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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참사 '제대로 된 진상규명' 촉구 지난 1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자료사진). ⓒ 권우성
그들은 늘 부지런했다. 23차례 무대가 쌓이고 다시 무너지는 동안, 가장 먼저 광화문에 나왔고 가장 나중에 광화문을 떠났다.
2016년 10월 29일 첫 무대가 쌓인 청계광장, 2017년 4월 2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촛불집회의 시작과 끝을 본 것도 그들이다. 무대 위에 오르는 나 같은 사람은 '수고했다'는 인사말을 듣는다. 우연히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악수를 청할 때, 그러한 칭찬을 들을 때 마음 한쪽에서 밟혔던 사람들도 그들이었다. 정말 고생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데….
촛불 무대의 총감독이었던 유수훈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양심수 석방 문화제 하는데, 너희들도 와야 하지 않겠니?"
김덕진(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윤희숙(전 한국청년연대 상임대표)과 촛불 문화제 사회자로 호출받았다. 선배에게 "왜 불렀어요. 촛불집회 지겹게 하는 동안, 맨날 다시는 안 한다고 하더니"라고 묻자, 아래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살면서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말 듣는 게 제일 거북하더라. 양심수석방문화제를 하자고 제안받았을 때, '이제 그만하고 좀 기다려보자'는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랐거든. 세월호, 촛불, 대선까지 지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었나 봐. 탄핵 때도, 대선이 끝났을 때도 '다행이다' 싶었지만 마냥 행복하진 않더라.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이 간단치 않을 거야. '광장'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한 편에 있었겠지. 반성의 마음이 가득해서 참여해야겠다 싶었어. 아직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이 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갇혀 있는 이들이 광장에 함께 나오는 꿈을 꾸는 거, 적폐 청산의 첫걸음이 양심수 석방이었으면 좋겠어."
광화문 촛불집회가 '락페'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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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방문화제 준비 회의하는 모습 ⓒ 양심수석방추진위
석방 문화제를 닷새 앞둔 지난 4일, 그들과 다시 만났다. 총감독 유수훈, 음악감독 윤민석(나서기 싫어하는 민석 선배는 음악생활한 지 30년 만에 처음 갖는 공식 직함이라고 했다), 연출감독 지정환, 무대감독 윤소라, 영상감독 리무진, 진행감독 하기연….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전문 용어를 구사하며 회의하는 것만 빼면, 그들과의 회의가 유쾌하다. 사실은 아주 멋지다. 언제나 최선인 사람들이다. 꼼꼼하기로 유명한 지정환 감독은 대학 동창이다. 양심수였던 친구다. 친구의 수배와 수감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수배 중 다친 허리와 다리는 여전히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양심수 석방 문화제를 외면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촛불 광장에서 수많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잖아. '이명박근혜' 정권 하에서 다른 이들과 견해가 다르다고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양심수석방이 적폐청산의 첫걸음이 되지 않겠어?"
왜 양심수 석방문화제에 참여했냐고 물으니 수훈 선배(유수훈 감독)과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양심수 석방 없이는 사회를 변화시키길 바라는 우리의 양심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양심수들이 석방되길 바랍니다."
말수가 별로 없는 리무진 감독의 대답이다.
이들의 단어 속에는 '적폐청산'과 '양심'과 '광장'과 '반성'이 가득하다. 이러니 도망가지 못하고 광장을 지켰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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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문을 열다' 아랫줄 왼쪽부터 하기연(진행감독), 리무진(영상감독), 박진(사회자), 윤소라(무대감독), 민회(열다0.75) 윗줄 왼쪽 지정환(연출감독), 윤민석(음악감독), 윤희숙(사회자), 김동호(음향감독), 유수훈(총감독) ⓒ 양심수석방추진위
문화제를 앞두고 온라인 회의 방에는 집화 당일인 토요일 날씨예보가 시간 단위로 올라왔다. 걱정 많은 지정환 감독이 올리고, 다른 스텝들이 댓글을 단다. '무대를 다 쌓으면 비 그친다고 하는데? 그럼 동호감독만 고생하면 되는 거야?'
'촛불 때 어떻게 그렇게 많은 가수와 예술가들이 함께 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무대에 선 분들이 먼저 함께 하겠다고 나서 주셨다. 대부분 연출팀을 통해 연락해 주셨다.
또는 연출팀에서 연락을 돌렸다. 선뜻 모두 '그러겠다' 하셨다. 윤소라 감독이 고생을 많이 했다. 여러 뮤지션의 매니저이기도 했던 그녀 덕분에 다양한 분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 한때 광화문 촛불집회의 별명은 '서울하야락페스티벌' 또는 '광화문 락페'였다. 기존의 딱딱한 집회랑 아주 달랐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숨은 연출팀의 공로임을 역사는 알아줬으면 싶다.
이들이 빚지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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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중인 무대 / 다시서는 무대 ⓒ 양심수석방추진위
지난번 촛불집회 무대가 빚더미에 올랐을 때 '촛불과 함께한 것이 영광'이라며 집회 1회차분의 1억 원을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김동호 감독. 먹여 살려야 할 식솔이 한 둘이 아닌 사장님인데, 이렇게 통이 크다.
이번 양심수 석방문화제 재정도 '골칫거리'다. 스토리펀딩으로 모금하고는 있지만, 최소 비용으로 잡은 무대와 연출 등 실비를 대기에도 턱없다.
"돈 못 모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넌지시 물으니, 수훈 선배가 큰소리를 쳤다.
"못 모으면 어떻게 되겠지. 내가 책임질게. 그렇지 동호야?"
김동호 감독은 큰 소리도 내지 않고 또 웃고 말았다. 다른 감독들도 "제가 책임지면 되는 겁니까?"라고 했다.
"촛불 팀들이 뭉쳤는데, 뮤지션들, 오시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걸 보여드려야지."
당시 후원을 요청하면서 기적처럼 모였던 '퇴진행동의 기적'. 그래서 후원하기로 했던 1억 원의 무대 비용 돌려드린다고 했을 때, 이들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고 했다. 이런…. 그때 확실히 돌려줄걸(관련 기사 : 촛불집회로 빚 1억... "민주주의 후원해달라")
내 마음은 또 달아오른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노동이 빚 위에 서게 하고 싶지 않다. '촛불'을 함께 만들었듯이 어렵게 뭉쳐 양심수 석방에 힘을 모으는 이들이 빚지게 할 수 없다.
함께 해주실 분들은 '신한 110-476-913141 정진우'로 후원하거나 다음 스토리펀딩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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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수 석방 문화제 포스터 ⓒ 양심수석방추진위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그날들처럼 무대가 올랐다. 부지런한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비 님이 잠시 멈추면 양심수 석방문화제가 시작되겠지. 비가 많이 와도 사회자 세 명은 비옷도 입지 않고 무대에 오르기로 약속했다. 절박한 마음을 시민들과 나누자고. 양심수가 단 한 명도 없는 나라에서 한번 살아보자고, 광장에서 가장 먼저 도망치고 싶었던 사람들과 함께.
"다시 꾸는 꿈, 그들이 감옥 문을 나오는 걸 보고 싶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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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수 석방 문화제 행사 내용 ⓒ 양심수석방추진위
※ 일시·장소 : 2017년 7월 8일(토)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
※ 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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