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참사 잊지 않은 영국... 관련 책임자 기소

영국 검찰, '힐즈버러 참사' 관련 고위 경찰 등 6명 기소하기로

등록 2017.06.29 06:56수정 2017.06.2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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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검찰의 '힐즈버러 참사' 관련 책임자 기소 결정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영국이 축구팬 96명의 목숨을 앗아간 '힐스버러 참사' 관련 책임자들을 28년 만에 기소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영국 검찰은 성명을 통해 힐즈버러 참사 당시 경기장 안전 책임자였던 사우스요크셔 경찰서장을 '직무 태만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당시 사우스요크셔 경찰서 고위 관계자들과 경찰 측 변호인 등 4명에 대해서도 경찰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사후 증거 은닉과 거짓 증언 등으로 공공 정의를 왜곡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했다.

힐즈버러 참사는 지난 1989년 4월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 대회 준결승 경기가 열린 셰필드의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관중 96명이 압사한 영국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사고다.

당시 힐즈버러 경기장은 전 좌석이 매진됐음에도 2000여 명의 리버풀 팬들이 입석으로 들어왔고, 이 때문에 관중들이 떠밀리다가 철제 담장이 무너지면서 질식사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발에 밟혀 목숨을 잃었다.

경찰, 책임 회피하려 거짓 주장하고 증거 은닉

사고 직후 힐즈버러 경기장의 안전을 관할하는 사우스요크셔 경찰서는 일부 관중들이 난동을 일으켜 사고가 벌어졌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경찰 측 변호인도 주요 증거를 숨기거나 위조하면서 법원은 우발적 사고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진상 조사를 요구했고, 독립 기관인 경찰진정위원회(IPCC)가 무려 21만여 건에 달하는 관련 문서와 사진 및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고사 판결을 뒤집고 경찰의 책임을 밝혀낸 것이다.

힐즈버러 참사는 영국의 경기장 안전 체계를 총체적으로 개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든 경기장은 입석을 폐지하고 전 좌석제를 도입했으며,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을 막기 위한 철제 담장도 없앴다.

'힐즈버러 참사'로 목숨을 잃은 96명의 희생자 사진들 ⓒ 힐즈버러참사유가족그룹


수 헤밍 영국 검찰청 특수범죄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법에 따라 모든 증거를 검토한 결과 사우스요크셔 경찰서장을 비롯한 6명을 형사 범죄로 기소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재판에서 당시 경찰이 책임을 이행하지 못해 96명의 사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으며, 이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위법 행위라고 주장하겠다"라며 "6명의 피고인들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승자는 없다. 누구도 살아 돌아올 수 없기 때문"

검찰의 기소 결정이 알려지자 힐즈버러 참사 유가족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18세 아들을 잃은 한 남성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책임 규명"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유가족은 "이번 결정의 승자는 없다. 희생자 96명 중 누구도 살아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유가족들은 매우 복잡한 심경이겠지만, 이제 평화를 누릴 때가 됐다"라며 위로했고,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오랜 시간 정의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은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 96명을 추모하는 영국 리버풀 관중들. ⓒ 힐즈버러참사유가족그룹


#힐즈버러 참사 #영국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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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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