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막내린 차이나 드림, 한국축구에 전화위복될수도

17.07.15 11:11최종업데이트17.07.15 11:11
원고료로 응원
한국축구 선수들의 탈(脫) 중국화 흐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가 지난 12일 광저우 푸리를 떠나 일본 J리그 FC도쿄로 완전 이적한데 이어, 공격수 김승대와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옌벤 FC를 떠나 각각 친정팀인 K리그 제주와 포항으로 잇달아 복귀했다.

여기에 또다른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도 장쑤 쑤닝에서 사실상 방출 수순을 밟으며 새로운 팀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해외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던 중국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의 숫자가 빠르게 감소하고있는 추세다.

중국 프로축구는 2010년대 이후 막대한 자본이 축구계로 유입되며 단기간에 급성장을 거듭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스페인-중동 등 해외 빅리그들도 혀를 내두를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세계적인 축구인재들을 영입하며 '황사머니'의 위용을 과시했다.

한국 축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축구는 아시아무대에서 중국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시장이었다. 다수의 국가대표 선수급와 프로 지도자들, K리그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외국인 선수들이 황사머니의 유혹을 받고 중국무대로 진출하는 현상이 유행이 됐다. 2016시즌 중국 슈퍼리그(1부) 기준으로 한국 선수를 보유한 구단만 10개팀이 넘었고, 장쑤(최용수), 박태하(옌벤), 장외룡(충칭), 항저우(홍명보) 등 한국인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은 경우도 빈번했다.

한국 선수들이 중국무대에 유독 각광받을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시아쿼터제가 있었다. 아시아 국적의 선수는 1명에 한해 기존 외국인 선수제한에 관계없이 추가로 영입이 가능한 제도다. 중국보다 선수들의 평균 기량이 더 높은데다 아시아권에서는 상위권의 신체조건까지 갖춘 한국 선수들이 중국축구의 손쉬운 영입 타깃이 됐다. 특히 수비수들이 더 혜택을 입었는데, 중국의 부자구단이 공격과 미드필더진에서는 주로 몸값이 더 높은 유럽- 남미출신 빅리거들을 기용하고, 수비진에는 '가성비'가 뛰어난 한국 출신들을 기용하는 구성이 많았다.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받기 힘든 거액의 이적료를 선뜻 지르는 중국 클럽의 유혹은 국내 축구인들에게 당연히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중국행 열풍이 한창일때도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않았다.

과거에도 프로로서 더 좋은 대우를 쫓아 중동이나 일본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주로 선수생활 말년에나 가는 곳 정도로 인식되었다면, 최근에는 충분히 더 큰 무대에도 도전할수 있는 한창 나이의 선수들조차 돈만을 쫓아 너도나도 중국행을 선택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스타급 선수들의 연이은 중국 유출로 경쟁력이 약화된 K리그도 이러다간 중국축구에 선수를 공급하는 '셀링 리그'로 전락할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왔다.

'중국화'라는 신조어도 여기서 탄생했다. 아무리 유능한 선수들이라도 중국무대에만 가면 리그의 수준에 따라 기량이 하향평준화된다는 의미다. 비록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중국무대 진출 이후 실제로 다수의 한국 스타 선수들이 오히려 기량이 정체하거나 퇴보하는 듯한 모습을 드러내며 중국화 징크스에 대한 팬들의 확신만 더 깊어지게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국가대표급이다보니 이는 자연히 대표팀 경쟁력의 약화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칠줄 모르는 한국축구의 차이나 드림은 2017년들어 다시 예상치못한 반전을 맞이했다. 중국축구협회가 올시즌 개막을 코앞에두고 갑작스러운 외국인 선수 규정 변경을 단행하면서부터다. 지난 시즌까지 슈퍼리그는 4명의 외국인 선수에 1명의 아시아쿼터 선수까지 총 5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아시아쿼터제를 전면폐지하면서 국적에 상관없이 총 3명의 외국인 선수만 기용할수 있도록 제한했다. 중국 이적시장의 지나친 과열화를 보고 자국 선수 보호와 육성을 명분으로 한 결정이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바로 한국파들이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몸값이 더 비싼 유럽-남미 출신 빅리거들을 제치고 굳이 한국 선수, 특히 수비수들을 무리하게 중용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한국 선수들은 졸지에 대부분 출전기회를 박탈당하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를 한국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 측의 보복 조치라는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리그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규정을 불과 개막 한달도 되기전에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부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고 이는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의 특성상, 결국 정치적인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내기 충분한 대목이다.  외국인 선수 규정 변경이 발표된 시점이 한중갈등이 첨예하던 2월초라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실제로 아시아쿼터제를 폐지함으로서 가장 피해를 입을 것이 한국 선수들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수 있었던 대목이다.

그나마 경기에 나올수 있었던 선수들도 대부분 한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있는 경우였다. 그런데 한국인 감독들도 덩달아 사퇴 바람이 일고 있다. 벌써 홍명보, 이장수, 최용수 감독 등이 성적부진과 구단과의 불화 등으로 줄줄이 사임했고 남은 한국인 감독들도 수시로 경질설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정호만 해도 최용수 감독이 물러난지 한달도 안되어 아직 계약기간이 2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방출 수순을 밟고 있다. 불과 1년여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유럽파'로도 훌륭한 경쟁력을 증명했던 홍정호가 한창 나이에 돌연 중국행을 선택한 것은 수많은 팬들의 비판과 아쉬움을 자아낸바 있다. 결과적으로도 홍정호의 중국행은 잘못된 선택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중국 축구계의 한류 퇴출 바람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수도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과도한 황사머니로 왜곡된 이적시장이 정상화로 돌아서면서 국내 구단이나 선수들에게도 선택의 폭이 오히려 넓어졌다. 중국무대로 진출했던 다수의 한국 선수들이 K리그로 돌아오는 경우도 잦아졌다. 많은 한국축구인들에게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돈과 조건만을 쫓아 진로를 결정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었는지를 깨닫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된 셈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