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도 'Miri' 예약하고 타네

경기도 굿모닝버스 예약 'MiRi버스' 도입

등록 2017.07.04 08:22수정 2017.07.0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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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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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 버스 예약이 가능한 8100번. ⓒ 박장식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탈 수 있게 되었다. 버스가 도착했을 때,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긁히거나 교통카드를 읽히면 승차권이 나와서 지정된 자리에 앉으면 되는 '간단한' 방식 말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이런 실시간 탑승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매표소에서 예매하고 터미널로 달려나가서 사는 표'의 고정관념을 깬 사례가 되었다.

그런데 반대로 이번에는 시내버스, 정확히는 광역버스가 4일부터 예매를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도의 신도시를 잇는 굿모닝버스와 광역급행버스, 직행좌석버스가 그 대상이다. 이미 네 개의 시범노선도 정해졌다. 동탄 제1신도시와 강남역을 잇는 M4403번, 용인 단국대와 분당, 서울시청을 잇는 8100번, 김포 한강신도시와 신촌, 서울역을 각각 잇는 G6000번과 M6117번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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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본 모습. ⓒ MiRi


사용방법도 어렵지 않다. 버스 정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MiRi'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버스요금 정도인 2400원의 예치금을 미리 결제해두고, 탑승 및 하차하고자 하는 정류소와 탑승 시각 등을 입력한 다음 좌석을 선택하면 끝난다. 예치금은 버스를 탑승하면 되돌려준다. 이렇듯 편리하게 예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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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버스의 좌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범운행했던 M6117번 2층버스. 뒤로 M6117번 1층버스 차량이 지나고 있다. ⓒ 박장식


전국 출퇴근객의 소원은 '나도 앉아서 가고싶다'... 여러 시도 있었다

사실 지금껏 출퇴근승객의 '착석욕망'을 반영하고자 했던 다양한 움직임이 있어왔다. 전좌석 입석 금지를 모토로 운행했던 광역급행버스, 즉 M버스를 가장 먼저 도입했지만, 승객들이 기점에 가까운 정류소가 아니면 탑승조차 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발생했다. 이후 M버스를 보조하기 위해 경기도 자체 급행버스 등의 정책이 운영되었다.

문제는 이를 법제화시키면서 일어났다. 2014년 봄 고속버스를 경유하는 시내, 광역버스의 모든 입석을 강제적으로 중단시키자 출퇴근하러 나온 승객들이 부족한 차량, 줄지 않는 줄에 출근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입석금지정책을 사실상 폐지하고 2층 버스나 굿모닝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2013년 서울특별시에서도 정기권만을 사용해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만 이용하는 월정액 버스를 도입하려 시도했으나 이용하려는 승객이 저조해 백지화된 적도 있을만큼, 승객들이 대중교통 편의를 높이게끔 하기 위한 시도는 여러 차례 시도되어 왔다. 이렇듯 이번의 MiRi 버스처럼 실제로 이러한 '버스 예약'이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편리한 서비스... 정착되면 '수요맞춤형 광역버스' 기대해도 될까

4일 첫 발을 뗀 'MiRi' 버스이지만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 광역급행버스나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한 줄로 길게 늘어선 비효율적인 줄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이고, 입석이 불가능한 버스를 타기 위해 종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족'들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출퇴근 시간 겪을 수 있던 거의 모든 불편이 버스 예매 시스템으로 해소될 수 있다.

이러한 시내버스 예매 시스템이 적용되면 운수사 입장에서는 승객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정확히 예측된 승객의 수만큼 예약된 버스를 투입하고, 아닌 승객들의 비율을 적절히 계산하여 그만큼의 예약을 받지 않는, 기존의 버스를 투입하면 된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승강장에 줄을 서서 기다릴 일이 적어지고, 좌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면 출퇴근시간에 맞춰 전세버스나 2층 버스를 투입하기에도 쉬워진다. 또 요일별, 시간대별로 승하차객의 평균을 내어 차량의 투입을 하거는 중간출발 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MiRi 버스가 정착한 미래에는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차질없이 광역버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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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운행을 시작한 굿모닝버스. 이번 MiRi버스 예약 대상에 올랐다. ⓒ 박장식


'디지털 유목민' 아니면 MiRi 버스가 너무 어려워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MiRi 버스의 경우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피처폰만을 개인적인 이유로 사용해야 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유인매표소를 운영하기에도 충분히 않은 면이 있어, 이러한 버스 예약 제도를 확대할 때 참조하여야 할 대목이다.

또 이러한 MiRi 버스가 많이 확대되어 MiRi 서비스를 하지 않는 버스가 줄어들 경우, MiRi버스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방문객이나 입주민, 그리고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은 일부 계층에게 불편을 끼칠 우려가 있다. 이러한 MiRi 버스를 확대 도입할 때는, 평소처럼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을 위한 자리를 남기거나 시간대를 축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렇게 운행을 할 때 각 정류소에 시외버스 매표기처럼 MiRi 무인 예약 단말기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실시간으로 MiRi 버스를 예약할 수 있는 좌석을 20% 내외로 지정하고, 단말기를 통해 현장에서 예매하는 방식이면 적당하다. 노인 등을 위해 초기에는 안내원을 배치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이런 방식이 실현되면 버스 정류장에 늘어서던 기다란 직행버스 줄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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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는 수도권 다양한 방향에서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나, 좌석부족 문제로 인해 난조를 겪고 있다. ⓒ 박장식


여러가지 '고정관념', MiRi 버스로 깨지길

지금까지 교통에서 다양한 고정관념이 깨진 사례가 많았다. 전기로 버스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부터 버스만을 위한 차로를 만드는 것, 그리고 버스를 지하철처럼 운행한다는 것을 불과 90년대까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MiRi 버스처럼 매일매일 카드를 찍고 입석으로 탈 수 있는 시내버스를 미리 예약할 수 있다는 상상을 불과 1년 전까지 했는가.

더욱 더 다양한 고정관념이 교통과 관련된 정책에서 깨지고, 그만큼 더욱 더 참신한 정책이 교통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M버스를 타기 위해 매일 아침 '배급줄' 서듯 줄을 서지 않듯, 신호 연동을 통해 '빨간불'에 걸리지 않는 시내버스 등이 도입되는 등 다양하고 참신한 정책이 버스 정책을 수놓기를 바란다.
#교통 #광역교통 #광역급행버스 #버스 예매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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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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