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친구 미국에 가다
'노무현'의 친구 미국에 가다

[사진과 이야기] 14년의 시간... 그들의 '웃음'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

등록 2017.07.05 21:30수정 2017.07.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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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 사진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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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오전(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의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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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4일 오후(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부시 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 웃음이 참 묘하게 닮았더군요. 친구라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들의 어깨에 놓인 '짐'을 생각한다면, 저렇게 웃을 수밖에 없겠지요. 작은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힘이 강하다는 나라의 대통령과 어떤 합의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한 번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2003년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으로 날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 때 행적과, 14년 후 역시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이 어땠는지,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달랐는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만드는 이 사진들부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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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오후(한국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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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방미 의미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이가 느껴지실 겁니다. 수첩에 열심히 뭔가 받아 적고 있는 기자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기자들. 또 하나 차이가 있습니다. 그때는 '월세기'였고, 지금은 '전세기'입니다. 그때는 대통령이 멀리 외국을 나갈 때마다 그때그때 입찰을 통해, 지금은 5년짜리 임차 계약을 맺고 '코드원' 747-400 기종을 이용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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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1일 오후(현지 시각), 노무현 대통령이 뉴욕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대통령과 수행경제인과의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때나 지금이나 가깝고도 먼 '회장님'들이 대통령 옆에 있다는 것도 똑같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 대통령 바로 옆에서 잔을 들던 형(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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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오후(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경제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 연합뉴스


이제는 동생(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바뀌었다는 정도라고 할까요. 그리고 대통령이 회장님들과의 '웃음의 시간'을 보내고 찾는 곳은 비슷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9·11 테러 현장을 찾아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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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2일 오전(현지 시각), 노무현 대통령이 9.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 블륨버그 뉴욕 시장(좌에서 두 번째)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그럴 수 있는 장소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선택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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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오후(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친구 부부'가 그랬듯, 문 대통령 부부도 묵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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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2일 오전(현지 시간), 노무현 대통령이 9.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 블륨버그 뉴욕 시장(우에서 두 번째)등과 함께 애도의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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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오후(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기념관, 베트남전 기념관 그리고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이 있는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도 빼놓을 수 없는 일정입니다. 최전방 소총수로 복무 기간을 꽉 채웠던 노 전 대통령은 거수 경례로 경의를 표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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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3일 오후(현지 시간),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상에서 가장 자신 있는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대통령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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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4일 오후(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한미 정상 기자회견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 역시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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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오후(현지 시간) 상견례 및 만찬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10여 년 만에 다시 등장한 '군필자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가슴에 손을 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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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을 방문해 펜스 미국 부통령과 헌화한 뒤 한국과 미국 양국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아름다운 이름의 전쟁터, '로즈 가든'으로 들어섭니다. 그 안에서 실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전쟁'이 끝나고 나면, 우리들이 기시감을 느낄 만한 장면이 항상 연출되곤 합니다. 한결같이, 친한 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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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4일 오후 (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부시 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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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건물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그랬습니다, 우리 대통령들은. 그 곳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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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일 오전 (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캐피탈 힐튼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하며 어린이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기념 촬영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꽃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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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캐피탈 힐튼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하며 어린이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아주 잠깐이나마 위로를 받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얼굴은 피로해 보이기도 하고, 한시름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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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5일 오후(현지 시간),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어린이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씩씩한 얼굴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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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7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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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말, 저런 말이 돌아다닙니다. 좋게 평가하는 이도 있고, 혹평하는 이도 있습니다.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도 있고, 만족감을 표시하는 이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대신 저는 14년 전, 이 사진이 눈에 더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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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5일 오후(현지 시간),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의 한국관을 찾아 청화백자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의 눈이 더 들어왔습니다. 그때, 그는, 우리나라의 보물을 남의 나라, 그것도 가장 힘이 세다는 나라에서 구경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자의 눈에는 그 보물이 어떻게 비쳤을까요. 그래서 '친구'의 이 박수도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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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함께 전용기편으로 들어온 조선현종어보, 문정왕후 어보를 보며 박수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전쟁 직후 사라졌던 보물을 '혈맹'이라고 하는 나라로부터 돌려 받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그 '당연한 일'이 현실이 되기까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대가 강대국일수록 더욱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14년이란 시간을 두고 그들의 웃음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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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함께 전용기편으로 들어온 조선현종어보, 문정왕후 어보를 보며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 #문재인 #권양숙 #김정숙 #박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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