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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폭력에 호통 친 소녀... 가슴 먹먹한 <재꽃>

[미리보는 영화] 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의 대미... 정하담과 여러 배우들이 보인다

17.06.28 11:35최종업데이트17.06.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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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 포커스

한적한 시골 마을 길을 두 소녀가 내달린다.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는 하담(정하담)과 아빠를 찾기 위해 마을에 들어선 열한 살 소녀 해별(장해금)이다. 거주자와 외지인 구도지만 왠지 모르게 두 소녀는 모두 이 마을에 쉽사리 어울리지 못할 것만 같다. 그 이유는 박석영 감독의 전작 <들꽃>과 <스틸플라워>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는 7월 6일 개봉하는 <재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박 감독의 '꽃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전작에서 모두 정하담이 주인공 역을 맡았고, 홀로 혹은 또래들과 거리를 방황하는 소녀로 등장했다. 그 캐릭터 속에 흐르던 정서가 <재꽃> 속에도 흐른다.

하담과 함께 살고는 있지만 삼순(정은경)과 철기(김태희)가 그의 엄마인지 삼촌인지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유사가족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스틸플라워>에 등장한 하담의 탭댄스 구두가 그 증거인데 떠돌이 생활을 하던 하담과 그의 구두가 <재꽃>에도 나온 건 곧 마을에 사는 하담 역시 원주민이 아닌 잠시 정착한 사람이라는 걸 상징하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미묘한 정서들

박석영 감독의 전작을 봤다면 더욱 좋겠지만 보지 않아도 <재꽃>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상업영화에 등장할 만한 서사구조가 없고, 캐릭터들의 대사도 많지 않기에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 인물이 품은 정서가 촘촘하게 이어진다. 그 정서는 크게 어른과 두 소녀의 구도로 나뉜다.

ⓒ 딥 포커스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돈을 모아온 명호(박명훈)와 철기. 그리고 명호에게 돈을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철기의 여자친구 진경(박현영)은 모두 돈에 눈이 밝고 거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이다. 해별이 자신의 딸이라 믿는 명호는 철기의 돈까지 보태 집을 마련하려 하고, 부동산 중개업자인 진경이 그걸 이용해 그 돈을 가로채려 하면서 이 어른 캐릭터들의 갈등이 고조된다.

아웅다웅하는 이들을 해별은 낯설게 바라보고 하담은 그런 해별이 다치지 않게 물심양면 정서적으로 지원한다. 사실 어른들이 싸우게 된 배경엔 하담의 행동도 있다. 친자 여부에 따라 명호에게 또다시 버림받을 수 있는 해별을 위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부모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해별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게 바로 하담이다. 전작 두 편에서 거리의 소녀로 세상의 차가움을 뼈저리게 느꼈던 그가 이번 영화에도 꼭 등장해야만 했던 이유다.

결국, 서로 폭행까지 오간 어른들이 하담의 잘못을 다그칠 때, 온몸으로 하담이 외치는 대사가 <재꽃>의 묘미다. 과연 그는 어른들에게 뭐라고 외쳤을까. 작은 소녀의 외침이었지만 그 대사는 곧 어른들의 욕망과 그것을 위한 분별없는 폭력에 대한 호통이었다. 지난 VIP 시사 때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가슴 속 먹먹함이 가시지 않는다"고 평한 이유기도 하다.

영화적 밀도와 함께 이것을 채우는 배우들의 면면도 느껴보는 걸 추천한다. 박명훈, 박현영, 김태희, 정은경 모두 연극 무대에선 잔뼈가 굵다. 기성 배우들과는 또 다른 내공으로 기여하는 소중한 이들이다.

<재꽃>은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 서울국제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한 줄 평 : 화려한 수식은 없지만 풍부한 정서로 가득하다
평 점 : ★★★☆(3.5/5)

영화 <재꽃> 관련 정보
연출: 박석영
제작 및 배급: 딥 포커스
출연: 정하담, 장해금, 정은경, 박명훈, 박현영, 김태희
상영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개봉일: 2017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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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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