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고 졸업 사진 실검 안 뜬 이유

학교, 휴대폰 수거하고 사전검열... "학생 보호한다"며 의정부시 취재는 허락

등록 2017.07.11 07:15수정 2017.07.11 10:18
3
원고료로 응원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촬영현장. ⓒ 의정부고등학교학생들


지난 10일은 누리꾼들을 비롯한 세간의 관심이 의정부고등학교(의정부고, 교장 이명호)로 모이는 날이었다. 6-7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퍼포먼스가 있는 졸사(졸업앨범 사진)' 촬영날이었기 때문이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퍼포먼스는 정치 풍자와 세태 비판 등의 해학적 묘사를 담은 분장을 통해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해와는 달리 실시간으로 SNS 계정 등으로 전해지던 의정부고의 졸업 사진은 이날 오후 늦도록 한 장도 SNS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이랬다. 10일 나온 보도들을 종합하면 학교 측이 언론의 취재를 원천 차단했고, 졸업 사진을 찍기에 앞서 사전 검열을 통해 계획서를 제출받고 사진 찍을 콘셉트도 미리 적어내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또한 학생들의 휴대폰과 태블릿 PC 등을 수거했고, SNS상으로도 사진을 올리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는 졸업사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학생들 개인적으로 마구잡이로 찍는 건 없었다"라는 말로 학교 관계자는 이를 확인해 주었다.

의정부고는 지난 2014년 이와 관련해 학생들과 학교 측의 충돌이 있었다. 당시 이 학교 교감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졸업앨범 사진 퍼포먼스를 제지하며 욕설과 폭언을 하고 졸업사진 검열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하자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결국 교감이 학생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당시 교장이 "졸업 앨범에 손 안 대겠다. 학생자치회에 맡기겠다"며 민주적 소통을 약속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관련기사: '실검 1위' 의정부고 졸업사진, 교감은 왜 버럭했나).

그 같은 구성원들의 민주적 합의가 있은 지 불과 3년 만에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전보다 더 가혹하고 철저한 통제와 인권 침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이를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교장과 교감은 모두 2015년 이후 새로 부임했다.

의정부고 ㅅ교감은 10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과거 SNS에 그런 사진들을 올렸을 때 좋지 않은 반응이 와서 학생들이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SNS에 올리지 않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겠다고 이미 오래 전에 선생님들과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사전에 충분한 토론의 과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충분히 토론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학생들은 그런 결정 과정의 세부적인 사항을 모르니까 왜 그러냐고 할지 모르지만 담임 선생님들 선에서 설명을 잘 했고 학생들이 대체로 잘 수긍했다. 아이들이 유순하니까 이 행사가 치러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지적은 당황스럽고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의 주장을 정리하면, SNS 상에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일부의 부적절한 반응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휴대폰 등 학생들의 개인 촬영 도구를 모두 수거하고 SNS 게시 등을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주장을 아무리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생겨날지도 모르는 불미한 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학생들 전체의 휴대폰 등을 수거해 사용을 불허하고 개인의 SNS 활동까지 금지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김민태 경기도 학생인권옹호관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 행위라면 존중해야겠지만 학교 측이 다른 이유로 그랬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김 옹호관에게 "일과 중 SNS 공개 금지라고만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일과 중 공개 금지'일 뿐인데 왜 사전에 퍼포먼스의 내용을 검열하고 당일에는 아예 사진을 찍지도 못 하도록 휴대폰과 태블릿 PC 등을 수거했을까.

의정부고의 이 같은 행위는 2014년에 한 학교 측과 학생들의 아름다운 합의를 일거에 무너뜨린 학생자치의 훼손이며 학교 민주주의의 붕괴이다. '학생중심'을 기치로 삼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의 정책 방향과도 너무 거리가 먼 행위다.

학생들을 보호한다면서 학생들의 개인 촬영과 SNS 등의 외부 공개를 막고 꺼리던 학교 측이 해당 사진과 동영상 등을 의정부시가 단독 취재하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의정부시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의정부고교 졸업앨범 촬영 동영상 학생들을 보호한다면서 학생들의 개인 촬영과 SNS 등의 외부 공개를 막고 꺼리던 학교 측이 해당 사진과 동영상 등을 의정부시에는 단독 취재를 허락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 임정훈


10일 오후 8시 무렵 의정부시 공식 페이스북에는 "2017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최신판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의정부시에서 단독 취재한 웃음 빵빵 터지는 그 현장, 함께 보시죠~"라는 문구와 함께 의정부고의 졸업앨범 촬영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앨범 촬영의 주체인 학생들도 찍거나 공개할 수 없었던 사진과 동영상들이 의정부시 SNS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의정부시는 7월 7일부터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공표해왔다.

이로써 "과거 SNS에 사진들을 올렸을 때 일부 좋지 않은 반응이 와서 학생들이 힘든 경우가 있었고 그래서 SNS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던 ㅅ교감의 말은 이날 오후 8시가 되면서 힘을 잃었다. 기자와 통화를 한 지 불과 세 시간 남짓 지난 무렵이었다.

지자체 공식 SNS 계정에 공개했으니 이제 다시 "일부 좋지 않은 반응이 와서 학생들이 힘든 경우"가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을 걱정해서 그랬다던 학교 측이 뭐라고 대답을 또 바꾸어 내놓을까. 몹시도 궁금하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7년이 넘었는데도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
  2. 2 윤석열 총장의 위기, 자업자득이다
  3. 3 노골적 감찰 불응, 윤석열 발등 찍을라
  4. 4 대검 감찰부, '판사 불법사찰' 의혹 대검 압수수색
  5. 5 현직 판사 "검찰총장이 국민 아닌 조직에 충성... 판사들은 바보인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