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불화의 비밀코드

[서평] 조계종출판사라서 출판 가능한 <불화의 비밀>

등록 2017.07.07 10:24수정 2017.07.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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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에, 여자들이 교회를 가고 절엘 가고, 법당을 드나드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고려시대 한때, 여자들은 법당에 드나들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여자뿐만이 아니라 지위가 낮은 스님들조차 법당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하니, 법당이 갖는 상징도 많이 달라진 게 분명합니다.

'고려 때까지만 해도 불전(佛殿)에는 신도들은 고사하고 사찰에서 위치가 낮은 스님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불전은 부처님의 공간이라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사』 권132에는 여성의 경우 고려 말까지 신분을 떠나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불전에 출입한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여성의 불전 출입을 허락해 주는 것은 신돈(辛旽)이며, 이 때문에 당시 여성들은 신돈을 문수보살의 후신(後身), 즉 재생으로 불렀다고 한다.' - <불화의 비밀> 171쪽.


조계종출판사여서 출판 가능한 <불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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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비밀> / 지은이 자현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7년 7월 11일 / 값 30,000원 ⓒ 조계종출판사

<불화의 비밀>(지은이 자현, 펴낸곳 조계종출판사)은 절에서 볼 수 있는 이런 그림과 저런 불화에 비밀코드처럼 담겨 있고, 상징으로 새겨져 있는 1600여 년 불교 변천사와 의미 등을 풀어 밝히고 있는 책입니다.

절에 가면 이렇게 저렇게 부르는 전각도 많고, 각양각색의 불상들도 많지만 이런저런 그림 또한 참말 많습니다.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 하나도 전하고자 하는 뜻이 있고, 상징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는데 하물며 수천 년이라는 역사의 더께까지 이고 있는 불화가 별다른 의미 없이 그냥 그려져 있을 리는 없습니다.

종교에서 사용하는 용어, 의식행위, 형상, 문양, 색깔 등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뭔가를 의미하는 상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보는 불화는 비슷비슷하고, 복잡하기만 한 그림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화에 흐르고 있는 변천사, 불화에 담긴 의미, 불화로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 등을 새기게 되면 그건 그냥 그림이 아니라 문양과 형상, 색깔과 구도로 전하는 엄청난 의미며 상징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와 상징들은 삭발한 스님들이 살고 있는 절에서는 보기 어려운 머리카락처럼 꼭꼭 가려져 있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불화의 탄생배경부터, 한국불화의 역사에 이어 우리나라는 물론 인도나 일본 등에 볼 수 있는 불화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술래처럼 살피고 있습니다. 그림과 함께 살피는 불화 중에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묵직하게 보호되고 있는 것들도 있고, 어느 절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지장보살은 백인?

절에서 보게 되는 지장보살은 여느 불상들과는 달리 머리가 파란색이거나 보를 쓰고 있습니다. 그냥 보면 삭발한 머리가 파란 보살이지만 파란색에 담긴 의미를 새기게 되면 지장보살은 아리안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째는 삭발한 파란 머리의 지장보살이다.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인 32상 80종호에는 파란 머리카락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는 아리안족, 즉 백인들에게서 살펴지는 파르스름한 감청색의 머리카락 색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지장보살 역시 삭발한 머리를 파란색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 <불화의 비밀> 337쪽.

파란 색 머리에 꼭꼭 숨어있던 비밀 하나, 지장보살 머리가 파란색인 까닭이 술래가 찾아낸 숨은 아이처럼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세월에 따라, 역사에 따라 불화가 달라지거나 변한 모습까지를 함께 읽을 수 있으니 불화에 담긴 1600여년 불교 역사가 고스란합니다. 

저자인 자현스님은 머리글을 통해 "언젠가 '조계종출판사니까 가능한 일이었고, 앞으로 이런 책은 10년 안에 감히 안 나올 것'이라고 애기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합니다. '조계종출판사'는 우리나라 불교 대표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자승)이 대표이사와 발행인을 겸하고 있는 출판사입니다.

그런 조계종단을 배경으로 둔 출판사이기 때문에 기획할 수 있고, 자료를 수집할 수 있고, 자료를 활용할 수 있고, 출판까지 할 수 있었던 책이 바로 이 책, <불화의 비밀>임을 은근히 자랑삼아 밝히고 있는 부분입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불화들을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렇게라도 밝혀야 할 만큼 내로라하는 다양한 불화들이 수두룩합니다. 도록에 버금가는 불화, 그 불화에 비밀코드처럼 담겨있는 의미와 상징, 변천사까지를 세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화를 감상하는 안목은 어느새 높아지고, 불화에 스며있는 비밀을 의미와 상징으로 알아 새기는 재미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감동입니다.
덧붙이는 글 <불화의 비밀> / 지은이 자현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7년 7월 11일 / 값 30,000원

불화의 비밀 - 삼국시대 벽화에서 조선시대 괘불까지 1,600여 년을 이어 온 찬란한 믿음의 기록

자현 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2017


#불화의 비밀 #자현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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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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