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캐기에서도 튄 홍준표
당 대표된 날 '임자' 만나다

자유한국당 봉사전당대회 현장에서 만난 이색적인 모습 두 가지

등록 2017.07.03 16:29수정 2017.07.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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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캐는 홍준표-원유철-신상진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가 열린 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한 감자농가에서 홍준표, 원유철, 신상진 후보가 감자를 캐고 있다. ⓒ 남소연


아침 9시 36분, 감자 캐기가 시작됐다. "희망 찾아 나섰다... 보수의 가치가 여기 있다"는 자유한국당 노래도 울려 퍼졌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이런 노래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한 마을에서 자유한국당의 이른바 '봉사 전당대회'가 3일 진행됐다.

누군가의 말처럼 "감자 캐기에 최악의 날씨"였다. 전날 잔뜩 내린 비로 발 한 번 디딜 때마다 진흙 또한 따라 붙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유한국당이 처한 상황과 똑같았다". 그래서일까. 당 대표에 도전한 신상진, 원유철, 홍준표 후보 등은 감자밭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사진 몇 장 찍고 대충 할 줄 알았는데... "극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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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캐는 홍준표-원유철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가 열린 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한 감자농가에서 홍준표, 원유철 후보가 감자캐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원유철 의원이 홍 후보에게 "형님"하며 "많이 캐보신 것 아니냐"고 농을 던질 때만 해도 사진 몇 장 찍고 끝나는 줄 알았다. 자유한국당 한 당직자가 "사무처 직원들도 다 투입시키라"며 "한 시간 넘게 다 캐야 한다"고 소리칠 때만 해도 적어도 오늘의 '얼굴들'은 대충 흉내만 내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을 지켜보던 한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 극한인 것 같아요."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감자 캤다고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당의 거물들은 감자를 종이상자에 넣는 '공정'으로 투입됐다. 얼마나 지났을까.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철우 의원의 입에서 "막걸리 없나? 막걸리? 난닝구(런닝)가 다 젖었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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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담는 홍준표-원유철-신상진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가 열린 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한 감자농가에서 홍준표, 원유철, 신상진 후보가 감자를 상자에 담고 있다. ⓒ 남소연


카메라들이 잔뜩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니 좀처럼 쉴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쪼그려 앉아 계속 감자를 담아야 하니 허리도 아플 만했다. 가끔 기자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이것저것 물어보면 그 핑계로 잠시 허리도 펴고 그렇게 쉬는 경우도 눈에 띄었지만, 이 의원은 묵묵히 감자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봉사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 말을 할 게 뭐 있냐"고 했다.


오전 10시 10분, "잠깐 휴식"이 선언됐다. 간이 의자에 걸터앉은 홍준표 후보가 입을 벌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가슴이 한동안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입에서 자주 나온 말은 이런 것이었다.

'감자 캐기' 현장에서도 튄 홍준표, 허나 '임자'를 만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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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먹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가 열린 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한 감자농가에서 홍준표 후보가 새참으로 막걸리에 빈대떡을 먹고 있다. ⓒ 남소연


10시 15분, 홍준표 "이제, 다 했잖아."
10시 23분, 홍준표 "아까, 다 했잖아."

이날도 그 '홍준표스러움'은 여전했다. 다른 후보들이나 당직자 모두 "달라질게요"라고 적힌 당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그만은 유독 '마무트(mammut)'를 입고 있었다.

잠깐 쉬는 참에는 "근처에 골프장이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다섯 번째로 좋은 곳"이라며 뜬금 없이 골프 얘기를 하는가 하면,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수박을 먹는 장면을 찍자 "거, 좀 그만 하라", "거, 쫌 찍지 마라"고 요구하는 등 상대를 '뻘쭘하게' 만드는 '돌출'도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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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원유철, 서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가 열린 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한 감자농가에서 원유철, 홍준표 후보가 감자를 상자에 담고 있다. ⓒ 남소연


또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 '감자 노동' 역시 덜 하는 듯 보였다. 허리를 펴고 선 채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앞서 "난닝구가 다 젖었다"며 막걸리를 외쳤던 이철우 의원과 비교하면 확실히 '꾀'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만도 했다. 이날 봉사 활동을 이끈 안명복(59·남) 시우리 생태영농조합 조합장 눈에는 더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감자 캐기 시작부터 "힘이 없어 보여요, 의원님"이라며 지적했던 안 조합장은 이날 행사 진행 도중 자주 홍 의원에게 '구박'을 날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홍 후보가 감자가 가득 든 종이 상자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대뜸 "포장해 갖고 오셔야지"란 핀잔이 날아갔다.

그 한 마디에 홍 후보는 다시 상자를 들고 '포장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물론 한 마디 대꾸도 없이. 바닥에 있던 감자들이 어느덧 박스 안으로 대부분 모습을 감추고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와서, 하세요! 마지막인데", 안 조합장이 잠시 '딴 짓'을 하고 있는 홍 후보에게 손짓하며 내린 명령이었다.

"아까 홍준표 후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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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먹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가 열린 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한 감자농가에서 홍준표 후보가 새참으로 막걸리에 빈대떡을 먹고 있다. ⓒ 남소연


안 조합장에게 "무서우신 분 같다"라고 말을 건네자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일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 봉사 활동 종료 후 자유한국당TV 생중계 중 '국민의 쓴소리, 단소리'를 통해 던진 한 마디 역시 인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비박이 국민 위에 존재하나? 친박이 국민 위에 존재하나?"라면서 "국민 앞에서 싸움하지 마세요. 보기 흉합니다"라고 '사이다'를 날렸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안 조합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통화에서 "감자를 심었는데 판로가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캐서 다 사 간다고 해서 행사에 응했다"며 "많은 시간도 아니고 이왕 시골에 왔으면 농촌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려주려는 생각에 그렇게 정치인들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 정당을 묻자 "자유한국당 지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도 않는 무당파"라고 소개하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아까 홍준표 후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못했어요. 야당으로서, 야당 대표로서 거친 말하시고 막 덤비시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늘 좋은 건 아니거든요? 부드러움과 유연성을 같이 갖춰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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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건배하는 홍준표-원유철-신상진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가 열린 3일 오전 경기 남양주 한 감자농가에서 원유철, 홍준표, 신상진 후보가 감자캐기 봉사활동을 마친 뒤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홍준표 #원유철 #신상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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