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씻어내는 노래와 정 지곡면 노래교실

무더위를 씻어내는 노래와 정 지곡면 노래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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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지역언론연대(bjynews)등록 2017.07.28 16:25
함양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래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1개 읍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래교실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노래교실은 이제 하나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이 잘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무엇이 노래교실을 찾게 만드는지 살펴봤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무더위를 씻어내는 노래와 정
지곡면 노래교실

무더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지곡농협에서는 흥겨운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노래교실이 시작하는 것은 오후 2시지만,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운지 벌써부터 나와 계신 어르신들이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채 스무 명도 되지 않는 어르신들을 보며 농사일이 바빠서 참가를 많이들 안하셨나 싶었다. 하지만 2시가 조금 넘어가니 어디서 나타나셨는지 많은 어르신들이 노래교실로 찾아오셨다.

늦게 도착하신 어르신께 왜 이제야 오시냐고 여쭤보니, "보건소에서 건강 체조 하다왔어"라고 하신다. 건강체조 하나만 해도 피곤하시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어르신들은 건강 체조와 노래교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는 힘드신 것 같았다. "노래교실도 당연히 와야지 이게 얼마나 재밌고 좋은데"라며 깔깔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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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교실을 찾는 어르신들을 맞이하기 위해 정유근 강사는 문 앞부터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며 반갑게 어르신들을 맞이했다. 정유근 강사의 고향이 지곡면이라는 것이 다시금 생각났다. 고향 어르신들을 만나는 시간이라 더욱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10분 쯤 지나자 건강체조를 마치고 오신 어르신들로 교실이 꽉 들어찼다. 땡볕을 걸어오느라 조금은 힘드셨을 법도 한데 어르신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노래를 열창했다. 노래 한 곡이 끝나면 이제는 옆에 계신 어르신과 인사도 하고 수다도 떨고, 쉴 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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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가오는 물레방아골 축제 기간 중 진행되는 주부노래교실 대회에 참가할 곡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원하는 노래가 제각각이니 이 노래가 좋다. 저 노래가 좋다. 의견이 분분했다. 노래교실이 이제 각자 취향의 노래를 말하는 시간이 돼버렸다. 결국 몇 가지 곡을 추려 연습해보고 잘 되는 것을 택하기로 결정하니 내용에 집중을 안했는지 한 어머니가 옆에서 딴 소리를 하신다. "이 노래 '인생' 이거 악보 좀 뽑아 주이소." 학생들이 수업 중 딴 소리를 하면 꾸중을 들었겠지만, 정유근 강사는 웃으며 "아이고 내가 말할 때 뭐듣고~ 안 듣고 계셨네."라고 하니 어머니의 대답이 한 술 더 뜬다. "내가 첫 사랑 생각 좀 하느라고."라며 능청스레 말하니 이내 노래교실 어머니들 모두에게 웃음꽃 바이러스가 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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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바탕 웃고 난 뒤,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진행됐다. 노래 한 소절 마다 정유근 강사의 꼼꼼한 지도가 이어졌다. 장난기 가득하시던 어머니들도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익히는데 집중했다.

"사람들이 부를 때 아리랑 같이 꺾어 부르는 거에 익숙해졌는데, 그런 건 집에서 부르시면 됩니다."라는 정유근 강사의 농담이 더해지니 어머니들이 노래실력이 더 빠르게 느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머니들이 노래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 언제 다녀오셨는지 총무를 맡으신 임영숙 어머니가 음료와 떡을 들고 오셔서는 어르신들에게 대접했다.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마신 어머니들은 힘을 얻으셨는지,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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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면 노래교실에 나오시는 어머님들은 다들 각별한 사이인 것 같았다. 작년에는 다함께 일본여행까지 다녀오셨다고 하니, 가족 못지않게 가까운 사이 같아 보였다. 특히 어르신들이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 함께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하니 그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가 없었다.

흥겨운 노래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지곡면 노래교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오늘도 맑고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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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교실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임영숙 회장

임영숙 회장은 옷차림부터가 남다르다. "모임이 있어서 차려입고 갔다 왔는데 어쩌다 보니 꼭 맞춰 입고 온 것 같다." 노래교실의 첫 시작부터 함께해온 임 회장은 노래교실 초기에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노래교실이 열렸는데 회원 모집이 안 돼서 힘들었고, 회원이 모이다 보니 이제는 돈이 많이 들어가서 문제였는데 세월이 흐르고 회원도 늘다보니 이제는 넉넉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며 지난 시절 겪었던 어려움을 이제는 웃으며 추억으로 되새겼다.
항상 노래교실에 나올 때 기쁜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나온다는 임 회장 "노래교실을 찾는 회원들에게 만큼은 다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니 행복하고 좋지요"
언제나 즐거운 노래교실이지만 물레방아골 축제에 열리는 전국주부노래교실 대회 때문에 조금은 걱정이 된다고 말하는 임 회장. "솔직히 저희 지곡면 노래교실은 1등은 바라지도 않아요. 단지 회원들이 건강한 몸으로 다함께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저희가 실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이 많죠."라고 한다. 그래도 대회에서 성적에 대한 욕심은 회장직을 맡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욕심이 안 나면 사실이 아니지만, 그래도 요새 회원들이 농사일로 바빠서 잘 나오지 못하니까 조심스럽네. 그저 회원들이 다함께 참가하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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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면 노래교실의 흥부자 이효선 어머님

노래교실을 찾은 어머님들께 흥이 많으신 분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한 분을 추천하신다. 바로 개평마을에서 오신 이효선 어머님이다.
친구의 권유로 함께 하게 된 노래교실 생활. 취미가 노래라 더욱 좋다는 이효선 어머니 "내가 평소에도 노래를 좋아했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더 좋지."라고 하신다.
다양한 노래를 배웠지만 그 중에서도 '신 미아리 고개'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날이 무덥지만 노래교실은 꼭 나온다는 어머님은 "땡볕에는 일도 못해. 그러니까 나와서 노래 부르고 취미생활도 하는 거지"
혼자 다니는 것보다 남편분과 같이 나오는 것이 좋지 않냐는 질문에 "남편은 노래를 못해. 그래서 별로 안 좋아해서 안나와"라며 웃으신다.
노래교실 회원들끼리 일본여행을 다녀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녀는 "노래교실에 안 나오는 사람은 몰라. 나오는 사람들이야 좋은 거 알지"라고 노래교실에 자랑을 잊지 않으신다.
노래교실의 좋은 점을 모르는 이들에게 이효선 어머님은 말한다. "노래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는 노래교실에 많이들 나오세요. 재미있습니다."라며 간단하지만 명확한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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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교실의 살림꾼 이덕임 총무

노래교실이 시작되고 한 어머니가 분주히 오가신다. 다른 어머님들은 노래에 열중하고 계신데 한 분만큼은 뭐가 그리도 바쁘신지 왔다 갔다 하신다.
바로 이 어머니가 노래교실의 살림꾼 이덕임 총무다. 총무일 때문에 정작 노래교실에 와서 노래도 못 부르고 가시는 게 아닌가 싶지만 회장님과 다른 회원 들 덕분에 힘들지는 않다고 한다. "다들 협조를 잘 해주니까 일이 힘들지 않고 재밌어"라며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 총무가 노래교실을 찾는 것은 회원들이 서로 잘 해주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 "내가 즐거워. 다른 이유가 없지. 내가 즐거우니까 나오는 거지."라며 노래교실에 다니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노래교실 홍보도 하고 많이 권하고 싶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내가 오평마을에 사는데 거기는 다들 어르신들 밖에 없으니까 이제는 나오시질 않아. 전에는 많이들 나오셨는데."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항상 흥겨운 노래를 알려주는 정유근 강사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 않았다. "언제나 강사님이 신나는 노래를 알려주시니 너무 좋고 감사드리죠."
노래교실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회원들이 먹을 음료와 떡을 갖고 와 나눠주는 모습을 보니 지곡면 노래교실 총무를 누가 뽑았는지 몰라도 참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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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조금만 걸어도 땀이 뻘뻘 흐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노래교실을 찾아 먼 길 마다하지 않는다. 흥겨운 노래가 있고 서로를 아끼는 좋은 사람이 함께하니 안 나오고 베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폭염 속에서도 어르신들이 노래교실을 찾는 것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지곡면 농협 2층으로 찾아가 보시길 바란다.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노래와 정이 넘치는 노래교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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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강민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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