지지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렸다. 국민의당은 이날도 '문재인 후보는 친인척 권력 비리 의혹에 대해 떳떳하다면 당장 국민의당을 고발하기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김철근 대변인의 논평을 내놓았다. 국민의당은 문씨뿐 아니라 문 후보의 처조카의 특혜 채용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였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당시 연이은 토론회 실패로 당의 사기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라며 "마지막 토론회에서도 이렇다 할 반전 지점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여론조사를 앞두고 홍준표 후보와 실버크로스가 거론되고 있어서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5월 3일] 조작 자료가 당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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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증거 조작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왼쪽)과 이유미씨. ⓒ 연합뉴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해당 자료가 당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폭로 이틀 전인 5월 3일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당원 이씨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때 국민의당은 이용주 의원이 단장을 맡은 공명선거추진단 이외에도 다양한 통로를 통해 문씨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있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독자적으로 문씨 의혹을 파헤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당시 상황을 놓고 "시체는 하나인데 서로 자기가 죽였다고 말하는 꼴이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기가 문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경쟁했다는 얘기다. 선거가 치열해질수록 공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 의해 허위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였다. 해당 자료는 공명선거추진단으로 입수돼 다른 당 관계자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음성녹음도 이날 당으로 전달됐다. 당원 이씨는 친척동생과 모의해 해당 음성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은 5월 5일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보자와 인터뷰는) 5월 3일에 했고, (제보자는)한국에 있다"라며 문준용씨가 그 당시엔 아버지가 정치할 생각이 전혀 거의 없었고, 현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2위와 10%p 이상의 차이로 1위를 독주했다. 안 후보는 20% 내외 지지율로 홍 후보와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당은 이날도 서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가지고 "문준용씨의 의혹이 사실이라는 고용정보원 전 간부 아들의 증언을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간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권재철 전 원장에게 (문씨 채용에 대한) 압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5월 4일] 이용주 단장의 사과, 주춤하는 네거티브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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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국민의당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이 권재철 초대 한국고용정보원장 재임 시절 특혜채용 의혹 10여건이 발견됐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용주 의원은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으로 선거기간 내내 문씨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했다. 그는 4월 24일 "권재철 초대 한국고용정보원장 재임 시절인 2006년 3월~2008년 7월까지, 문준용씨를 비롯해 영부인 친척 등 고위공직자 자녀와 부인 등이 고용정보원에 채용됐다"라며 9명 명단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영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아름다운봉하' 이사장을 지칭한 것이었다.

그러나 5월 4일 이 의원은 "'권양숙 여사와 (특혜취업 의혹을 제기한)권 모 과장'의 친척 관계가 있는지에 대하여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저희가 파악한 것과 일부 다른 사실이 확인되어 이를 정정하고자 한다"라며 사과했다. 그는 "향후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 권양숙 여사께는 이후 직접 찾아뵙고 다시 정중히 사과를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각 당이 치열하게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주포'가 고장이 난 것이다. 이날은 사전투표 일이기도 했다. 투표소로 유권자들이 향하는 가운데 이 의원의 사과는 국민의당에 악재 중 악재였다. 이 의원이 "사과한다"라면서도 "권양숙 여사의 친척이 아니라고 확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의혹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은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첫날 사전투표율은 11.7%로 전국에서 50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전날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크게 뒤처지며 홍 후보에게 추격당하는 것으로 나온 안 후보 측은 높은 사전투표율에 더욱 불안감에 휩싸였다. 당시 <오마이뉴스>와 만났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사과를 할 거면 일찍 해야지 왜 지금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지금은 아주 작은 것 하나도 예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5월 5일] 조작된 자료 폭로, "100% 신뢰" 자신했던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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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문재인 아들 고용정보원 근무하지 않으면서 월급 받아갔다" 국민의당 박지원 상임공동선대위워장과 소속 의원들이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매월 월급을 받아갔다"며 "이것은 국민 세금을 도둑질 한 것이다. 등교하지도 않고 학점을 받은 최순실 딸 정유라 사건과 똑같다"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5월 5일 오전 11시, 김인원 부단장이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원서 제출은 문재인 후보가 시켜서 한 일"이라며 "문준용씨의 미국 파슨스 대학원 동료는 문씨가 "아빠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 화면을 갈무리한 사진과 변조된 음성을 공개했다.

그동안 국민의당은 줄기차게 의혹 제기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지 못했다. 대부분이 "어떠했더라"는 식의 정황 증거를 내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의혹을 키워왔다. 그런 가운데 문씨의 학교 동료가 아주 구체적으로 문 후보가 문씨 채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증언했다는 것은 이전까지와는 비교되지 않는 수준의 폭로였다. 당연히 기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기자들은 김 부단장과 김성호 수석부단장을 둘러쌌다.

이 자리에서 김 수석부단장은 "증언자를 100%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문준용 이야기뿐 아니라 (참여정부) 시민사회수석의 딸에 대해서도 문준용씨가 '나와 같이 특혜 입사를 해서 꿀 보직을 받았다'라고 직접 얘기를 했다. 이 부분을 확인했다"라며 "우리가 당시 시민사회수석의 딸이 그 당시 은행에 입사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증언의 신뢰도를 저희는 100%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자 여러분 중 한 명을 딱 지정해서 만약에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면 자기가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메일 주소를 본인으로부터 가져왔다"라며 해당 제보자와 이메일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도 당시 제보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며칠 후 국민의당은 제보자의 사정으로 인터뷰가 어렵게 됐다고 알려왔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국민의당의 폭로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해당 의혹을 폭로한 이용주 의원, 김인원 부단장, 김성호 수석부단장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전하면서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는 수준으로만 보도를 했다. 폭로 내용이 구체적인 반면 제보자와 제보를 접수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고 했던 인터뷰까지 무산되면서 제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는 국민의당으로부터 '왜 기사를 쓰지 않냐'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제보자는 보호할 수 있지만, 당에서 제보자와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도는 밝혀야 제보 내용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성호 수석부단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보자와 통화는) 국민의당에서 했다"라고 말했을 뿐 제보가 입수되고 검증된 과정을 더 공개하지 않았다.

"제보 너무 완벽해 의심, 그래도 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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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문준용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조작 확인" 대국민 사과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대선 기간 국민의당이 발표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 제보가 조작된 것이 확인됐다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유성호


조작된 자료가 폭로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김성호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부단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용주 의원의 경우 전날 '영부인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 제기에 사과하면서 다시 네거티브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부단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나와 김성호 수석부단장이 검증하고 (기자회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의원에게도 최종적인 검증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놓고 국민의당 내부가 받은 충격도 상당하다. 한 보좌관은 "당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윤미, 이준서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고 수사 결과가 나와도 어떤 국민이 믿어주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두 사람이 꾸민 일이라고 해도, 그걸 입으로 말한 건 김인원 부단장이었고, 고위 당직자들이었다"라며 "치명타가 아니라 이미 사형선고가 내려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라며 "안 전 대표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이유미씨가 측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가 당의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조작된 자료를 미리 알았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자기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이번 사건을 놓고 "국민의당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 많은 사람이 미친다"라며 "공명선거추진단뿐 아니라, 공보단, 대변인실 모두 그랬다. 제보 내용이 너무 완벽해 의심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두가 (언론에)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전략을 쥐고 당을 이끌 리더십이 전혀 없었던 게 이런 참상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문준용 #이용주 #안철수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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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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