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총장님, 145만 원으로 생활할 수 있으신가요?"

[현장] 본관 점거한 이화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생활임금 보장하라"

등록 2017.07.13 17:54수정 2017.07.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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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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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으로 경비 근무를 하는 차근철씨가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서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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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총장님은 145만 원으로 생활할 수 있습니까?"

일흔을 바라보는 이화여대 경비노동자 차근철씨가 김혜숙 총장을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김 총장은 "문제를 보고받고 있다, 조금만 더 인내하고 기다려달라"라며 답을 피했다. 당시 차씨의 곁에는 200여 명의 이화여대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본관에서 농성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지난 12일, 이곳 비정규직 청소·경비·주차·시설노동자들이 본관을 점거했다. 농성을 시작하면 금세 '임금교섭'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건만 학교로부터 돌아온 답은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용역) 회사랑 만나서 이야기하세요."

이화여대 본관 점거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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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복도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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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복도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이희훈


13일 오전 기자가 이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난 곳은 김혜숙 총장의 공관 앞이었다. 땡볕 아래 빨간 조끼를 입은 노동자 100여 명은 "(시급) 830원을 인상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그들의 빨간 조끼엔 비지땀이 이미 깊이 스며들어 "생활임금 보장하라"는 문구가 흠뻑 젖어 있었다. 김 총장의 공관은 굳게 닫혀있었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을 점거한 채 농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저 수준의 현행 임금을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이대 청소노동자가 한 달 209시간을 온전히 일했을 때 받는 돈은 145만 원이다.

한 노동자는 "아침 7시 청소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6시면 일터에 도착한다"면서 "차비 빼고 세금 제하면 실제 수령액은 120만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금액으로 3인 가족의 한달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대 청소노동자인 유재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이화여대분회장은 "1월부터 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집단교섭에 돌입했다"면서 "다섯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회사는 겨우 시급 100원 인상안을 고수하다가 (농성 돌입 후) 겨우 450원 인상 입장을 내놓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분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했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제발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대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미화직 기준으로 시급 7780원이다. 현재 받는 시급 6950원보다 830원 오른 금액이다. 한 달을 온전히 일하면, 162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노조 때문에 생활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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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내 총장 공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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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내 총장 공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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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내 총장 공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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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 2일 째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내 총장 공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농성중인 이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김혜숙 총장의 공관 앞에서 집회를 한 뒤 정문으로 이동해 학생들을 만났다. 노동자들은 정문으로 향하며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응원으로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왜 파업을 하는지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손에는 '총장에게 보내는 공개서안'이 한뭉치 들려있었다.

다행히 푹푹 찌는 날씨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노조"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대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2010년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정말 1년에 연간 2만 원정도 올려주는 수준이었습니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 처음으로 임금교섭이라는 걸 해봤습니다."

한 노동자는 "노조가 들어온 후 생활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2년만 일하면 잘렸다"라고 말했다. 임금 역시 현재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그나마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임금과 고용에 관한 협상을 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이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17개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14일 오후 이대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계단에서 서경지부 전조합원 결의대회를 연다. 800여 명의 청소·경비·시설·주차 노동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100여 명의 이대 학생들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는 "14일 오후 2시 김혜숙 총장의 기조발언이 포함된 포럼이 예정돼 있는만큼 직접 만나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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